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진 서해 갯벌을 걷다가 문득 검은 새들의 무리와 마주 쳤다. 새까맣게 한꺼번에 날아오르고 다시 내려앉아 달리고 주억거리며 부리로 갯벌을 헤치고 먹이를 잡는 새들에게 갯벌은 맹렬한 삶의 현장이다. 방금 시청 앞 해고 노동자들의 쟁의를 목도하고 온 후라서 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거칠고 쉰 음성으로 복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음성과 먹이를 차지하려고 서로 경계하고 밀치고 내달리며 지르는 새들의 날카롭고 새된 목소리들이 겹쳐 들렸다. 모든 전쟁의 역사가 분배의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지만 대량해고 사태로 실업자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식솔하나 건사하기가 이렇게 팍팍한 때가 또 있었던가 싶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가장이 다시 발걸음을 옮겨 딛을 곳은 어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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