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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 송중기 맞서 <랑야방> 후거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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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 송중기 맞서 <랑야방> 후거가 뜬다!

[강귀영의 중국 대중문화 넘나들기] 중국 드라마 <랑야방> 열풍

최근 한국방송(KBS) 수목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몇 년 전 방송됐던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마냥 취해 있기에는 중국 드라마의 약진이 너무 두드러진다.

작년(2015년) 가을부터 싱가포르 <연합조보>의 동료들과 연락을 취할 때면 <랑야방(瑯琊榜)>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봤는지, 어느 누구나 빠뜨리지 않고 물었다. <랑야방>이라는 이름도 생소했지만, 드라마와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은 정치부 부장부터 편집국장까지 그 드라마를 보느라 날밤을 새고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랑야방>은 지난해 중국 50개 주요 도시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수립한 무협 정치 사극이다. 인터넷 동영상 클릭 수가 35억 뷰를 넘었다고 하니 가히 놀랄 만도 하다.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랑야방>은 중국 양(梁)나라 때 역모로 몰려 몰락한 집안의 임수(林殊)가 얼굴과 신분을 모두 바꾼 채 강호를 호령하는 조직 강좌맹(江左盟)의 종주인 매장소(梅長蘇)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7만 적염군의 사령관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장수 임수(林樹)는 후계 다툼이 치열한 태자(太子)와 5황자 예왕(譽王) 사이에서 교묘한 책략으로 예왕의 마음을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어린 시절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력이 전혀 없는 7황자 정왕(靖王)을 황제에 등극시키며 복수를 해나가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복수극이면서도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 스토리가 아니라 시종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막후에서 책략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매장소(梅長蘇)의 대사와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사뭇 우아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드라마 속 황실 여인들의 암투와 대결 장면은 오래 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사극 <여인천하>(원제 당궁연)를 떠올리게 만들고 매장소의 책략은 삼국지의 제갈공명을 떠올리게 만들어, 중국의 역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조금씩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무협 액션과 화려한 궁중 의상 및 소품, 그리고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세트를 보고 있노라면 중국 드라마가 지닌 흡인력에 놀라기도 한다.

또 주인공 매장소가 복수를 도모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고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는 통쾌함과 막후에서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며 만들어내는 상황들은 마치 역사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선 굵은 남성성의 매력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 사람들도 드라마 <랑야방>에 대해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의 '양심극(良心剧)'이란 호칭을 붙여 주고 있고,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하고 있다.

ⓒi.ytimg.com

한국에서도 <랑야방>은 중화TV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방송을 시작했고, 팬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 재방송되고 있을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여행사에서는 지난 달 중국 랑야방 세트장을 돌아보고 매장소를 연기한 후거(胡歌)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3박 4일의 여행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여행 상품은 <랑야방> 팬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지난달 70명의 여행객들이 1차로 투어에 참여했고 다음 달에도 계속 진행될 계획이라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랑야방> 투어에 다녀온 네티즌들의 사진과 글이 많이 검색되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한국 팬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화권을 휩쓸고 있는 <랑야방>의 높은 인기에 대만(타이완) 문화계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다. 대만은 과거 1990년대 우리에게도 익숙한 <판관 포청천(包青天)>을 비롯하여 2000년대에는 <꽃보다 남자>등의 우수한 드라마를 한국에 수출하며 드라마 제작만큼은 중국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거대한 제작비가 요구되는 사극 제작을 기피한 지가 오래되었고, 훌륭한 제작진 및 배우들이 점점 중국 시장으로 이탈하면서 수입 드라마가 점차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만 연예계가 중국에서 우위를 점할 날도 3년에서 5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중국 드라마의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최근 중국 언론에서는 <랑야방>의 주인공 후거(胡歌)와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비교하면서 "대체 우리에게 몇 개의 <랑야방> 같은 작품이 있어야 <태양의 후예> 인기를 막을 수 있는가"라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부러움과 경쟁의식의 속내를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랑야방>은 54부작의 장편이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굳이 결점을 찾자면 과거 회상신에 나오는 컴퓨터 그래픽(CG) 정도일 것이다. 중국 드라마의 성장세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어느덧 이렇게까지 성장한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한국에서 중국 드라마 열풍이 불어 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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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귀영

한양대학교와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에서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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