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 의지를 밝히면서 차기 총선 및 대선 전망과 관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원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올해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서울시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 공약사업 추진 현황과 회계 운영, 재산관리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지자체 주요 사업 등 재정운영 실태'에 관한 감사를 지난 3~6월 실시했다"며 "현재 감사 결과에 대한 내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날 <머니투데이>는 여권 고위관계자를 인용, 황찬현 감사원장이 "그 동안 감사 사각 지대에 있던 지자장들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황 원장이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
지자체장에 대한 감사 필요성 자체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도 "지난 10년간 감사원 기관운영감사를 받은 기초단체는 45곳에 불과했다"고 지적할 정도다. 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전국 226개의 기초단체(17개 광역단체 제외) 중 무려 181곳이 기관운영 감사를 지난 10년 동안 1번도 받지 않았다"며 "감사를 50년에 1번 꼴로 받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자체 감사 의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재 광역단체장 가운데는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이상 새정치연합),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있고, 기초단체장들 가운데서도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정치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감장에서는 차관급 고위공직자인 현직 감사위원이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답해 야당 의원들이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이 지역 출마설이 있는 김영호 감사위원에게 "김 감사위원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주말마다 지역에 내려가고 있는 게 사실이냐"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라고 '돌 직구'를 날렸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총선 출마를) 고민 중"이라면서 "(지역에서) 출마 요구가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지난달 16일 진주로 이사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가 하면 같은달 27일에는 진주에 내려가 지인들과 식사를 했다는 내용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려면 감사위원을 사퇴하고 나가라"면서 "총선에 출마할 뜻이 있으면 지난 7월에 감사위원을 고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위원은 경남도청 서부청사 리모델링 기공식 등 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에 대해 "봉사 활동이어서 감사원법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감사원법 10조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 황찬현 원장은 "정치적 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黃원장 "사무총장 인사, 청와대와 협의"…자원외교 감사 대상인 최경환 대리인 맡기도
한편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검찰 출신인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지난 7월 황 원장에 의해 외부 인사로서는 16년 만에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된 그가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야당 의원들은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검사 출신 사무총장이 온 '날벼락 인사'로, 청와대 조율 과정에서 애초에 추천하기로 한 제1사무부총장이 바뀐 것"이라며 "수십 년간 일해 온 감사원 공무원들을 실망시켰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 왔다"고 주장했다. 황 원장은 이에 대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검토를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고, 이 사무총장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을 피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이 사무총장이 자원외교 감사 대상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날(NARL)' 인수와 관련,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 부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졌음을 지적하며 "최 부총리의 대리인으로 이 사무총장이 대리인을 맡아 언론중재위 제소 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 사무총장은 최 부총리의 대리인을 맡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다"며 "최 부총리의 언론중재위 제소 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이 법률대리인 역할을 했다면 감사원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최 부총리 본인이 바빠서 언론중재위에 참석할 수 없고, 아는 법조인이 없다고 해서 맡았다"며 "당시 감사원에서 자원외교 관련 감사를 하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고, 보도 내용과 관련된 법리적 부분만 언론중재위에서 설명하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와 이 사무총장이 과거 서울지검에서 같이 근무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이 특보가 그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추천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이 특보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1991년 부장검사-평검사 관계로 일했다"며 "청와대가 감사원을 통제할 의도로 (추천)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검찰 출신이라고, 황교안 총리와 (사법연수원) 동기라고 사무총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냐"(김도읍),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김진태)라고 이 총장을 변호했다. 황 원장은 이 사무총장 인사가 청와대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에는 "제청 단계에서 (청와대와) 협의는 했지만 하명이나 지시라고 하는 것은 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저로서는 적임자를 제청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난 3월 감사원의 4급·5급 직원 각 1명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서 40만 원짜리 식사를 대접받고 성 상납까지 받아 물의를 일으켰지만 감사원은 이들에게 정직 3개월,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70만 원을 처분한 것이 전부였다며 "'공무원 저승사자 감사원, 성매매 혐의 제 식구엔 수호천사'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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