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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다 땅값이 우선?…'신음하는' 제주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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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다 땅값이 우선?…'신음하는' 제주 우도

[언론네트워크] 제주 우도 홍조단괴 놓고 개발과 보전 또 '충돌'

'섬 속의 섬' 제주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紅藻團塊 海濱) 보전방안을 두고 현지 주민과 전문가들 입장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홍조단괴 해빈의 심각한 유실 우려에 학계 등 전문가들은 "철저한 보전"을 요구한 반면, 우도 주민들은 "문화재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목청을 높였다.

29일 궂은 비 날씨에도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 모니터링 및 조사연구 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린 제주시 우도면사무소 2층 회의실은 주민 20여명 이상이 자리를 채우며 홍조단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홍조류 알갱이로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독특한 구조의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이 최근 침식현상으로 면적이 감소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우도 주민들은 홍조단괴 해빈이 천연기념물로 등록돼 있어 토지 가격, 패조류 투석 등 재산권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홍조류 알갱이 백사장은 더욱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29일 우도면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 모니터링 및 조사연구 용역 최종보고회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조사용역을 의뢰한 ㈜미래해양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우도 홍조단괴해빈의 침식원인을 규명하고, 특성에 적합한 침식방지 및 합리적인 보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용역진은 홍조단괴 알갱이가 줄어드는 이유로 △기후변화에 의한 파랑(波浪) 강화 해수면 상승 호안 건설로 인한 침식 및 배후지 잠식 비사(飛砂)에 의한 영향 해저케이블 및 하우목동항 건설 등을 꼽았다.

용역진은 천연기념물인 홍조단괴 해빈의 특성 상, 여러 공법 대신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호안을 제거하고 무분별한 출입을 막을 수 있는 목재데크 등 친수공간 조성을 보전 대책안으로 내놨다.

이 같은 결과에 우도 주민들은 재산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전대책을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고진환 전 우도면 주민자치위원장은 "홍조단괴 해빈을 꼭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해야 하느냐. 섬 안에 다른 곳은 평당 200만~300만 원을 호가하는데 홍조단괴 일대는 보전지구로 묶여 1만 원에도 안 산다"며 "차라리 홍조단괴 해빈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차량 통행도 막고 주변 땅을 정부나 제주도가 매입해서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해녀들도 "천연기념물이라 바다에 패조류 투석사업도 하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고 위원장 주장을 거들었다.

다른 주민들도 "문화재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문화재는 필요 없다", "누구는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고 누구는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 주민간의 융합이 안된다"고 잇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이 나오자 우경식 용역 자문위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강원대학교 지질학과 교수)은 "홍조단괴 근처에 건물을 짓는 것은 한라산 꼭대기에 호텔, 리조트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민들의) 지금 말씀을 들으니 실망감이 든다. 정말 우도의 미래와 여러분들의 자손을 생각해서 말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당장 불편하니까 말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맞받아쳤다.

▲ 우도주민(뒤줄 여성)이 홍조단괴 해빈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경제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광춘(앞줄 왼쪽), 우경식(앞줄 오른쪽) 문화재청 위원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팽팽한 입장이 맞서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잠시 상기된 가운데, 자문위원들은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홍조단괴 해빈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보전대책도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종석 자문위원(부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조단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해서 천연기념물다운 보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 용역진이 내놓은 데크설치 방안은 해운대나 평범한 해수욕장에 어울리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또 "천연기념물이라면 인공적인 호안이나 데크시설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 해빈 뒤 공간을 매입해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 보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춘 자문위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상지대학교 명예교수)은 "홍조단괴 해빈의 가장 이상적인 보전 방법은 인근 토지를 매입해서 주변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며 "문화재청, 지방정부, 지역 국회의원이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보전대책은 단계적으로 순서를 정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경식 위원은 "1년이란 조사로는 홍조단괴의 변화를 이해하기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많은 해빈이 보전대책에 실패한 이유는 행정기관이나 정치인들이 충분한 학술조사 없이 서둘러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은 "궁극적으로 홍조단괴 해빈을 원형 그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켜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항구에 엑스레이라도 설치해서 홍조단괴 알갱이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할 만큼 주민들부터 적극적인 보호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용역을 의뢰한 제주시는 앞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자문위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보전대책을 정하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모니터링 작업은 올해 예산이 반영된 만큼 별도로 진행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제주도 이외에도 홍조단괴가 여러 지점에서 발견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아주 소량의 홍조단괴가 해빈퇴적물의 극히 일부만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도 해빈을 이루는 퇴적물은 거의 100%가 이러한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져 있어 그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결국 국내에서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퇴적물은 제주도 우도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 주위의 해빈퇴적물이 이러한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경우는 전 세계에서도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같은 홍조단괴해빈의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04년 4월 9일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했다.

"문화재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천연기념물 지정보호에 따른 재산상 불이익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우도만이 갖고 있는 천연자원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지속적인 우도 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전문가들 조언이 충돌한 이날도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은 높은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가고 있었다.

프레시안=제주의 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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