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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 트레이드로 본 주전포수=10승투수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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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성우 트레이드로 본 주전포수=10승투수의 가치

[베이스볼 Lab.] kt와 롯데의 4:5 트레이드 이해해 보기

“절대 트레이드 불가 선수다.”
“10승 투수급 가치를 갖고 있다.”
“박병호에 10승 투수를 얹어주면 생각해 보겠다.”

한때 장성우 트레이드설이 나올 때마다 롯데 쪽에서 나오곤 하던 이야기입니다.

“박세웅은 트레이드 카드로 쓰지 않는다.”
“팀 내 최고의 유망주 투수다.”
“팀의 앞으로 10년 미래를 책임질 선수다.”

그간 다른 구단에서 트레이드 대가로 박세웅을 요구할 때마다 kt 쪽이 하던 이야기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 5월 2일 이전 얘기입니다. 한때 ‘절대 트레이드 불가’였던 장성우와 박세웅이 이제는 유니폼을 바꿔 입고 있으니까요. 지난 2일 kt와 롯데는 투수 최대성, 포수 장성우, 윤여운, 내야수 이창진, 외야수 하준호가 kt로 가고 kt 투수 박세웅, 이성민, 조현우, 포수 안중열이 롯데로 오는 5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무려 9명이나 되는 선수가 한꺼번에 유니폼을 갈아입었으니 KBO 리그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입니다.


많은 선수가 오고 가긴 했지만, 역시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장성우와 박세웅입니다. 애초에 트레이드 협상이 시작된 게 두 선수 때문이고, 양 팀이 트레이드를 한 가장 중요한 목적도 두 선수에게 있으니까요.


재미난 건 kt와 롯데 양팀 다 당초 공언과는 조금은 다른 대가를 손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롯데는 줄곧 장성우를 두고 ‘10승 투수를 줘도 안 바꾼다’고 했지만, 박세웅은 아직 1군에서 10승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박세웅의 성공 가능성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얘깁니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는 박세웅을 내준 kt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 포수’라는 평을 듣던 장성우이지만, 아직 실제로 1군에서 풀타임 주전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팀의 에이스 투수를 주고 데려올 만큼 kt는 장성우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kt와 롯데의 이번 트레이드가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간 KBO리그에서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계륵이나 자기 팀에 필요 없는 자원을 바꾸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다릅니다. kt와 롯데는 서로가 가진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자원을 그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자원과 맞바꿨습니다. 지금껏 KBO리그 역사에 이런 트레이드는 없었습니다.


주전 포수와 10승 투수의 희소가치


현재 KBO리그에서 공수를 겸비한 주전감 포수와 10승이 가능한 수준급 선발투수는 가장 희소성이 크고 구하기 힘든 자원입니다. 흔히 홈런타자를 귀하다고 이야기하지만, 2014시즌 기준으로 리그에서 15홈런 이상 때려낸 타자만 27명으로 팀당 평균 3명에 달했습니다. 3할타자도 마찬가지. 2014년 리그 규정타석 3할 이상 타자는 총 36명으로 팀당 평균 4명꼴입니다. 발 빠른 야수는 어떨까요. 2014년 두 자리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만 총 30명이었습니다. 역시 팀당 3명을 넘는 숫자죠. 홈런타자도 3할타자도 다들 귀하고 가치 있는 자원이긴 하지만,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구하기 힘든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한 주전 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의 표는 2014 KBO리그에서 각 포지션별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상위 9명의 WAR 합계와 평균을 정리한 것입니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낮은 WAR 평균을 기록한 포지션은 바로 포수였으며, WAR 1승 이상을 올린 선수 수가 가장 적은 포지션도 포수였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WAR 1승 이상을 올린 포수는 SK 이재원(4.0), 두산 양의지(1.9), 롯데 강민호(1.0) 세 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연 300타석 이상 출전한 포수는 5명, 200타석 이상 출전하며 장타율 4할 이상을 올린 포수도 5명에 그쳤습니다. SK, 두산, 롯데 등 몇몇 축복받은 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은 주전포수의 허약한 방망이 때문에 골치를 앓거나, 수비형 포수 여럿을 돌아가며 기용하는 식으로 시즌을 치렀습니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의 KBO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에 타격까지 갖춘 포수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트레이드 시장에는 애초에 이런 선수가 나오질 않습니다. 수가 적으니 FA로 구할 가능성은 더 희박하죠. 2013년 강민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100억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팀에서 육성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포수 포지션에 재능 있는 유망주 수도 적은데다가,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 특성상 키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두산 양의지, 넥센 박동원도 퓨처스리그와 군 팀에서 다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주전으로 성장한 선수들입니다.

▲kt 위즈로 이적한 대형 포수 장성우. ⓒkt위즈


희소가치가 높기는 선발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야구의 불펜야구 경향이 착시를 빚기는 하지만, 원래 선발투수는 불펜투수보다 훨씬 키우기 힘들고 가치도 높은 자원입니다. 그 증거로 선발투수가 불펜으로 전향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많지만, 불펜투수가 선발로 나와서 잘 버티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쩌다 한 두 경기 선발로 나와 잘 던지는 경우는 있지만,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는 찾기 어렵죠.


2014시즌 KBO리그에서 WAR 1승 이상을 기록한 선발투수는 총 30명. 이 중 외국인 투수를 제외한 국내 선발요원은 15명으로 팀당 평균 1.66명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30세 이하 젊은 선발투수로 범위를 제한하면 WAR 1 이상 투수는 8명 뿐이고, 25세 이하의 젊은 투수는 이태양과 유창식(WAR 1.0) 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이태양은 최근 토미존 수술대에 오르면서 내년 시즌에나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상태죠. 같은 기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WAR 1승 이상을 올린 25세 이하 선발투수는 38명이나 됐습니다. 이처럼 선발투수 씨가 마른 상황이다 보니 30대 중반 나이의 윤성환과 이제 막 30세가 된 장원준이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운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kt와 롯데의 트레이드가 윈-윈인 이유


물론 장성우는 아직 1군 풀타임 주전포수로 한 시즌을 보낸 경험이 없고, 박세웅도 1군에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킨 경험이 없는 투수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그간 경력과 올 시즌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어쩌면 당장 올 시즌부터 1군 주전 포수와 10승 투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kt와 롯데가 둘을 맞바꾼 것도 이런 가능성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우선 장성우의 경우. 장성우는 2009년 데뷔 후 퓨처스리그와 1군을 합쳐 300경기 이상 포수로 출전하며 경기 경험을 쌓았습니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은 경찰청 소속으로 2년 연속 풀시즌을 소화하며 총 164경기를 소화했고, 무시무시한 공격력도 선보이며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올해는 kt 이적 전까지 23경기에서 3홈런에 장타율 0.510을 기록하며 모두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7년의 프로 경력과 25세의 나이, 군인 팀에서의 경험은 앞서 1군 주전으로 성장한 양의지, 이재원, 박동원 등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집니다. 주전포수가 될 모든 준비가 끝난 가운데, 매일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출전 기회만 주어지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생팀인 kt가 이 정도 포수 자원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요? 팀내 젊은 포수들이 성장한 4~5년 뒤라면 몰라도, 단시일 내에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기존 구단이라면 포수 유망주가 경험을 쌓고 군복무를 마칠 동안 버텨줄 베테랑 포수들이 있지만, 1군 경험 없는 포수들만 가득한 kt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물론 용덕한도 좋은 수비력을 갖춘 훌륭한 포수이긴 하지만, 나이와 공격력을 감안하면 주전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더 어울리죠.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젊고 어느 정도 공격력을 갖춘 주전포수와 수비력 좋은 베테랑 백업 포수 조합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장성우의 영입으로, kt는 주전 포수를 키워내는데 필요한 4~5년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적어도 포수 자리 하나만큼은, 기존 상위권 팀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대등한 레벨에 올라서게 된 셈입니다.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는 팀은 수비력은 물론 투수력까지도 안정되는 효과를 누립니다. 포수 자리에서 좋은 공격력을 발휘하는 팀은, 자동아웃 포수를 보유한 팀과 비교해 득점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죠.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장성우 합류 이후 3경기에서 kt 타선은 평균 7.66점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기는 롯데가 영입한 박세웅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KBO리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면서, 데뷔하자마자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거의 보기 드뭅니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는 퓨처스리그에서조차 거의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고 3군부터 출발합니다. 신인 투수가 입단 첫해 퓨처스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기용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죠. 그런데 박세웅은 19살인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1경기에서 118이닝을 투구하며 123개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퓨처스리그에는 19살에 풀타임 선발을 뛰는 투수도, 연 100이닝을 던지는 투수도, 100이닝 이상 던지면서 그보다 많은 삼진을 잡는 투수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박세웅은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했습니다.


박세웅은 1군 진입 첫해인 올 시즌에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6번의 선발등판 중 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마지막 선발등판인 NC전에서는 7이닝을 5피안타 무4사구 2실점으로 버티며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세웅이 NC전 이전까지 5경기에서 상대한 팀은 삼성(2경기), SK(1경기), 넥센(2경기)로 각각 리그 1위, 3위, 4위를 달리는 강팀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박세웅은 유망주이기도 하지만, 준비된 즉시전력감 선발투수라고 봐야 합니다. 4-5선발이 다소 약한 편인 롯데에서 바로 선발투수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죠.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로 미뤄볼 때, 아주 가까운 시기에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세웅의 올해 나이는 스무 살입니다.
주로 장성우-박세웅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긴 했지만, 함께 팀을 옮긴 선수들도 kt와 롯데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먼저 롯데 쪽을 살펴보면, 대졸 3년차 우완 이성민이 당장 불펜 쪽 약점을 채워줄 카드로 기대해볼 만합니다. 140km/h 초반대 빠른 볼과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투심을 갖춘 이성민은 지난 두 시즌 동안 NC 불펜에서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다만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데뷔 3년만에 두 번이나 소속팀을 옮겼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선수 본인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좌완인 조현우도 제구력과 게임운영 능력, 변화구의 감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기대할 만한 투수입니다. 다만 부상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1군 진입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안중열 영입도 롯데에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롯데가 강민호-장성우를 데리고 행복한 고민을 하긴 했지만, 사실 롯데에 필요한 건 강민호의 경쟁자(장성우)가 아닌 강민호의 뒤를 이을 후계자였죠. 나이와 경력을 감안하면 장성우는 강민호 뒤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까운 선수였습니다.


이 면에서 스무살 신인인 안중열은 딱 들어맞는 퍼즐 조각입니다. 안중열은 작년 퓨처스리그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보였고, 조범현 kt 감독이 미래 주전포수감으로 기대할 만큼 좋은 자질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좋은 포수라도 당장 1군에서 주전으로 마스크를 쓴다는 건 무리입니다. 전설적인 포수 박경완도, 강민호도 1군 주전포수가 되기까지는 3년 이상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고교급이라던 정상호도 20대 후반에서야 주전 자리를 꿰찼습니다. 안중열도 1군 주전포수로 성장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에는 이미 강민호라는 확고부동한 주전이 있는 만큼, 안중열은 앞으로 몇 년간 백업 포수로 뒤를 받치면서 차근차근 성장할 시간을 얻게 됐습니다. 잘만 성장한다면 몇 년 뒤에는 강민호의 뒤를 이어 롯데 안방을 책임지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겠죠. 고교 시절 감독인 김민호 수석코치(부산고)와 라이벌팀 경남고 감독을 지낸 이종운 감독은 안중열의 성향은 물론 장단점도 훤히 꿰뚫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어린 포수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번에는 kt 입장을 볼 차례입니다. kt는 이전까지 외부 영입을 통해 기량이 하락세에 접어든 노장 선수들을 받아오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에서는 노장보다는 한창 젊은 나이의 선수들을 데려왔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트레이드 이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하준호가 대표적입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하준호는 이미 지난 시즌에도 타격 재능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비시 타구판단에 다소 약점은 있지만, 공격력과 주루능력이 원체 뛰어나 kt 득점력에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포수 윤여운도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대졸 포수라는 점에서 즉시 전력감에 속합니다. 성균관대 시절에는 좋은 수비력에 장타력까지 겸비한 포수로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장성우-용덕한의 뒤를 잇는 세 번째 포수로 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국대 출신 내야수 이창진도 빠른 발에 배트에 맞히는 능력, 작전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야에서 전천후 백업 요원,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하준호-윤여운-이창진을 조현우-안중열의 반대급부로 본다면, 아주 어린 유망주를 주고 그보다 약간 나이 있고 프로 경험이 있는 유망주로 바꿨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한편 강속구 투수로 잘 알려진 최대성은 신인 투수들로 채워진 kt 불펜에 경험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최대성은 2004년에 데뷔해 kt 이적 전까지 12시즌 통산 211경기에 등판해 26세이브 2홀드를 기록한 베테랑 불펜 투수입니다. 전성기보다는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140km/h 중후반 빠른 볼을 갖추고 있어, 팀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kt로서는 팀 전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나면, 이기는 경기 7-8회에는 장시환을 기용하고 9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최대성을 올리는 식의 불펜 운영도 시도해볼 만합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롯데와 kt 양팀 다 확실한 플러스 효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윈-윈 트레이드라고 할 만합니다. 롯데는 약점인 선발과 불펜 한 자리를 보강했고, 미래의 에이스와 주전포수감을 확보했습니다. 시즌 전까지 대부분의 전문가가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트레이드 결과에 따라서는 5위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한 구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kt도 기존 상위권 팀 못지않은 좋은 포수를 확보하면서 1군 선수층을 보강하고 불펜에 경험을 더했습니다. 트레이드 직후 치른 한화와 3연전에서는 2승 1패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며 벌써부터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모습입니다.

▲kt 에이스로 활약한 박세웅. ⓒkt위즈


다만 kt는 이번 트레이드로 내준 선수가 하필 박세웅이라는 점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박세웅이 차지한 팀 내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박세웅은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팀 에이스로 대활약을 펼쳤고, 많은 팬이 박세웅의 호투를 보며 kt의 팬이 됐습니다. 외부영입 선수인 이대형 정도를 제외하면, 팀내에서 사실상 최고 인기 선수로 봐야 합니다. kt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이런 선수를 내줬다는 건 트레이드 득실을 떠나 프로 팀에는 적지 않은 손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박세웅 이후에도 kt에는 아직 재능 있는 투수 유망주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심재민, 엄상백 등 1군에서 활약중인 투수들은 물론 주권, 홍성무 등 나이 어린 투수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중 누구도 박세웅만큼 1군 레벨에 근접한 투수, 팬들의 많은 호응을 받은 투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넘치는 유망주도 계속해서 소모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현재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유망주를 파는 트레이드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위기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린 만큼, 이제부터는 긴 호흡으로 내실을 다지고 팀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스타를 키워가야 할 때입니다.


끝으로, 과거 탬파베이 레이스 창단 초기 단장을 지낸 척 라마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라마는 단장직을 물러난 뒤 한참 뒤에 자신의 재임기를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kt 위즈에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때 우리는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을 통해 팀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정 정도 메이저리그 게임도 승리하려고 했지요. 돌이켜보면 63승을 하든 65승을 하든, 그도 아니면 67승을 하든 누가 신경이나 씁니까? 호되게 얻어맞는 대신 핵심 선수들로 채워 넣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 중에서)

기록출처: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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