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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38시간째 계속…'7번 주자' 김제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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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38시간째 계속…'7번 주자' 김제남으로

박원석 9시간, 유승희·최민희 5시간여 연설…1인당 '최소 분량'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선 야권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가 25일 아침 9시를 기준으로 38시간째에 접어들었다. 38시간 동안 모두 6명의 토론자가 연설을 마쳤다.

박원석이 박정희 비판 논문 읽자 조원진 '버럭'


전날 낮 1시부터 연설을 시작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밤 10시 18분까지 총 9시간 29분간 연설했다. 박 의원은 토론 도중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라는 논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려는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비판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박 의원이 "여러 가지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 통치를 답습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정원을 동원하는 과거 식의 정치 개입이나 사찰이 어려워지자 총리실을 통해 불법 사찰을 실시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군 출신을 국정원장으로 앉힌 다음 정치의 전면에 등장시켰고…"라는 부분을 읽자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빚어졌다.

조 의원은 사회를 보던 이석현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에게 "지금 의제하고 상관 없는 발언을 하는데 의장은 뭐하고 있느냐"고 따졌으며, 이에 박 의원이 "테러방지법으로 국정원 강화하자는데 그것을 반대하는 거니까 상관이 있다"고 맞받고 이 부의장도 "연관성이 있는 거니까 좀 참고 들어 보시라"고 제지했다.

조 의원은 하지만 이 부의장의 제지에도 "의제와 상관 없는 발언"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의석을 벗어나 앞으로 나와서까지 계속 목청을 높였고, 이 부의장은 "지금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은 나다. 좀 앉아 달라", "세상 일이 연관이 다 있다"고까지 하며 거듭 제지했다. 조 의원이 의장석 앞으로 나오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마주 나와 "왜 합법적인 걸 방해하느냐"며 "소수 정당이라고 무시하는 거냐? (이 부의장에게) 퇴장을 명해 달라"고 맞섰다.

박 의원은 연설을 마친 후 동료 의원들에게 "더 할 수 있었지만 은수미 의원의 기록(10시간 18분)을 남겨놓겠다"며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진선미 의원은 연설을 마친 박 의원이 북어국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후 주자들도 괜히 (기록 경쟁을 하느라) 이상해질까봐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페이스북'으로 전했다.

▲필리버스터 토론자로 나선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24일 연설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최민희, 영상 틀려던 계획 무산…유승희 "테러방지법은 '온국민 24시간 사찰법"

박 의원의 뒤를 이어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연설을 시작했고, 새벽 3시 40분까지 5시간 20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유 의원의 연설 첫머리에서 "저와 더불어민주당, 여야 의원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종류의 테러도 반대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당의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체제 수호를 위한 북한의 안보 위협, 무장 테러단체, 테러리스트의 인명 살상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북한이나 테러리즘으로부터 지켜 내고자 하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을 반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온 국민 24시간 사찰법'이자 '국정원 날개 달아주는 법'인 테러방지법, 국민의 힘으로 막아 달라"는 말로 연설을 끝마쳤다.

그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더민주 최민희 의원은 연설을 시작하며 "은수미 의원이 신기록을 세운 것을 존중하고, 이번 필리버스터에 은 의원의 기록이 최장 기록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필리버스터 토론자로 나선 의원들 중 최초로 영상 자료를 활용한 연설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제가 영상 자료를 다 준비했다. 그래서 의장께 영상 자료를 틀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드렸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고, 영상 자료를 틀지 못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신 의장 생각에 순응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정각까지 5시간 20분 동안 연설을 하고 연단에서 내려왔고, 7번째 토론자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뒤를 이었다.

유승희·최민희 5시간 20분, 김광진 5시간 33분…1인당 최소 몇 시간 해야 되나?

한편 최 의원과 유 의원의 토론 시간이 5시간 20분씩으로 완전히 같은 것도 눈길을 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대략 이 정도 시간 동안 하면 되겠다'는 조율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

여야 원내지도부가 테러방지법 수정안 마련 등 추가 협상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야당은 2월 국회 회기 종료 때까지 무제한 토론을 해야 하는 처지다. 2월 국회는 다음달인 3월 10일까지가 회기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난 23일 오후 7시부터 3월 10일 자정까지는 총 389시간.

필리버스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을 빼고, 무제한 토론 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108명)과 적극 동참 입장을 밝힌 정의당(5명) 의원들을 합치면 모두 113명이 된다. 이 가운데 언제라도 여당과 협상에 나서야 할 원내대표·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고령 또는 건강상 이유로 연설에 나서기 어려운 이들을 제외하고 대략 100명이 릴레이 토론자로 나선다고 하면 1인당 3~4시간 정도를 막으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수미·박원석 의원은 이 정도 분량의 2배 가까운 시간을 '초과 달성'했고, 김광진(5시간 33분) 의원과 유승희·최민희 의원도 5시간여 동안 토론해 이 기준을 너끈히 넘겼다. 2번 토론자였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1시간 49분)만이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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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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