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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 회장, '기독교 정신'으로 채용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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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그룹 회장, '기독교 정신'으로 채용 갑질?

[비즈니스 프리즘] '유가하락 탓' 사과문으로 덮어질까

김영훈(63) 대성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대성에너지 공채 지원자들을 대표이사 자격으로 최종면접까지 보고 난 뒤 전원 탈락시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 회장은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지난 6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 회장 명의의 '대성에너지 채용 관련 사과문' 자체가 거짓 해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과문에서 "유가 폭락에 따른 제반 경영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뜻하지 않게 채용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상반기 대졸 공채가 시작되어 7월까지 3개월을 끄는 동안 국제유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김 회장이 직접 참여한 최종면접일 6월 26일부터 전원탈락이 결정된 7월 8일까지 국제유가가 급락하기는 했다. 하지만 하락폭은 8달러도 안됐다.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급감한 것도 아니었다.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이 넘는 기업에서 두자릿수 신규 채용을 하기로 공고된 공채 과정을 3개월이나 진행한 뒤 전원 탈락시켰는데, 그 이유가 막판의 '유가 하락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대성에너지 대표이사 자격으로 공채 지원자들의 최종면접까지 보고도 전원 탈락시킨 뒤 지난 6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연합뉴스


'창업주 회고록 독후감' 관문이 함정?

대성에너지 채용 관계자들은 이미 탈락자들을 계속 기만해왔다. 전원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최종면접을 본 19명에게 7월 15일부터 문자를 보내 "최종면접 결과 귀하의 뛰어난 자질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한정된 채용규모로 인하여 아쉽게도 선발되지 못하였음을 알려드린다"면서 마치 문자를 받은 일부만 아깝게 탈락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

또한 문자를 받은 최종면접 합격자들이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전원이 합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일부 응시자가 대성에너지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자 "분명히 채용을 했고 처음보다 적은 수의 신입사원을 뽑게 됐다"라는 거짓말까지 했다.

게다가 대성에너지는 면접 시험이라며 개신교 색채가 짙은 대성그룹 창업주(고 김수근 명예회장)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까지 쓰게 했다. 이때문에 탈락자들은 취업커뮤니티 사이트에 "면접 날 기독교 얘기만 넘쳐 흐르는 창립회장 자서전+창립회장 부인 자서전 읽고 독후감 제출하라는 것부터 이상했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화나는 그런 회사다", "수많은 회사를 탈락했지만 이번 만큼 기분 나쁜 적은 처음이다"는 등 분노를 쏟아냈다.

김 회장은 사과문에서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신입사원 특별채용을 결정하게 되었다"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김 회장의 대응 방식은 바로 지난 1월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의 박은상 대표를 연상시킨다. 위메프는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2주간 일당 5만 원을 주고 계약을 따오게 하는 등 정규직처럼 일을 시켜놓고 11명 전원을 탈락시킨 뒤 사회적인 비판이 거세자 다시 전원을 합격시켰다.

위메프는 '채용 갑질'의 전형적 사례로 기업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위메프는 최근에도 '당첨자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기업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되었다. 대성에너지 '채용 갑질'에 직접 개입한 김영훈 회장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으로 대성그룹 전체에 대한 이미지 훼손이 막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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