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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진보정부, 반복 안 되려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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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능한' 진보정부, 반복 안 되려면 해야 할 일

[기고] 관료에 포위되고 시장에 무릎 꿇으면…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을 양보하여 5년 넘겨주고 대신 그 뒤로 20년 동안 권력을 계속 잡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들에게 항상 전제가 되는 사실은 진보는 무능하다는 신화다. 과연 진보는 무능한 것인가?

타이완 정권교체 1년 만에 벌써 탄핵 위기?

타이완은 여야 권력 교대를 비롯하여 정치적인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놀랍도록 흡사한 정치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의정부'가 들어설 때 타이완에서도 민진당(民進黨)의 진보 정부가 수립됐고, '참여정부' 때는 역시 민진당이 다시 승리해 계속 정권을 잡았다. 더구나 당시 타이완 민진당 주석은 우리 노무현 대통령처럼 변호사 출신이었다. 그 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와 타이완 모두 진보 정부가 패배하고 두 번 연속 보수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1년 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은 두 번의 패배 끝에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간신히 정권교체를 이룬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제 겨우 취임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심지어 탄핵 분위기까지 존재하고 있다. 차이잉원은 취임 초 63%이던 지지율이 1년이 지난 현재 29%로 추락하였다. 전임 총통 마잉주(馬英九)의 33%에도 뒤지는 상황이다. 필자가 만났던 한 타이완인은 차이잉원이 심지어 박근혜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와 같이 미국 및 일본 관계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반중국(대륙) 성향인 차이잉원 총통이 의식적으로 친미, 친일 정책으로 기울면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지역 농산물과 육질 개선용 사료첨가제가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또 취임 당시 약속했던 노동개혁을 후퇴시킨 것도 핵심 지지층이던 젊은 세대의 이반을 가져왔다.

모쪼록 우리나라 정치와 판박이 현상을 보여주는 타이완 정치의 이러한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일이다.

관료 개혁 없이 나라다운 나라 없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개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진다. 대신 언제나 습관적으로 정치 이슈에만 주목하고 쏠린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한 모임에서 관료개혁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분위기는 질의도 별로 없이 대체로 썰렁했다. 그런데 같은 주제를 약간 보수 경향의 모임에서 발표했는데 그곳 분위기는 대단히 활발했다. 관료 문제에 대하여 진보진영에 경험이 없다는 점이 우선 지적될 수 있다. 알지 못하니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관심이 있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개혁의 방법을 터득하기 어렵다.

관료집단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지배체제와 상층은 95% 이상 압도적으로 보수 일색이다. 그러므로 진보 진영이 집권을 한다 해도 이 구조에 압도당한 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면서 무력화되거나 아니면 점차 타협하면서 스스로 투항하는 상황이 된다.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 시기에 관료 집단과의 접촉을 경험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낙하산으로 고위직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하부의 관료들로부터 끊임없이 떠받들어지던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아첨만 경험했다. 그것도 대부분 고위층만 접촉했기 때문에, 예를 들어, 고시(5급 공채) 제도의 문제에 대하여 오히려 그 장점만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고위 관료 대부분이 고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야당 세력은 집권 후 가능한 모든 윗자리들을 '욕심 사납게' 차지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어 겉으로 보이는 국가정책이란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대부분의 국가정책은 비선실세인 관료집단에게 맡겨진다. 평소 입 안의 혀처럼 아부에 능한 관료집단은 야당 출신 장(長)에게 유능하고도 충성스러우며 더구나 스마트하게도 보인다.

그러면서 언제나 '안정적 운영'과 '전문성'이 명분으로 내세워진다. 그러나 관료집단은 우선 1~2년 단위로 순환근무를 계속 하기 때문에 '직업적 전문성'을 내세우는 것은 대부분 지나친 과대 포장이다. 이른바 '안정적 운영'이란 정직하게 말하면, 곧 개혁 포기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는 관료들이 완전하게 장악한다. 이렇게 하여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게 되며, 정책은 당연히 죽도 밥도 안 되니 '무능'이라는 딱지도 붙여진다.

촛불정국의 이 비상 국면에서도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고 있는 교육부를 비롯하여 사드를 추진하는 국방부 그리고 위안부합의와 한일정보협정을 밀어붙이는 외교부….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개돼지일 뿐이다. 이들에겐 자기 조직 기득권이 가장 중요하고 미국 국방부와 일본 외교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과연 이런 관료들에게 계속 나라를 맡겨야 하는가? 오늘날의 이 나라 같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이들 관료들이다. 이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 땅의 개혁도 민주주의도 전진할 수 없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도 없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전에 "이제 권력이 시장(市場)에게 넘어갔다"는 말도 나왔다. 이는 자본, 즉 재벌에 대한 항복 선언이다. 하지만 재벌에 주도권을 넘겨준 결과는 정경유착이고 양극화이며 비정규직 양산이다. 시장, 즉 자본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은 악화되는 상황만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1930년대 대공황 발발은 바로 대자본의 극대 이익 추구의 결과였고, 이는 사회주의적 개혁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 의하여 비로소 안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개입정책의 기조는 사회주의 국가 붕괴 이후 다시 거대자본의 무제한 이익 추구라는 신자유주의로 치달으면서 오늘날의 '1% 대 99%'의 심각한 양극화와 지속적 경제 불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상시화(常時化)된 대공황' 상태라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지구상에 오로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폐습이다. 우리 한반도에 왜 이리 3대 세습이 많은지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3대 세습까지 이어온 재벌 시스템은 삼성 사태에서 보듯 이미 더 이상 단순 재생산도 어렵다. 그 자체로 자신들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장애물이며,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민경제가 살기 위해서 시장에 권력을 넘겨서는 안 되며, 재벌 개혁은 필수적이다.

우리 시대는 개혁과 영웅을 열망한다

인재를 널리 영입한다고 나서는 야당의 뒤를 보면, 대부분 미국 유학 정도는 다녀오고 스펙과 경력이 화려한 인물만 선호하는 모습이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보수성향이다. 이러한 모습은 '국민의정부'나 '참여정부'에서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렇게 되니 결국 개혁에 실패하게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다. 자기 쪽 사람 소중한 것은 모른다. "똑똑한 사람 세 명만 있으면 나라를 세운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모름지기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유력 주자 중 한 명은 석면 피해 주민들이 사흘낮밤을 자신의 집무실 앞 차디찬 바닥에서 농성을 했지만 업체의 재산권 보호를 내세우며 끝내 얼굴 한번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러한 행태를 결코 진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합리적' 혹은 '양심적' 보수 축에도 낄 수조차 없다. 진보란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쉽게 말해 약자의 편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돕는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그것은 모두 강자의 시각이고 지배자의 논리일 뿐이다.

사실 한국에서 진보정치인으로 실천해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험난한 길이다.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구조와 대립하고 투쟁한다는 '투사의 자세'가 견지되지 않으면 어렵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와 지혜 그리고 고래 심줄보다 질긴 끈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어려운 길이기에 대부분 그 길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야당이라는 이름만으로 거짓 진보를 흉내 내는 정치인도 너무 많다.

난세에 영웅이 출현한다. 바야흐로 오늘의 시대는 국민의 뜻을 좇아 겉멋이 아니라 소박하게 개혁을 꿋꿋이 실천하는 개혁 정치인을 열망한다. 그런 정치인이라면 10년 아니 5년 안에 능히 '국민 영웅'으로 성장할 것이다.

진실로 개혁 영웅이 출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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