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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순실의 게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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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순실의 게임'은 계속된다

[이종훈의 영화 같은 스포츠] 평창 오버레이 사업의 진실

지난 2014년 러시아 야당과 시민 단체들이 내놓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비용 초과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올림픽 예산 50조 원 가운데 33조 원 이상을 횡령했다. 전체 예산의 66% 이상이 푸틴과 그의 측근들의 주머니에 들어갔다는 건 도무지 믿기 힘든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제26회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푸틴의 게임(Putin's Game)>을 보면 이 믿기 힘든 일이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독일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시모네 바우만이 제작한 이 영화는 올림픽 선수촌을 비롯한 경기장 건설 과정의 비리 그리고 올림픽 시설 건설이라는 명목 하에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비참하게 쫒긴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때 러시아 건설 업계의 거물이었으나, 영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한 발레리 모로조프의 입을 빌려 폭로하는 러시아 비리의 현주소다. 올림픽 시설 건설 업자가 건축 비용의 절반을 리베이트로 상납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면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즉 소치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올림픽 시설 건설 업자에게 건축 비용의 절반을 리베이트로 상납 받았다면, 그토록 많은 돈을 자신들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영화 개봉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했다. 제작자인 바우만에게는 영화 제작비의 2배가 넘는 10억3000만 원을 줄 테니 영화를 개봉하지 마라고 회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압력을 가해 이 영화가 IOC의 지적 재산권인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니, IOC가 나서서 이 영화의 개봉을 막기를 요구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이런 노력은 역설적이게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의심을 더 키웠다.

이 영화를 봤을 때 필자의 첫 느낌은 황당함이었다. 일국의 대통령 측근이 건설 업자에게 건축비를 리베이트로 내놓으라고 말하고,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니,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뒤이어 필자는 이런 일이 러시아니까 가능하지, 다음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황당한 일이 은밀하게 추진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이 '더 블루 K'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통해 '푸틴의 게임'을 하고자 했다는 정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순실은 지난 1월 더 블루 K를 설립하고, 3월에 스위스의 스포츠 시설 전문 건설 회사 누슬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최순실의 회사는 실체가 없는 소위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했다. 반면 누슬리는 스포츠 시설 건설 부문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할 만큼 큰 회사다. 이런 회사가 설립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더 블루 K와 업무 협약을 맺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청와대의 안종범 전 정책수석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종 전 차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서 더 블루 K와 누슬리의 업무 협약은 이루어졌다. 더 블루 K와 누슬리의 업무 협약은 최순실이 누슬리를 선택했고, 정부를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왜 누슬리를 선택했을까? 누슬리는 오버레이(overlay) 사업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오버레이는 평창 올림픽의 12개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임시 구조물(천막·컨테이너·펜스·야외 화장실·임시 관중석 등)을 말한다. 오버레이 사업은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버레이 시설물은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철거되기 때문에, 사후 검증이 가능한 다른 시설물과 달리 사후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회 후 실제 사업 비용을 검증할 방법이 전혀 없다. 때문에 오버레이 사업은 속된 말로 건설 업체의 비용 부풀리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사업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버레이 사업은 정경 유착과 리베이트의 의혹이 따라다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분류된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이런 부풀리기와 뻥튀기의 조짐이 보였다. 평창조직위는 애초 오버레이 사업 비용으로 1500억 원대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때문에 누슬리는 사업성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더 블루 K와 누슬리가 업무 협약을 맺은 3월 이후, 오버레이 사업 예산 규모는 3300억 원으로 종전의 2배 이상 늘어났다. 공사를 착수한 이후에도 필요한 건축 자재를 유럽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면 사업 비용은 얼마든지 더 부풀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버레이 사업은 건설 비용의 50%를 리베이트로 받았던 '푸틴의 게임'을 충분히 가능케 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순실과 그녀의 부역자들은 우리의 혈세가 들어가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푸틴의 게임을 모방한 '순실의 게임'을 하고자 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최순실이 구속되면서 이런 순실의 게임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할 대목이 있다. 승마 선수 엄마에 불과한 최순실이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오버레이 사업의 특성과 누슬리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점이다. 최순실에게 오버레이 사업의 특성과 누슬리의 존재를 설명해주고, '순실의 게임'을 설계한 부역자가 있었으리라고 의심된다.

따라서, 어쩌면 최순실이 구속된 지금도 남아있는 그녀의 부역자들이 최순실을 대신해 '순실의 게임'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이는 검찰과 감사원이 정부 내에 남아있는 최순실의 부역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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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제가 만난 스포츠 스타들은 셀 수 없이 많은 패배가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어 줬다고 말합니다. [이종훈의 더 플레이어]를 통해 수많은 이들을 승리자로 만들어 준 '패배와 실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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