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장훈 중앙대 교수를 감사위원 후보자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로써 양건 전 감사원장이 퇴임하면서 시사했던 '청와대 외압설'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양 전 원장은 헌법상 임기(4년)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양 전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임명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고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월 퇴임사에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양 전 원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서병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새누리당)은 "양건 전 감사원장은 퇴임 후 거주지와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을 찾지 못해 연락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청와대 외압설'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장훈 교수를 자체 추천했느냐 청와대가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김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3분을 추천했고 장훈 교수는 자체 추천에는 없던 분"이라고 답했다.
"물론 제청권은 청와대와 협의 가능하지만 청와대의 요청으로 제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사무총장은 "전임 감사원장 시절에 이뤄진 일인데 제가 뭐라고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 같은 취지의 질문이 반복되자 결국 "그렇게 (부적절하다고) 보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3명을 추천했는데 1순위 후보자는 중도에 본인이 철회했고 2순위 후보자는 검증에 탈락했다. 3순위 후보자는 1순위 후보자에 비해 경력이 부족했다"며 "그랬더니 청와대가 장훈 후보자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대부분의 질문에 소극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날에 이어 국가보훈처와 국정원을 직무 감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황 후보자는 "예산 집행의 적정성에 대해, 국가보훈처에 대해 예정된 감사 시에 직무 감찰하도록 하겠다"고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국가 기밀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제외하고 공무원법 위반 등 직무 관련 부분에서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직무 감찰할 용의가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황 후보자는 "법률상 명확하게, 원칙적으로 감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가 기밀상, 법령에 따라 일부 제약이 있다"며 "그런 점을 감안해서 국정원에 대한 감사는 법적·기술적 제약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고 답했다. 감찰할 용의가 있는지 정확히 밝히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황 후보자는 "특히 국정원은 특수 항목비가 단일 처리돼서 증빙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지금 말씀드린 것은 일반론적인 말씀"이라며 여전히 즉답을 피했다.
동양 사태와 관련해서도 황 후보자는 "감사원 내부 사전 조사 결과에 따라 감사 요건이 되면 감사할 생각이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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