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청담고등학교 및 선화예술학교(중학교 과정) 재학 시절 광범위한 특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 씨는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수행 평가 만점을 받고 교과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정 씨의 고등학교 졸업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최 씨 등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오후 기자 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의 청담고등학교 및 선화예술학교 특정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부터 정 씨가 졸업한 학교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했다.
청담고등학교 감사 결과, 정 씨가 국내 대회에 참가한다는 대한승마협회 공문을 근거로 공결(결석을 출석으로 인정) 처리를 받은 기간에 해외로 무단 출국한 사례 및 학교장 승인 없이 대회에 참가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무단결석을 출석으로 처리한 날짜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최소 37일이었다. 청담고등학교 3학년 때는 정 씨가 실제로 등교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날이 17일에 불과했다.
공결 처리를 받을 경우 제출해야 하는 보충학습 결과물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보충학습 결과 제출이 확인되지 않는 날은 3학년 때만 141일에 달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성적 처리도 엉망이었다.
정 씨는 체육 수업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지만, 수행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또 청담고등학교 측은 정 씨가 결석한 날에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을 했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정 씨는 이를 토대로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에 교과 우수상을 받았다.
선화예술학교 재학 당시에도 비슷한 특혜가 있었다. 학교장 승인 없이 대회에 출전한 사례 및 정 씨가 해외에 있는데도 출석 처리된 사례 등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부당하게 받은 정 씨의 성적 및 수상 기록을 삭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 씨의 청담고등학교 졸업 취소 여부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 중이다. 고등학교 졸업이 취소되면, 이화여자대학교 입학도 함께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 씨의 어머니 최순실 씨가 교원들에게 폭언 및 협박을 한 사례도 계속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최 씨를 비롯한 비위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한 입장
제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교육 농단'으로 기울어진 교단을 바로잡겠습니다
- 정유라씨 출신 학교들에 대한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참으로 착잡합니다.
교육감이 되어 수없이 많은 기자회견과 발표를 했지만, 오늘처럼 참담하고 가슴 아픈 내용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온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는 그의 딸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문제에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점부터 '최순실 게이트'는 국정 농단이기도 하지만 '교육 농단'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 씨 고교 시절의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되었을 때, 즉각 정 씨의 출신 학교들에 대한 장학과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10월27일의 장학 결과 발표에서는 문제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특정감사반을 투입해 전면 조사를 진행하면서, 제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보고들이 하나 둘 들어왔습니다.
우선 정 씨 출신 학교들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공평무사하게 적용되어야 할 학사 관리와 출결 관리가 유독 이 학생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공결 처리의 근거가 된 승마 대회 참석 공문에 찍힌 날짜에 정유라 학생은 해외에 나가 있기도 했습니다.
학교장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승마 대회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체육특기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대회 참가 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도 이 학생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수업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실기 점수 만점을 받았고, 그 성적 처리를 근거로 교과우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대회 참가 등을 이유로 정 씨가 등교하지 않은 날에 '창의적 체험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허위로 기재되기도 했습니다.
학교는 무너졌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정직하지 못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무사하지 못한 학교는 교육기관이라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저 조희연, 이 무너진 폐허에 주저앉아 엉엉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번 감사 결과, 이 참담한 '교육농단'의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음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최 씨는 교직자들에게 금품 증여를 수차례 시도했고, 수업중인 교사에게 안하무인 격의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유사-권력자 행세를 가장 부박한 방식으로, 매우 노골적으로 자행했습니다.
학교를 옹호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무소불위의 금력과 권력을 자랑하는 최 씨의 로비, 압력, 폭언 앞에서 아무런 힘도 배경도 없는 학교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교사와 학교와 교육이 짓밟히고 유린당했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통렬한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하필이면 수능을 하루 앞둔 시점인데, 부박한 유사-권력자의 농단 앞에 맥없이 허물어진 이 처참한 학교 현실에 대한 발표를 해야 하는가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에 대응해, 어느 시의원께서 행정 감사 시간에 "이게 학교냐?"라고 외치기도 하셨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능 날에, 무너진 학교에 대한 뉴스가 예민한 수험생들에게 혹시라도 일말의 영향을 끼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도 컸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 행정감사 때 정씨 출신 고교 관계자들을 증언으로 대거 부르는 등 철저한 조사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주요한 내용이 이미 확인된 감사 발표를 마냥 연기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시의회의 행정감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보조를 맞추어야 했습니다. 하루 빨리 속 시원한 진실을 드러내주길 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에도 부응해야 했습니다.
비록 우울한 뉴스이지만, 우리 수험생들과 청소년들이, '교육농단'과 '특권 교육'은 언젠가는 반드시 정의의 심판과 철퇴를 맞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끼도록 하고도 싶었습니다. 서울교육이 이 정도의 자정 능력은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도록 하고도 싶었습니다.
이 전대미문의 '교육농단'을 계기로 학교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어떤 권력과 금력도 흔들지 못하는 공정함과 평등의 현장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우선 수차례 금품 제공 시도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교육 현장을 왜곡시킨 '교육농단'의 주범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 그의 '교육농단'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철저하게 해주실 것을 의뢰하겠습니다.
또 최 씨의 압력에 굴해 교육 현장을 무너뜨린 소수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엄정하게 조처하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성적 처리로 교과우수상까지 수상한 정씨의 학교 생활기록부 상의 성적과 수상 내용에 대해서는, '교육농단'을 바로잡는 상징적 의미에서 성적을 원칙대로 수정하고 수상 내력을 삭제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혀 엄정한 출결 관리를 받지 않고 졸업한 정 씨에 대해서 '졸업 취소'가 행정적으로 가능한지 법리적 검토를 거쳐 이 '농단'에 상응하는 적절하고 정의로운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또한 추가 제보와 의혹 제기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도록 추가 조사와 조처를 취해나갈 예정입니다. 학교와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최씨와 정씨의 부당한 행위를 목격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마음과 입을 열고 저희들의 문을 두드려주십시오.
특히 이번 사안을 계기로 출결 관리 등 공정한 학사 관리, '공부하는 스포츠 학생'으로서 체육 특기자의 합당한 대회 참여와 학습권 보장에 대한 제도 개선안 등을 조속히 마련해 여러분들 앞에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모든 조처는 '교육 농단'을 단죄하고 기울어진 교단을 바로세우기 위한 우리 모두의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처참한 사태를 함께 목도했습니다. 우리 눈으로 직접 본, 이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우리 사회에서 또 다시 벌어지도록 우리가 허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를 비참하게 만든 최 씨와 정 씨의 추문이 전화위복이 되어, '정의로운 교육', '특권 없는 평등 교육'이 실현되는 계기가 되도록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지금도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키고 계신 절대 다수의 성실한 선생님들과 학교에 대해, 무차별적인 불신을 품지는 말아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또, 정 씨 출신학교들에 대해서도 다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지는 말아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더불어, 내일 수능을 볼 수험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부합니다. 흔들리지 말고 갈고 닦아온 실력을 최선을 다해 발휘하길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오늘의 이 뉴스는 우리 청소년들을 더욱 공평하게 사랑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서울 교육을 만들기 위한 소식이었음을 기억해주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청소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정의롭고 따뜻한 서울교육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16. 11. 16.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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