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수순밟기에 들어가면서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국민투포에 부치기로 했지만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릅은 국민투표를 마칠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의 요구를 거부해 그리스는 디폴트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한국과 그리스의 직접적인 교류액은 적지만,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유럽경제의 충격이 한국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
그리스 디폴트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국경제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은 메르스 사태, 그리스 채무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 3가지"라고 밝혔다.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장이 우선으로 영향을 받고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흘러갈 것에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 금융시장 악영향, 유럽재정위기보다 작을 듯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되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로 이어지더라도 한국 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은 2011년 그리스 채무위기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 당시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유럽의 주요 은행이 부실을 막기 위해 해외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려 들겠지만 유럽 주요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외국 금융사가 해당국에 빌려준 돈 중 경제적 손실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크지 않다.
유럽 주요 은행의 대 한국 익스포저는 유럽재정위기 당시 1천675억2천만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천174억4천만달러로 줄었다.
특히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같은 기간에 25억5천만달러에서 11억3천만달러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리스의 그렉시트 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1분기에도 외국인 투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 1분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오히려 23억4천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 한국 수출부진 우려…가격경쟁력 하락
그리스 사태는 한국 수출기업에도 직접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리스 사태로 유럽 실물경기가 충격을 받으면서 소비심리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지난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원화 절상이 더욱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겹치면 우리 기업이 받을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리스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지난해 대비 한국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증감률은 1.4%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태가 디폴트에 그치지 않고 그렉시트 우려가 확산된다면 수출증감률은 7.3%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상당히 반영됐기 때문에 유럽의 실물경기 악화 및 유로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기업 차원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유럽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 지원책을 강화하고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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