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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의 쇠락, 한국 경제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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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카페베네의 쇠락, 한국 경제의 내일?

[기자의 눈] 카페베네와 한국 경제의 네 가지 닮은 점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창업자 김선권 회장이 최근 경영에서 물러났다. 카페베네는 한국식 기업 경영의 표본이었다. 카페베네의 성공과 쇠락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카페베네 경영권은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K3제5호'가 행사한다. 'K3제5호'는 지난해 12월 28일 보유한 전환상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전량 보통주(84.2%)로 전환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보통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해 말 보통주 전환 결정은, 사모펀드가 카페베네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성공한 '흙수저', 폐허 위의 고도성장

창업자 김선권 회장은 '흙수저' 출신이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다. 하지만 패기가 넘쳤다. 그래서 20대 후반에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했다. 오락실, 삼겹살, 감자탕 등이 그가 거친 사업 아이템이다. 대부분 실패했지만, 기가 꺾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08년 4월 시작한 카페베네 사업을 계기로, 성공한 기업인 반열에 올랐다. 이후 김 회장은 기업인 관련 상을 휩쓸었다. 경영학 논문 소재로도 다뤄졌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 경제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카페베네가 쇠락하는 과정은, 한국 경제의 오늘과 닮았다. 바닥에서 올라왔다는 자부심이 기존 성공방정식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점도 닮았다. 그래서 오싹하다.

첫 번째, 무리한 성장 목표"1만 가맹점 개설", '4만 달러' 시대

카페베네는 한때 '바퀴베네'라고도 불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마치 바퀴벌레가 번식하듯 늘어갔다는 뜻이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빨랐다.


목표를 높게 잡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역시 한국식 기업 경영이다. 창업 5년째인 지난 2013년 8월, 카페베네는 1000번째 가맹점을 열었다. 당시 대대적인 기념식을 했다. 아울러 오는 2020년까지 가맹점을 1만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당시 카페베네 점포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폭탄 돌리기'라는 말이 나왔다. 무리해서 점포를 열었다가, 성장세가 꺾이면 망한다는 게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점포를 내놔야 한다는 것.

결국 카페베네 가맹점 증가세는 1000곳에서 멈췄다. 2014년에는 900여 곳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약속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온갖 규제를 풀었다. 기업이 노동자의 권리 등 거추장스러운 족쇄는 털어버리고 성장을 향해서만 달리라는 주문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는 과연 올까.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건국 이래 최초로, 국내 제조업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늘 물가가 너무 올라서 걱정하던 정책 당국이, 이제는 물가가 떨어 질까봐 조마조마해 한다. 역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자의 희생, 선진 기술의 빠른 학습, 국내 소비자의 손해와 맞바꾼 수출 경쟁력 등이 한국 제조업의 성공 방정식이다. 그게 이제 안 통한다. 터지기 직전인 가계 부채는 내수 소비를 옥죈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

성장 목표에 대한 무리한 집착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1000번째 카페베네 가맹점 기념식이 열렸던 2013년 여름이, 지금 혹은 어제의 한국 경제와 닮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내리막 혹은 정체라는 선택지만 있을 뿐이다.


두 번째, 기존 성공 방정식을 못 버린다

김선권 회장은 카페베네 이후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대표적이다. 김태희 씨 등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요식업 관계자들은 커피전문점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레스토랑에 적용한 게 패착이라고 말한다. 한예슬 씨 등을 내세운 광고가 카페베네 사업에선 먹혔다. 하지만 요식업에선 잘 통하지 않았다.


▲ 한예슬 씨가 등장한 카페베네 광고.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4대 주력 업종의 성공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와 역시 닮았다. 소프트웨어, 바이오, 로봇, 태양광 등 다양한 산업이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현금을 움켜쥔 재벌은 투자에 신중하기만 하다. 대부분 '간보기' 수준에서 멈춘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컨대 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을 바이오 산업에 적용하려 한다. 그러다 한계가 보이면 물러서는 식이다.

이미 성공한 기업이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대신해서 위험한 도전에 나설 기업가 집단도 없으니까 문제다.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신생기업에 돈을 뿌린다. 그러나 그들의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유행을 따라다니는 것들이다. 정책 자금 유치를 위한 서류에 적기 좋은 내용일 뿐이다.

삼성 등 상위재벌과 신생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 재벌이 도전에 나선 사례가 있다.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업종을 바꾼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한때는 대단한 성공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망해간다. 새로운 사업에 어울리는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찾아낸 사례가 한국 기업에선 거의 없다.

세 번째, 중국 시장에 대한 환상

카페베네는 중국 진출에 대단한 기대를 걸었다.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의 합작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다. 한달 수익이 9000여 만 위안(약 160억 원)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금세 끝났다. 중국 합작 법인과 마찰이 생겼고, 카페베네는 투자금을 날렸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결정적 요인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중국 시장에 환상을 품곤 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는 친근감이 있었다. 익숙한 성장 궤적을 따른다는 점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정부 주도의 성장, 값 싼 노동력, 만연한 부패와 연고주의, 선진 기술의 적극적인 모방, 입시 위주 교육이 길러낸 엘리트가 주도하는 의사 결정 등 중국의 최근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한국이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성공했다. 익숙한 성공 방정식을 버리지 않으려는 태도는 여기서도 반복됐다. 한국 기업이 과거 하던 방식을 지금 중국에서 그대로 써먹으면 된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한국 기업의 이런 태도는 갈등 요소가 됐다.

중국은 한국과 산업 구조가 겹친다. 한국 기업의 과거 성공 방정식을 더 잘 따라했다. 엇비슷한 상품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이 파는, 더 큰 가게가 이웃에 들어선 셈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가 계속 줄어든다.

롯데그룹이 중국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고 한다. 손실 규모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그룹이 위기에 빠진 한 이유도 중국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너무 만만히 봤던 카페베네는 이들 중견 재벌을 따라했을 뿐이다.

네 번째, 부동산 불패 신화

카페베네와 한국 경제는 그밖에도 닮은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꼽을 게 '부동산 불패 신화'다. 김선권 회장이 최근 도전한 종목은 부동산 개발이다. 역시 너무 익숙한 성공방정식이다. 돈을 벌면 땅이나 건물에 투자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어도 버티기만 하면 결국 이익이 난다. 돈 가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업권만 따내면, 다음 단계는 쉽다. 수완만 좋으면, 어떻게든 돈을 빌릴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까? 그건 모른다. 분명한 건 실패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카페베네는 경기도 하남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짓는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사업 절차 이행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실패했고, 결국 사업권을 빼앗겼다.

역시 한국 경제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탄식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나왔었다. 삼성 등 재벌의 화두는 늘 '신수종 사업 찾기'였다. 그렇게 십 수 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산업 구조는 변한 게 없다. 이미 성숙기인 주요 산업이 퇴락하면, 무엇으로 먹고살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 그리고 주요 산업 가운데 일부가 퇴조기에 들어섰다. 조선 산업이 대표적이다. 조선 산업은 경기 사이클이 가장 긴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대개 20~30년을 사이클로 잡는다. 이는 한국의 4대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가 아주 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나머지 주력 산업은 다를까. 그렇지 않다. 반도체, 휴대폰 등은 한국의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중국 기업이 추격한다.

자동차는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CES 2016'(Consumer Electronic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 자동차 회사들이 참가한다. 자동차는 가전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나. 역시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아는 건, 현대자동차가 사옥 지을 땅을 사는데 10조5500억 원을 쓰기로 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이익은 7조5499억 원이었다.

최상위 재벌은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에 갇혀 있다. 정부는 다를까. 역시 아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관되게 밀어붙인 정책 기조가 '빚내서 집 사라'였다. 복합 쇼핑몰 사업에 집착하다 실패한 카페베네를 탓하기가 민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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