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스 냄새 원인 여전히 오리무중 ‘시민 불안’

2시간 동안 무려 신고 전화 200여 건 ‘고리원전 이상징후 SNS 괴담’

지난 21일 오후, 부산지역 해안을 따라 폭넓게 퍼진 ‘가스 냄새’의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애초 유류나 유해화학물질을 싣고 달리던 차량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지만 확인 결과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며칠째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아 관계 당국의 위험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2일 3차례에 걸쳐 부산시와 부산소방안전본부, 부산경찰청,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산도시가스,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은 전날에 발생한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 원인을 찾기 위해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딱히 원인을 찾지 못했다.

소방안전본부와 경찰, 일선 구·군은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 해운대구 중동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최초 신고를 받았고, 7시 30분 강서구 명지동에서 마지막 접수까지 2시간 동안에 200건 이상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탱크로리 차량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냄새의 이동방향이 동쪽에서 서쪽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달리던 탱크로리 차량에서 유류나 화학물질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관계 기관은 냄새가 났던 21일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 광안대로를 통과한 탱크로리 차량 4대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경찰에 추적을 의뢰했다. 하지만 원인 차량으로 지목된 차량들은 휘발유나 엔진오일 등을 싣고 있어 가스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 파악이 쉽게 이뤄지지 않자 해안가 지역 위주로 신고가 접수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선박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 선박에서 가스가 샌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 또한 해경 조사 결과 당시 부산 인근 해상에는 LNG 운반 선박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부취제 운반 차량으로 인한 냄새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부산시가 부산지역 인근에서 부취제를 취급하는 업체들을 확인한 결과 21일에는 운반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취제는 어떤 물질에 첨가돼 냄새가 나게끔 하는 물질로, 우리가 보통 가스 냄새라고 인식하는 것도 가스에 첨가한 부취제 냄새다.

또 ‘고리 원전 이상징후설’에 대해서도 고리원전 재난안전팀에 확인한 결과 “원전은 이상 징후가 없으며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가스 냄새가 중장비에 사용하는 기름 냄새나 폐오일 냄새와 비슷해 평소에도 오인 신고가 많았고, 비료나 퇴비 냄새 역시 도시가스 냄새와 비슷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인 규명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냄새 발생 사흘째에도 원인 파악이 되지 않자 일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각종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 SNS 이용자는 지진 발생으로 가스가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고, 또 한쪽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젝트'(생화학 무기 방어시스템)로 인한 냄새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21일 오후 5시 30분쯤부터 2시간여 동안 냄새 발생 신고 접수가 빗발칠 당시에 시료 채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부산 가스 냄새 발생과 관련해 지진의 전조, 탄저균 생체실험이라는 괴담까지 떠돌면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시급히 가스 냄새의 원인 찾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