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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 승계는 '집안일'이 아니다"

경제개혁연대 "이재용, 타이틀만 물려받으려는 꼼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게 됐다. 전임 이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이 사실상 3세 총수가 됐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읽힌다.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 경영권을 승계할 당시, 이들 공익재단을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했던 역사가 있다. 일단, 삼성 측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재단 이사장 선임 소식이 발표된 15일 오전, 삼성 고위관계자는 "상속세는 법대로 다 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혹 어린 시선은 남아 있다. 이들 재단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기업 지분을 꽤 갖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의 지분 2.18%를 갖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68%, 삼성화재 3.06%, 제일모직 0.81%, 삼성전자 0.02%, 삼성SDI 0.58%, 삼성물산 0.07%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모두 2014년 말 기준.)

경제개혁연대가 15일 논평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두 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기로 한 것은 단순히 사회공헌 및 문화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 단체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공익재단을 편법적 승계수단으로 악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리 사회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리고 경제개혁연대는 "실제로 공익재단을 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뼈아픈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문제는 또 있다. 늘 나오는 지적, 그런데 고쳐지지 않는 문제다. '지위와 책임 사이의 불일치'가 그것. 이번 결정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상장한 삼성 계열사 가운데 단 한 곳에서도 등기 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오래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등기 이사다.

이런 상태로 이 부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데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경영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나 주주의 평가를 회피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라는 타이틀만을 물려받으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역시 문제다. 이번 결정은 일종의 '깜짝쇼' 라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평가다. 아무런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의 총수 승계는 결코 '집안 일'이 아니"라며 "무엇보다 사회의 승인과 주주의 승인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승계 과정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노조 경영원칙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문제제기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검증을 받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날 논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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