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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비, 전세계 인구에 나눠주면 1인당 100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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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비, 전세계 인구에 나눠주면 1인당 100불

[현안진단] 동북아 군비경쟁의 격화, 안보정책의 표류를 넘어

높아지는 동북아 군비경쟁의 파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도 국방예산을 금년보다 540억 달러 증액한 6030억 달러로 책정했다. 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7~2008년 이후 미국 국방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증액분만으로도 한국 국방예산의 1.5배이다.

밀리터리 마니아층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국을 흔히 '천조국(千兆國)'이라 부른다. 국방예산을 천조나 쓰는 나라라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이대로라면 트럼프 집권 기간에 미국은 실제로 천조국의 위상을 가지게 될 개연성이 있다. 내년도 미국의 국방비는 세계 국방비 순위 2위부터 10위까지를 합친 총액과 맞먹으며, 이를 60억 인류에게 나누어 준다면 1인당 100달러가 돌아가는 액수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세도 뚜렷하다. 중국의 지난해 국방비는 전년 대비 7.6% 증가했지만 6년 만에 한자리수를 기록했을 뿐이다. 중국이 금년도 국방예산을 전년도 수준으로만 증액해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1450억 달러)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미국이 국방비 절반가량을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따라서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무기체계 확충에 쓸 수 있다는 점도 주목의 대상이다.

▲ 2일(현지 시각) 건조중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하는 일본의 국방비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이 확정한 방위예산은 5조 1251억 엔(한화 약 51조 8000억 원)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은 방위비 증가의 명분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응체계의 구축을 들고 있지만,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방위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신형 지대함미사일 개발을 시작해 2023년까지 인근 도서에 배치할 계획이며, 이는 중국의 해상전력에 대응하려는 것이 자명하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확충을 위해 사거리를 늘린 해상배치 SM-3 계열 요격미사일의 도입과 아울러 지상 배치형 이지스시스템과 사드(THAAD) 추가배치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위협을 넘어 중국을 영향권에 두는 무기체계들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

동북아 군비경쟁의 실질적 원인은 미-중간의 패권경쟁이며,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증강되는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은 동북아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동북아 군비경쟁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국방예산 증가의 상당부분은 신무기 도입에 사용된다. 미국의 군사력을 대표하는 항공모함의 경우 니미츠급은 척당 4조 5000억 원에서 6조 5000억 원의 건조비가 들었으나 금년 배치될 차세대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급은 12조 원에 달한다. 본격 배치에 들어간 F-35 스텔스 전투기 3종 시리즈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F-35A도 엔진을 제외하고 약 1억 달러 내외에 달한다. 최근 취역한 줌왈트 구축함 한 척의 건조비는 5조 원이 넘는다.

올해 1월 한국 국회 국방위원들이 하와이 미 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해리스 사령관이 작전배치 1년도 되지 않은 최신 줌왈트호를 제주나 진해에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줌왈트의 취역 전부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배치를 공언해왔다.

줌왈트는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 보다 한 단계 나아간 첨단 무기로 스텔스 선체에 기존보다 3배 이상 긴 160km 사거리를 가진 함포를 2문 장착하고 있으며, 향후 더 강력한 레일건으로 교체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현존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구축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줌왈트의 눈에 해당하는 AN/SPY 3X 레이더가 종전 이지스 구축함의 SPY 1D를 뛰어넘는 최강의 능력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줌왈트호가 제주 강정기지에 배치될 경우 사드보다 월등한 탐지력을 가진 레이더가 중국의 코앞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은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미국은 자신들의 아시아 태평양 중시 국방력 강화정책의 명분으로 증대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꼽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3.5%이지만 중국은 1.5%이며,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이 자랑하는 실전 배치 1호 항공모함인 랴오닝은 건조된 지 수십 년에 미항모의 절반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수량의 시험함 수준을 넘지 못한다. 중국이 거의 100여 년간 항모를 운영해온 미국의 노하우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 이상이 걸리리라는 것도 정설이다.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성능은 미지수이며, 가격은 미국 전투기의 30%에 불과하다. 중국이 단기간에 해군력에서 미국을 추월하거나 동등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군사력 확대 의지는 확고하며, 그 주요 대상 지역이 동북아와 남중국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미국은 동북아의 군사력을 확대하고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 체제의 강화를 통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 미국 차기 전투함 줌월트 ⓒ미 해군

명분으로 전락한 한반도 문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소위 트럼프식 '전략적 모호성'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실제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취임 40일 만에 이루어진 의회연설에서 트럼프는 북한 핵에 대한 언급도, 김정남 암살에 대한 언급도 없었지만 국방비의 대폭 증액과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언급을 찾아보기 힘들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주요의제는 한미동맹의 강화와 미국의 방위공약 이행 의지 표현이었으며,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지난달 발사한 북한의 지상 발사형 중거리 SLBM 북극성 2호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물론 미국의 핵심 안보 라인들도 심각한 위협이라는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국내정치적 혼란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한미 당국은 배치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미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미 당국자들은 빠르면 올해 중반에 배치를 완료하고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동시에 중국 내 여론에서는 '성주 타격' 또는 '준 단교'라는 극단적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실체는 사라진 채 사드배치를 놓고 한중간의 심각한 대립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독극물 VX를 사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여론의 입지도 매우 좁아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에 따라 외국원조 예산의 대폭 삭감은 불가피하며, 특히 국무부 예산의 30%가 삭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방력, 즉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커지는 대신 외교와 협상을 위한 재원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은 점차 멀어져가고 있으며,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한 군사적 긴장의 파고는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를 패권경쟁의 소재로 삼을 것인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 세계 경제의 선봉에 서있는 국가들이 동북아에서 앞다투어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이 일촉즉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군비경쟁은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중·일 등 동북아 국가들은 긴밀한 경제적 상호연계성을 지니고 있으며, 사실상 일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무력 충돌은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결국 동북아 전체에 걸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다가올 것이다. 동북아 역내국가 간 신뢰와 협력체제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에게 최우선의 가치는 평화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국익이다.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자유도 경제성장도 분배·복지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화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왔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북한의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 주변국들의 군비경쟁이 난무하면서 우리의 생존까지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우리의 처지가 이토록 절박하고 심각해졌는데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능동적인 조치는커녕 문제 해결을 남에게 의존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동북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서 한국은 국내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운영 콘트롤타워의 부재 상황은 한국의 안보적 대응력에 근본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대권 주자들이 내놓는 외교안보통일정책도 광장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첨예한 사드 배치와 '위안부' 문제의 해법에서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분단체제로부터 비롯되며, 북핵 문제 해결은 당면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국면에서 안보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지형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정책결정이 한국의 국익이 아닌 관련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이다.

주요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수사와 정책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광장정치의 확산으로 주요 이슈에 대한 근본적 해법의 제시보다 방향성 없는 각 정파의 좌우 편향 심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외교‧안보현안은 결코 파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한 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만으로도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북한 핵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어야 하며, 한반도 문제가 동북아에서 관련국들의 패권경쟁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은 밀접한 상호관계에 놓여있으며, 정파를 넘어 비핵평화체제를 추구할 때이다. 이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중 양자택일이라는 이차원적 선택을 넘어 동북아의 공존과 공영을 모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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