정부가 '대구항'을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4대강 사업 관련 대운하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민주당 김재윤, 김진애 두 의원이 4일 공개한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수변공간 도시디자인 전략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내륙 도시인 대구와 구미를 '항구산업 대상도시'로 선정했다. '대구항', '구미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 의원은 "이 보고서는 대구 등이 대상이 된 '항구 산업'을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항구 구간과 대형 산업 단지를 통과하는 하천 구간'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는 대구를 항구로 만들겠다는 것이고, 4대강 사업이 낙동강을 바다와 연결시키겠다는 운하 준비 사업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항구 산업 도시로 지정된 게 목포, 서천, 부산 등인데, 여기는 항구 도시가 맞다. 그러나 같은 항구 산업 도시로 대구, 구미가 선정된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며 "이제 '대구는 내륙 도시'라고 돼 있는 교과서가 바뀌어야 할 일이다.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이 보고서는 국토연구원이 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 작성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구가 항구도시가 되는 겁니다"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준비 사업"이라는 게 두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이 보고서를 작성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이 대통령의 측근인 양윤재 전 서울시부시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이 보고서가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두 의원은 강조했다.
이들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포기 선언'은 국민을 기만한 '속임수 선언'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운하 준비 사업을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하고 속도전으로 강행하며 국회 검증 특위 등 최소한의 검증요구도 철저하게 외면하는 이유는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된 운하 사업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는 운하 준비 사업인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대통령 직속 기관에 의해 추진된 '대구항, 구미항' 선정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4대강 최대 '전선' 국토해양위, 여야 대립으로 파행
이날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도 4대강 사업 논란은 계속됐다. 국토위 소속 김진애 의원은 "경기도 여주군에서 5대강 사업으로 골재 3500만 세제곱미터(㎥)가 발생할 예정인데, 이는 연간 골재 소요량 110만㎥의 32년치에 해당한다"며 "실제 2010년 9월 현재 골재가 500만㎥ 발생했으나 매각은 단 한건인, 10만㎥로 0.68%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골재값 폭락, 준설토 장기 적치시 재정 부담 가중, 하천 환경 피해 우려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김재윤 의원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의원은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부가 제출한 '하천유지유량(하천 생태계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유량) 만족 여부' 자료에 따르면 한강, 여산강, 섬진강, 금강의 경우 하천유지유량 기준에 불만족한 일수가 거의 드물다"며 "이는 정부 스스로 '유량이 풍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하천 유지 용수 확보를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4대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이 정부의 국정감사 관련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4대강 사업 기본 계획인 마스터플랜을 지난해 6월 발표한 이후 2010년 8월 말 현재까지 32차례나 설계 변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핵심 사업인 준설량이 공구별로 크게 바뀌었고, 32차례나 설계 변경을 했으며, 보 높이 등도 5차례나 바뀌었다"며 "심지어 4대강 사업의 실시 설계 변경은 아직도 진행중이다"며 "정부가 공정률이 30%가 넘었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서도 실시 설계가 변경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4대강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국토해양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자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의 주심을 맡았던 은진수 감사위원의 증인 채택을 두고 회의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9개월 동안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들어야 한다"며 은 감사위원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감사원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무위, 행안위, 문방위 등 전방위 '4대강 국감'
국정감사 첫날인 이날 각종 상임위에서 4대강 사업 관련 보도자료들이 쏟아졌다. 야당은 이번 국감을 '4대강 국감'으로 규정하고 불법적인 예산 전용, 졸속 추진, 과잉 홍보 등을 문제삼아 총 공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정부가 4대강사업 홍보비의 경우 국토해양부가 사업비 등을 전용해 53억7000만 원을 사용했다"며 정부의 4대강 사업 과다 홍보를 지적했다.
행정안전위에서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행안부가 공무원들 농촌 탐방을 시키면서, 별도로 4대강 사업을 탐방한 뒤 보고서를 올리도록 하는 등 공무원들을 상대로 지나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위에서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4대강 사업의 낙동강 제35공구(경북 예천)에 군 병력을 투입했는데, 심각한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다"며 하루 10시간을 작업하도록 돼 있는 병사들의 일과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무위에서는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나서 "4대강 사업예산 8320억 원 중 시설비에서 토지매입비로 2746억 원을 과다하게 전용하는 등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회의 예산심의 확정권을 침해하고 있다"이라고 비판하며 4대강 검증특위 설치를 주장했다.
농식품위에서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채소값이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1만 8741핵타르에 달하는 채소 농경지가 훼손돼 채소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됐다"고 그 근거를 내세웠다. 김 의원은 또 "4대강 준설토를 하천 인근 저지대 농지에 매립 등을 하는 과정에서 310핵타르의 그린벨트가 불법 형질 전용됐다"며 "그린벨트 훼손은 그 자체가 불법 아니냐"고 따졌다.
환경노동위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국민들이 직접 납부하는 '물 이용부담금'으로 조성하는 수계기금으로 '보 설치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 연구'라는 4대강 사업 관련 연구 사업을 수행했다"며 "수계기금은 4대강 예산에 잡혀있지 않은 것이며, 국민이 납부하는 물 이용부담금으로 4대강 사업 영향평가 조사비를 집행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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