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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왜 양훈 트레이드를 감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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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왜 양훈 트레이드를 감행했을까

[베이스볼 Lab.] 김성근 감독, 급한 불은 껐으나…

8일, 한화 이글스는 우완투수 양훈을 내주고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성열과 포수 허도환을 영입했다. 그간 넥센을 비롯한 몇몇 구단 간에 물밑 트레이드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한화와 넥센 두 팀 모두 필요한 부분을 채운 트레이드다. 한화는 조인성의 부상 공백으로 생긴 포수 문제를 해결할 임시방편을 얻었다. 지난 7일 경기에서 드러나듯, 그동안 한화는 포수들의 수비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31세의 허도환은 2007년 두산에 입단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넥센 주력 포수로 활약했다. 1군 출전 경기수만 383경기로 정범모(262경기)를 비롯한 한화 포수들보다 경험 면에서 우위에 있다. 2루 송구 능력은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플레이트 뒤에서의 움직임이 좋고 성실한 스타일이라 김성근 감독의 취향에도 잘 부합한다. 현재 넥센에서 젊은 포수들에 밀려 사실상 전력 외가 된 상황이었기에, 한화 이적이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도환과 함께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성열은 로우 파워가 돋보이는 지명타자-외야수 요원. 한화는 팀홈런 9위(2개)-팀장타율 10위(0.331)로 장타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통산 85홈런을 기록 중인 이성열의 가세는 라인업에 파워를 더할 수 있다. 또 이성열도 허도환과 마찬가지로 넥센 팀 내 입지가 극히 좁아진 상황. 가진 툴이 파워 하나뿐인 이성열의 스타일은 넥센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에서는 'FA 미아'가 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화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 본인에게는 좋은 트레이드다.

한화에게 이번 트레이드는 시즌 초반 위기를 넘기기 위한 선택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팀이 얻을 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5시즌 동안 WAR 1.4를 올린 허도환은 리그에서 가장 타격이 약한 포수 중 하나이며, 백업 포수 이상의 기여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격력이 있는 조인성 복귀 시 제2의 포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공격력이 강점인 정범모의 출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성열은 배트에만 일단 맞으면 담장을 넘길 파워가 있지만, 배트에 잘 맞추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성열은 역대 KBO리그 1000타석 이상 타자 중 두 번째로 높은 타석당 삼진%(30.56%, 1위 퀸란 33.01%)을 기록하고 있다. 외야 수비면에서도 기존 한화 코너 외야수인 최진행, 김태완 등에 비해 크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성열 영입으로 한화는 외야수로 세우기 힘든 지명 타잣감 거포 세 명을 한꺼번에 보유하게 됐다.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성열의 영입이 수비력을 강화하고 세밀한 야구로 전환을 시도하는 한화의 방향과 맞는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반면 투수력 약세로 초반 어려움을 겪은 넥센은 아직 20대 나이의 잠재력 있는 투수를 거의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영입했다. 양훈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한화 마운드에서 류현진 다음으로 좋은 투수였으며(2009년 WAR 1.2, 2011년 WAR 1.5), 지난 2년간 경찰청 복무로 군 문제도 해결된 상태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몸 상태가 정상 궤도에 오른 뒤에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발진과 불펜 모두 문제가 생긴 넥센으로서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 명확한 트레이드 경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트레이드에는 시즌 초 고비를 넘기기 위한 한화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팀 리빌딩을 추진 중인 한화 구단으로서는 젊은 투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 정근우, 조인성 등 앞으로 복귀할 야수는 풍부하지만 새롭게 올라올 만한 투수는 없는 상황에서 젊은 투수를 내주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시절에도 박현준-김선규-윤상균 등 젊은 선수들을 주고 권용관-안치용-이재영-최동수 등 노장을 받는 트레이드를 구단에 요청해 성사시킨 바 있다. 그해 SK는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포수 정상호 트레이드를 시도하는가 하면, 박희수를 내주고 박종윤을 받는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등 해당 시즌 성과에 초점을 맞춘 트레이드를 자주 시도했다. 이번 트레이드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고 풀이된다.

시즌 초반 '올인'을 택한 한화와 잉여전력을 내주고 필요전력을 채운 넥센의 트레이드가 과연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KBO리그 초반 판세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 기록제공: www.baseball-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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