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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격앙 "박근혜, 대선 도왔더니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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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격앙 "박근혜, 대선 도왔더니 배신했다"

"MB에 이어 박근혜도 대국민 사기극" 맹비난

영남 지역이 폭발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을 "사실상의 신공항"이라며 "김해 신공항"으로 용어를 굳혀가고 있지만, 이같은 '제 3의 안'을 예상하지 못했던 영남 지역의 허탈함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TK(대구.경북)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PK(부산.경남) 지역은 어찌됐든 기존에 있던 공항의 확장이라는 결론을 받아든 셈이지만, TK지역은 없던 신공항이 생길 것으로 그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의 유력 언론인 <매일신문>은 이날 신문 1면을 백지로 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애초에 김해공항 확장이 어렵다는 전제가 있었기에 밀양이니 가덕도니 하면서 그렇게 다투고 싸워온 것이 아니던가"라며 "지역민에게 돌아온 것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미봉책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지역민을 우롱한, 심각한 배신행위임이 틀림없다. 더는 박근혜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도 못하고, 미봉책으로 얼버무리는 대통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역민의 꿈과 희망을 깡그리 짓밟고, 지역민의 경제 회복 욕구에 찬물을 끼얹은 폭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특정 정책에 따른 특정 계층이나 지역의 반발을 무릅쓰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이 책무를 방기했다. 결정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좀비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 과제의 추진이 번번이 차질을 빚게 된 원인을 국회로 돌려왔다. 사상 최악이었던 19대 국회의 행태로 보아 설득력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남권 신공항 부지 결정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순전히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회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무능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는 정부 권력의 정당성 위기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책임 의식의 부재다. 우리는 그런 정부 밑에서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영남 지역 언론에 따르면 전날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참담하다. 이건 이명박 정부에 이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경북일보>는 강주열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자 "시민들도 '더 이상 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 박근혜를 도와줬는데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절대 승복 안 한다', '앞으로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려고 이런 짓을 하나. 원칙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우는 놈만 젖 줄려고 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K 출신 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이번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는 모양새다. 친박계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대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했다. 반면 최근 복당한 유승민 의원은 여전히 "정부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 시절 밀양공항 유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

부산경남 지역 유력지인 <부산일보>도 사설을 통해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에 내건 신공항 건설 대선 공약은 기존에 없는 공항을 세우자는 뜻이었지 신공항 백지화를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부가 외국 용역기관에 모든 것을 일임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 공항을 고쳐 쓴다는 황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통일된 견해를 모으지 못해 시민들의 원망을 들었던 새누리당 역시 신공항 무산 이후 찾아야 할 동남권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5명만 당선시켜 주면 가덕도 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한 점을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 지역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춘 비상대책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부산에 와서 부산 시민이 원하는 신공항 반드시 이뤄드리겠다고 공약하고 어려운 선거에서 60%의 지지를 얻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먹튀'가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선 때 공약하고 안 지키면 그만이고, 또 공약하고 또 안지키는 식의 불신의 정치, 거짓말의 정치가 계속돼야 하느냐"며 "박 대통령이야말로 신뢰의 정치를 노래했던 분 아닌가. 왜 자꾸 거짓말 하나. 그래서 부산 시민이 격분하고 이젠 믿을 수 없다고 전시민적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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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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