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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이 나라 경제 좌우한다는 헛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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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이 나라 경제 좌우한다는 헛된 논리

[기자의 눈] "세습 사유회사처럼 운영하려면 상장 폐지하는 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특검의 구속영장이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이 우리 경제의 큰 악재가 될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주말마다 촛불집회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부패 재벌 총수의 구속을 촉구한 민심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재계에서는 '이재용의 구속 여부'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정말 중시하는 것은 특정 경영자가 받고 있는 범죄 혐의의 실체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신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필요성만이 아니라, 중범죄 혐의자에 대한 '처벌'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430억 원의 뇌물, 그것도 대통령과 거래를 하고 자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사법 관행상 이해하기 어렵다.

▲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봉건왕조 삼성, 첨단실리콘밸리 기업 비전 먹히겠나"


하지만 글로벌 재계의 시각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이 이렇게 부패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이런 부패혐의를 받는 최고경영자가 경영하는 기업이라면 거래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매출 중 해외매출이 90%를 차지하고 해외매출의 3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는 현실에서 미국의 경영윤리와 사법체계는 삼성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은 상거래에 관해서는 형법보다 민법이 앞서는 나라다. 그래서 미국은 합의금을 많이 내면 형사 기소를 피하거나, 벌금 내고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한국처럼 인신구속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소 여부, 그리고 혐의의 실체적 진실을 어떻게 보느냐에 이재용 사건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미 이재용 부회장의 야심 찬 인수합병 사업인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의 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등에 불안감을 느껴 합병 반대 소송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만 인수합병 건은 이미 CEO리스크로 국내 대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회사 설립계획이 기업 경영진의 범죄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외국기업의 자체 윤리조항 때문에 무산된 전례의 추가 사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불기소되거나 기소 후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삼성의 글로벌 경영은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경고가 일부 국제경제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윌리엄 페섹은 미국의 금융전문지 <배런스> 칼럼에서 아예 "삼성과 같은 상장기업이 구멍가게처럼 운영되고, 경영권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그리고 손자로 이어지는 행태라면 차라리 상장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페섹은 "삼성은 모든 주주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상장회사인 척 하는 것보다, 가문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사적 소유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정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에 대한 신간을 출간 예정인 제프리 케인도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떠나 삼성이 봉건 왕조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삼성을 첨단 실리콘 밸리 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삼성의 비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며, 이런 비전을 주주나 사업파트너들에게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글로벌 평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글로벌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는 혹독한 진단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재계 역시 "재벌 총수에 대한 단죄는 글로벌 윤리. 법체계 때문에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구태의연한 방어 논리에 대해서도 따가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비판적 멘토'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19일 SBS 라디오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국익이나 애국심 같은 우리만의 시각,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관점에서 보는 것 자체가 사실 외국인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냉소를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이 사법기관에 의해서 처벌받고 안 받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조차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이런 우리들의 시대착오적인 마음이 있는 한. 그것이 오히려 역으로 헤지펀드의 공격을 불러오고 또 ISD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글로벌라이즈된 이 시대, 그리고 이미 글로벌라이즈된 우리의 기업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만이 우리의 기업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ISD, 해외에서의 부패방지법 등 선진국들의 제재가 두렵다면 평소에 떳떳하게 법을 지켜가면서 경영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작은 기업들이 아니다. 우리의 대표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되었다. 따라서 국제 시장이 바라보는, 국제적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투명한 지배 구조를 갖추는 것만이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이나 또는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고자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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