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맹 가치 내팽개친 트럼프,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과 '의리' 지켜야 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맹 가치 내팽개친 트럼프,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과 '의리' 지켜야 하나

[인터뷰] <슬기로운 동맹생활> 펴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우리도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지난해 11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첨예해진 국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은 중국보다 무역에서 우리를 더 많이 이용했다"라고 말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소유권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됐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전에 없던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최근 저서 <슬기로운 동맹생활>을 펴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은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필터'를 없애버렸다"며 "규범이든 동맹의 역사든 도덕이든 가치든 혹은 위선이든 뭐든 간에 한미 간에도 이런 필터가 없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양자 차원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소외·고립시키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가 맞기도 하다. 트럼프 때문에 안 친했던 국가들이, 심지어 이란과 사우디가 전쟁에 반대하는 회담을 하고 인도와 EU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캐나다와 중국이 만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집권 이후 미국의 동맹 관계는 이전과 달라졌는데, 한국은 여전히 미국을 '가치'로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트럼프 인식 속에서 이런 필터를 걷어내면 우리는 덴마크, 그린란드나 다를 바가 없는데 우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종의 '인지부조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잘해줘야 미국이 우리를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미국은 상대를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데 우리는 미국을 의리의 상대, 명분의 상대로 보고 있다"며 "이러면 결국 미국에 다 뺏긴다. 상대가 철저하게 거래로 간다면 우리도 의리, 명분의 필터를 걷어 내야 한다"고 조언헀다.

김 의원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미국에 대해 합리적 이익을 보고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방법이다. 우리가 조선과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데 이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우리 외에 이 분야의 기술을 받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실리를 최우선에 두고 미국과 관세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와중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미국에 대한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일본의 이런 행보가 우리한테는 민폐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를 실행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랑할 수 있게 됐고, 그러면서 한국이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의 이같은 선택에 우리도 동조해야 할까? 김 의원은 "호주나 캐나다, 인도 같은 나라와 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브릭스(BRICS)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균형외교'를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맹이 있는 국가가 어차피 균형외교를 할 수 없고, 실제로 한국의 어떤 정부도 균형외교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미국과 동맹이지만 우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한다는 기본 입장이 필요하다. 이게 인도와 유럽연합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한미 동맹이 근간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중국과 협력할 수 있고 러시아를 관리할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20일 국회의원회관 김준형 국회의원실에서 진행됐다. 김 의원의 신간 출간 관련 북콘서트는 24일 오후 7시 청년문화공간 JU 5층 니콜라오홀에서 열린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신간 <슬기로운 동맹생활>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대외 정책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1의 필살기'로 '버팀의 미학'을 강조했다. 트럼프 첫 임기 때 한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시간을 끌었고 이후 트럼프 낙선으로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국회에서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또 핵추진잠수함과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 문제 등 안보 사안도 관세 문제와 연관돼있다는 진술도 나온다. 이처럼 우리가 조급해지면 미국의 압박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

김준형 : 미국 입장에서는 경제와 안보가 연결돼 있는 것이 맞다. 우리는 안보에서 양보하면 경제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트럼프의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약소국은 '패키지' 방식으로 협상을 하면 안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의 '필터'를 없애버렸다. 규범이든 동맹의 역사든 도덕이든 가치든 혹은 위선이든 뭐든 간에 한미 간에도 이런 필터가 없어졌다.

존 P. 월터스 허드슨 연구소 회장이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한국에 '솔직히 지금까지 한미관계는 국가 간 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그러니까 미국이 그동안 한국을 봐준 것이라면서 이제는 힘 차이 만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인식 속에서 기존 동맹이 가지고 있던 필터를 걷어내면 우리는 덴마크, 그린란드나 다를 바 없는데 우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일종의 인지부조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끊임없이 미국에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잘해줘야 미국이 우리를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있다.

우리가 예전 방식으로 미국을 대하면 대할수록 트럼프에 더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이 나왔을 때 반대 토론을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맹을 반대해서 반대토론을 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미국은 상대를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데 우리는 미국을 의리의 상대, 명분의 상대로 보고 있다. 이러면 결국 미국에 다 뺏긴다.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철저하게 거래로 간다면 우리도 의리, 명분의 필터를 걷어 내야 한다.

일단 미국의 압박에 관세 협상은 했지만 이제 '실행투쟁'과 '해석전쟁'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미국에 대해 합리적 이익을 보고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 방법이다. 우리가 조선과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데 이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우리 외에 이 분야의 기술을 받을 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조업을 잘하는 국가가 4곳이 있는데 독일과 일본은 이 분야는 잘 못하고 중국은 미국이 제외했으니 남은 건 우리밖에 없다. 이걸 가지고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예측하기보다는 첫 반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애초에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첫 반응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티는 게 중요하다. 그린란드 소유권을 내놓으라는 미국에 덴마크가 끝까지 버티니까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협박도 결국 없어지지 않았나. 캐나다도 그렇게 버텼다. 그런데 한국은 이게 안 된다. 그래서 한미 관계가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는 것이다.

▲ <슬기로운 동맹생활>, 김준형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물론 한국의 대통령도 미국에 버텼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실제 미국의 요구에 버텨내지 못했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가 미국에 버티기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긴 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관세 협상에서 최고의 소득은 국민들에게 미국의 요구를 솔직하게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일본은 미국과 그렇게 협상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본인은 이렇게 하면 탄핵당한다면서 거부 의사를 표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도 한국 내 협상에 대한 여론이 흔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단속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금의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생각이 변했고, 그래서 옛날보다는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캐나다나 인도처럼 대놓고 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서둘러 만들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은 입법 주권 침해하지 말라고 하고 대통령은 "빨리 할게" 라고 하면서 양면 게임으로 가야 된다. 여기서 밀리면 미국은 "우리가 한 번 뭐라고 하니까 한국이 원하는대로 해주네? 그럼 더 밀어도 되겠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덧붙여 안보는 안보 문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우리 자체 방위비 증강 요구, 그리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이 사안들을 어떻게 조정해가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찾아올 것인가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가 평택 미군기지 소유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미국이 한국에 임대료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누가 생각해도 이건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문제인데 우리는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임대료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넣어야 한다.

세계에서 미군 주둔에 대한 분담금을 내는 나라가 세 국가가 있는데, 독일은 기지 사용료로 이를 대체하고 있고 일본은 현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미국이 예산을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서 집행한 이후 남은 금액은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만 총액을 계산해서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 실행한다는 일본, 한국에 민폐

프레시안 : 책에서 두 번째 필살기로 '함께, 연대의 미학'을 언급했다. 처지가 유사한 일본, 유럽, 캐나다, 멕시코, 호주 같은 나라들과 함께 '트럼피즘'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를 압승하자마자 대미 투자를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시설, 원유 수출 등 에너지 분야와 중국을 겨냥한 합성 다이아몬드 시설에 대해 36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카이치 정부가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과 연대보다는 트럼프에 빠르게 순응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일본의 행보가 한국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김준형 : 우리한테는 민폐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를 실행하면서 트럼프는 이를 자랑할 수 있게 됐고, 그러면서 한국이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참모들은 일본이 저렇게 하려고 하니 한국에 투자를 재촉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일본은 이런 선택을 했지만, 우리는 호주나 캐나다, 인도 같은 나라하고 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브릭스(BRICS)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들어가야 한다.

브릭스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 연계되는데, 러시아와 중국 등이 자기들 통화로 거래 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당장 달러 패권이 뒤집어지진 않겠지만 대안이 생기고 미국이 통화를 통한 제재를 못하는 시대가 오면 브릭스는 과거의 제3세계와는 다른 아주 강력한 체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 발을 걸쳐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뮌헨 안보 회의에서 최초로 중국, 프랑스, 독일 외무장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중국에 방문하는 등 유럽이 중국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유럽의 흐름을 따라가야 되는 건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보는지?

김준형 : 지금이 아닌 트럼프 정부 초기 한창 관세를 협상하던 시점에서 보면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드는 나라로 인도와 캐나다 등이 있고 완전히 항복한 나라가 EU(유럽연합), 일본 등이 있는데 우리는 버티면서도 대들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실리를 챙겼다. 제3의 모델을 만든 셈이다.

이걸 계속 유지하면서 관세 협상과 관련한 해석 전쟁 및 실행 투쟁에서 버텨내야 되는데 우리 내부에서 누수가 생기고 일본이 저렇게 빠져버리다 보니 좀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더 버텨야 됐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소위 '타코'(TACO,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 상대를 강하게 위협했으면서도 결국에는 물러서는 트럼프 식 협상을 조롱하는 의미로 등장한 단어다.) 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미국의 재산업화, 제조업 부활은 우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이것이 미국과 협상에서 우리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법을 만들어 놓고 미국에게 뜯길 것 다 뜯기면, 트럼프가 침몰해도 우리는 미국에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묶여 버리게 된다. 관세만 보더라도 미국 내에서 대법원 판결로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섣불리 법을 제정했다면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올가미에 걸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양자 차원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소외·고립시키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트럼프가 '피스 메이커'가 맞기도 하다. 트럼프 때문에 안 친했던 국가들이, 심지어 이란과 사우디가 전쟁에 반대하는 회담을 하고 인도와 EU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캐나다와 중국이 만나고 있지 않나.

미국의 강점 중에 하나가 전 세계에 동맹과 우방국이 60개 이상 있었다는 것인데 트럼프가 이러한 동맹을 다 걷어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몰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계속 버티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를 사용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중국 카드는 매우 유용하다.

프레시안 : 중국 카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가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을까?

김준형 : 미중 중에 누구도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한다. 지금 또 중국이 착해지고 있다. 미국 때문에. 예를 들어 중국은 북한의 대북 제재 해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소위 '책임대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으로부터의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유무역, AI, 다자주의 등을 강조해야 한다. 지난해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마지막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이건 트럼프의 '파편화'와 반대되는 의제다. 중국도 이러한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기본적으로 미국과 절연할 수 없다는 건 아는데 최소한의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중간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한중은 수직적 관계가 깨지고 경쟁관계가 된 건 맞지만, 여전히 중국은 우리를 서방의 공급망을 향한 일종의 관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카드가 유용하다.

안보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평화의 중재자가 되어 달라고 했는데 이게 북한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다. 한반도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국과 접점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한반도와 관련해 안보든 경제든 미국하고의 접점보다 중국하고 접점이 훨씬 많다.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을 보면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한미관계는 깊어지고 군사동맹은 약화돼야

프레시안 : 책에서 세 번째 필살기로 '자주의 미학'을 꼽았다. "한미동맹의 유효 기간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한미 동맹을 대체할 수 있는 '자주의 미학'은 무엇인가?

김준형 : 앞서 말했듯 한미 동맹관계에서 조지아 사태가 큰 변곡점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자주'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흔들었고 '필터'를 걷어내면서 이렇게 된 측면도 있다.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하지만 군사동맹은 약화되는 것이 우리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군사동맹은 적이 선명해야 완성되는 것인데, 남북이 좋지 않을 때 동맹이 제일 강해진다. 물론 군사동맹은 억지력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적극적 평화를 위해서는 장애물이 된다. 특히 동북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로 가면 평화와는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균형외교'를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동맹이 있는 국가가 균형외교를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국이 균형 외교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은 왜 쓰는 것인가.

미국과 동맹이지만 우리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전략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한다는 기본 입장이 필요하다. 이게 인도와 유럽연합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것인데, 한미 동맹이 근간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중국과 협력할 수 있고 러시아를 관리할 여지가 생긴다.

프레시안 : 책에서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민족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 사회적 이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민족주의는 평화와 공존, 그리고 다양한 주체(다문화,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가 함께 만드는 열린 민족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도와는 무관하게 민족주의를 강조하면 오히려 배타성이 커지지는 않을지?

김준형 : 민족주의가 제3세계에서는 반제국주의의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세계는 미국의 약탈에 대해 저항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구조는 안바꾸고 개인의 성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세계적차원에서 보자면 과거 식민지였던 우리가 구조는 변화시키지 않고 우리만 선진국처럼 된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라든지 식민지 국가에게 저항적 민족주의로 우리같은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현재 세계가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세계화'가 사실상 종료된 상황에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족적 긍지를 가지되 우리는 열려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 용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평화위원회 만들면서 이란 공격한다? 정리되지 않는 미국

프레시안 :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에 이어 이란 공격까지 앞두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해외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추구하지 않았나?

김준형 : 원래 9월에 나왔어야 할 국가안보전략(NSS)과 11월에 나왔어야 할 국가방위전략(NDS)이 다소 미뤄졌다. 지금 미국 내에서 두 세력이 각자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비용과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와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정책차관이, 다른 한쪽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등 네오콘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조율하느라 출간이 늦어진 것 같다. 트럼프의 세계관은 유럽은 러시아가, 아시아는 중국이, 아메리카는 미국이 접수한다는 식인데, NDS에는 제1도련선을 언급하면서 중국 견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건 중국에 대해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멸절시켜야 된다는 네오콘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1기 때 네오콘과 지금의 네오콘이 좀 다르다. 1기 때 네오콘들이 어떻게 경질됐는지를 보게 된 2기 네오콘들은 이란이나 쿠바 등에 대해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며 '사부작사부작'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에이펙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는데, 중국을 국빈으로 초청해놓고 이런 회담을 가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건 트럼프의 방식이라기보다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을 여전히 강조하는 세력과 한국에 역할을 넘기려는 세력이 모두 존재하는 미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은 이 기회에 전작권을 가져와서 전략적 자율성의 토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악은 돈은 돈대로 뜯기고 대중국 첨병이 되는 건데, 트럼프를 꼬셔서 원하는 대로 질러주고 전작권은 가져오는 게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트럼프는 실제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될까?

김준형 :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더라도 주요 요인 암살, 혁명수비대 폭격, 핵시설이나 미사일 기지 폭격 등 제한적인 공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상대국에 '충격과 공포'를 준 다음에 얻을 것을 얻어내는 것인데 이란과 쿠바의 경우 최종적으로 무엇이 목표인지에 대한 '엔드게임'(Endgame)이 불명확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경우 석유가 있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광물이 있는데 쿠바는 아무것도 없다. 이란도 가져올 것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의 경우 '서반구'전략에 들어가 있는 지역이기라도 했는데 이란은 또 다르다.

프레시안 : 이대로 가면 트럼프와 공화당이 올해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김준형 : 하원은 거의 그렇게 간다고 봐야하고 상원도 위험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극단적으로 아예 중간선거를 안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정말로 완패할 거라고 생각하면 소요를 일으켜서 선거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 부정선거론의 핵심이 우편투표인데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그래서 우편투표를 무산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미국은 유권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사전에 등록을 하고 이후 투표날에 실제 투표를 해야 한다. 더군다나 투표날은 우리처럼 휴일이 아니다. 따라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투표하기가 힘들어서 민주당이 이를 바꾸려고 우편투표를 도입한 것이다. 우편 투표를 하면 신원 확인과 투표가 한 번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걸 금지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행정명령으로 가능하다.

또는 투표 현장에서 ICE등과 유사한 감시단 또는 민병대를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투표장에 가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투표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가 여러 방식을 활용해 '부정선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