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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보다 고기가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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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보다 고기가 더 나쁘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탄수화물은 공공의 적?

퇴근길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최근의 고기 열풍을 이야기합니다.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탄수화물, 마트에서 버터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지위가 격상된 단백질과 지방에 관해 말하면서, 과연 이러한 현상이 올바른지 묻더군요.

그 방송을 듣다 보니 최근 간헐적으로 단식하면서 밥은 줄이고 고기 비율을 높이는 한편, 꾸준히 올리브유를 먹는다고 말했던 환자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식사법을 조합해서 실천하는 셈인데,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TV에 나온 사람과 같은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식이요법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건강 회복에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한참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시작했으니 좀 더 해 보겠다." 하셔서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탄수화물이 살찌는데 주범이라는 방송 이후 주변 반응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같은 방송사에서 7년 정도 전에는 '목숨 걸고 편식하다'란 제목으로 고기, 생선, 달걀, 우유를 해로운 음식으로 규정하고, 채식해야 건강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방송했다는 점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도 꽤 반향이 컸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저 남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하니 따라하면서도, 정작 핵심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먼저 음식 재료가 건강해야 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먹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대 식재료 영양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환경오염과 상품가치 혹은 재배 편의를 위해 투여되는 각종 화학물질에 식재료는 노출되었습니다. 유전자가 조작되거나 변형된 먹거리가 넘칩니다. 가공과 운송 과정에서 식재료의 본래 영양은 파괴되어 죽은 먹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양은 줄고 유해함이 늘어난 셈이지요. 이중에서 아무리 잘 골라 먹는다손 쳐도, 병이 낫고 건강이 좋아질 리 없습니다. 따라서 음식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완벽한 식재료를 구하기란 어렵겠지만,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탄수화물이 논란이 될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대인, 특히 아이들은 여러 방식으로 단 것에 노출되기 쉬운데, 과도한 당이 일으키는 문제를 탄수화물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과식이나 야식과 같이 나쁜 습관을 고치고, 본래의 영양분이 사라진 형태로 정제되거나 아예 가공된 탄수화물 섭취를 삼가는 정도면 됩니다.

특히 성장기나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좋은 탄수화물을 일정량 섭취하는 게 필요합니다. 성장이 끝나고 노화가 시작되었을 때, 암에 걸렸거나 가족력에 따른 병 혹은 다른 질병 때문에 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개인의 몸 상태에 맞게 조정해야 하겠지요. 우리가 탄수화물 탓으로 뭉뚱그려 말하는 각종 질환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이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 더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어떻게 진화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장의 길이나 구조도 구분점이지만, 음식을 먹을 때 일차적으로 작용하는 치아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보통 사랑니를 포함해서 32개의 치아를 갖고 있는데, 4개의 송곳니, 8개의 앞니, 20개의 큰 어금니와 작은 어금니로 구성됩니다. 단순화 해보면 송곳니1 : 앞니2 : 어금니5 의 비율입니다. 이는 최초의 인류로 추정되는 루시나 대부분의 포유류에 공통된 비율이라고 합니다. 앞니는 주로 과일과 야채를 자르고, 송곳니는 육류를 뜯고, 어금니는 곡류를 씹는데 적합한 구조인데, 이것이 먹는 음식의 종류에 맞게 적응한 결과라고 가정하면, 인간의 몸은 채식과 육식 비율을 7 : 1 정도로 하는데 가장 적합한 구조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곡물을 포함해 채식을 위주로 약간의 고기를 먹는 잡식동물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만약 우리가 계속 육식의 비율을 높여 식사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문제는 늘 이슈였지만, 요즘은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삶이 불만족스럽고 불안한데, 뭔가 이유가 생기니 그에 쏠리는 것이지요.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더 많은 양의 곡물과 물을 고민해 봐야 하고,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파괴되는 열대우림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건강해진다고 해서 인간이 육류 소비를 마구 늘리면 과연 이 행성이 살만한 곳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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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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