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그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여야 정객의 이름이 관심을 끌고 있다.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도 충청 출신이다.
생전에 성완종 전 회장은 충청 지역 시공 능력 1위 기업인 건설 업체 경남기업을 토대로 충청권 출신의 정치권 인사들과 전 방위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와 함께 오르내리는 '충청포럼'은 지난 2000년 성 전 회장이 창립을 주도한 대표적인 충청 지역 네트워크 조직이다. 애초 언론인이 중심이 되었으나, 나중에는 정치인도 참여하는 조직이 되었다.
성완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도 입김?
성 전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은 충청포럼의 면면을 보면 충청권의 여야 정객이 사실상 총망라되었다. 현역 여야 국회의원 중에 충청포럼을 매개로 성 전 회장과 친밀하게 지낸 인사들은 줄잡아 20∼30여 명에 이르는 수준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인제 최고위원,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북도지사를 지낸 정우택 의원, 충남부지사 출신인 이명수 의원, 역시 충남부지사를 지낸 초선의 김동완·김태흠 의원, 대전 시장 출신 박성효 의원과 서울 노원구청장 출신인 이노근 의원 등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의원,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전병헌 최고위원, 양승조 의원 등이 충청포럼에 적을 두거나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
평소 성완종 전 회장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충청포럼의 멤버"라고 내세워 왔으며 "차관급 이상만 10명만 넘는다"고 그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실제로 충청도 출신의 대권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곤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은 성완종 전 회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마련된 성완종 전 회장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친동생 반기상 씨가 지지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반 씨는 이 자리에서 "형님께서 특별히 전화해서 (이 자리에) 찾았다"며 "성 후보와는 가족 친구 같은 관계로 큰 머슴감"이라고 반기문 총장과 성 전 총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반 씨는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서도 성 전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운찬 전 총리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서 성완종 전 회장의 선전을 기원했다. 평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정 전 총리와의 친분을 내세웠던 성 전 회장의 발언이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성 전 회장은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옛 선진통일당 후보로 나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축하 메시지?
하지만 성완종 전 회장이 2012년 국회의원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 전 회장은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고 나서 정치권 진출을 위해서 말 그대로 광폭 질주했다. 그는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의 특보단장을 지내는 것을 시작으로 2000년 16대 총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자민련으로 국회의원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특히 2004년에는 자민련에 불법 정치 자금 16억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다음해 특별 사면을 받았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적극 지원했고,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08년과 2012년 연거푸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2012년에는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다 결국 선진통일당 후보로 공천을 받고서야 국회의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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