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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치 본능이 있다면 지금 북한과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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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치 본능이 있다면 지금 북한과 대화하라

[다른백년 칼럼] 미중 정상회담, 한반도는 소외됐다

지난 주 도날드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상황 변화를 위한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몇 가지는 보다 분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해법에 관한 선택지들을 분석함에 있어 이전 오바마, 부시 행정부만큼이나 무능하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아니, (이전 정부에 비해) 전문성이나 경험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더 무능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해법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북핵 동결을 비롯해서 북한과의 새롭고도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제까지 늘 그래 왔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핵 해결의 성공을 원하는 대통령이라면 대담한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 (미국 내의) 최고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은 정상회담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와 시진핑이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합의를 이룬다면 회담의 긍정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마키 의원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마추어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이번 회담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년간 중국의 대북 정책을 포기했고, 김정은과의 협상이 무망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인가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항모 칼 빈슨호를 한반도로 보내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핵탑재 전략폭격기에서 "참수" 전문 특수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자산과 병력이 한반도에 배치되면서 대북 선제타격 논의가 무성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과 마찬가지로 선제타격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예상됐던 바와 같이 트럼프 팀은 편협하고 무모하며 겁에 질려 있는 듯이 보인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하려면 한국 국민과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시작되려면 앞으로 한 달은 걸려야 한다.(즉 한국 대선이 끝나는 5월 9일 이후) 그리고 실제로는 논의 자체가 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문제를 악화시킨 미국의 정책

첫째,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01년, 미국은 북한, 중국, 한국, 미국 등이 지난 8년 동안 추진해왔던 복잡한 협상을 깨뜨렸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사일협정(ABM)을 파기한 뒤 새로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이 사실은 분명하다.

9·11사태 이후 두드러진 이런 정책은 동북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 그 이후로 미국은 그런 정책이 실수라는 점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고, 북한과 협상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미국도 절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 학자, 의원들은 잘 모르는 이런 역사를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불안 속에 고립시켰고,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해왔다.

니키 헤일리 UN주재 미국대사는 김정은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기존 정책을 뒤집음으로써 동북아의 안보와 발전, 그리고 핵무기 비확산을 위태롭게 했다는 점을 감추는 것이다.

한국을 소외시킨 미중 대화

둘째, 지난주 트럼프와 시진핑의 협상은 한국을 소외시켰다.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퍼져있다. 부시 행정부의 합의된 틀(Agreed Framwork)이란 개념 역시 이런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중국의 민족주의자와 미국 대통령이 공유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지난 6일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 중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공습으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시리아 공습이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 수 개월 동안 NSC는 무엇때문에 북한 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했단 말인가.

트럼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

트럼프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행동은 새로운 북미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아직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한국을 소외시킴으로써 손실을 입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만간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워싱턴D.C.에 퍼진 '북한위기'설은 진실이 아니다.

몇 달 전 유명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의 평가"라고 말했다. 만약 다른 나라가 그랬다면, 연구와 개발로 평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하는 다단계 ICBM이 실전배치되려면 아직도 몇 년을 더 걸릴 것이다.

중국의 경우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면서 미국과만 협상하는 것은 한중 간 전략적 관계에 부정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연구한 입장에서 보자면, 한중 간 전략적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시진핑은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자신을 소외시킨 것은 충격적이다. 이것은 과거 열강들이 한국의 이익을 침해했던 일들과 비슷하다.

또한 이번 일은 16년 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점진적 통합에 대한 희망이 무르익을 때, 미국이 이를 망쳤던 일을 연상시킨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어떤 의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좀 더 중도적이고, 뛰어난 정치력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당시의 일로 미국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트럼프의 유일한 길은 에드 마키 상원의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이 충고한대로,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에게 진짜 정치인의 본능이 있다면, 지금이 그 본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위의 글은 싱크탱크 <다른백년> 10일자에 '주간논평에 실렸던 글이다.(☞바로가기) 필자인 스테판 코스텔로는 미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Asia East 의장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태재단 활동을 도운 한국 전문가.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정치, 동북아 지역안보 등에 대해 연구, 조언하고 있다. 다른백년 게재 칼럼은 미 현지시간 6일, 프레시안 게재본은 7일 작성된 것으로 첫 세 단락의 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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