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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어린이집' 폐쇄?…그래도 안 달라진다!"

[해설] 일상적 폭행 방치하는 시스템…무엇이 문제인가?

폭행 사건을 일으킨 인천 어린이집을 인천 연수구가 폐쇄할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국회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을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내용을 '영유아보육법'에 담겠다며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합동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든다고 발표했다. 윤종기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번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린이집 폭행이 또 발생할 수 있으니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의 영유아 폭행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에서만, 최근 두 달 사이, 벌써 세 번째다.

수사기관, 감독기관, 심지어 입법기관까지 총출동해 마치 처음 겪는 일인양 '호들갑'이지만, 한 달 전에도 인천의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를 불과 몇 분 사이에 총 7차례 내동댕이쳤다. 그 교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기각됐고, 해당 어린이집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도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아동 폭행에 관대한 우리법의 체계, 감독기관과 어린이집의 강력한 유착 관계, 유명무실한 지도점검, 심지어는 문제가 되면 어린이집을 권리금 받고 팔아버린 뒤 다른 곳에서 개원이 가능한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여아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인천시 연수구 해당 어린이집 정문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얼굴 말고 머리 때려. 머리카락 있어서 표시 안 나"

17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이은경 원장이 최근 낸 책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진실>은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관련 기사 보기 : 아이 내동댕이친 어린이집…엄마의 눈물, 언제까지?)

이혼 가정이나 밤에 장사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을 24시간 보육하던 어느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이 퇴근하고 나면 3층 원장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한다. 이 원장은 자기 자식부터 저녁을 먹이고, 원장 아이들과 다툼이 일어나면 돌보는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곤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원장 남편이 돌보는 아이의 뺨을 후려치기도 하는데 그때 원장의 말이 가관이다.

"머리 때려. 머리카락이 있어서 표시 안 나. 얼굴 때리면 멍들고 자국 남아. 그러면 교사도 눈치채고 애 엄마가 알아챈단 말이야."

이은경 원장은 "믿기 힘들겠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는 아이를 골방에 가둬놓는 어린이집은 많다고 했다.

"다용도실 크기만 한 창고일 수도 있고 교사들 자료를 넣어두는 자료실일 수도 있다. 너무 우는 아이를 그곳에 데려다 놓는 곳이다. 일단 교사는 수업을 해야 하니 원장이 우는 아이를 돌본다. 험한 얼굴로 계속 울면 이 방에 혼자 두고 나가겠다고 겁박을 한다. 불을 끄는 시늉도 한다. (…) 잔인한 원장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데도 버릇을 고친다며 아이 혼자 놔둔 채 방 불을 끄고 문을 잠가버린다. (…)

아이는 어둡고 무서운 방에서 혼자 울면서 다시는 안 울겠다며 문 열어달라고 애원을 한다. 원장은 다시는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아침마다 올 때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울면 엄마가 간 뒤에 이 방에 혼자 두겠다고 하면 아이는 다시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당한 아이들은 체념해버리고 만다. 자신은 울음으로 말을 하지만 엄마는 진실은 모른 채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니, 혼자 있는 컴컴한 방에 가기 싫은 아이는 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면 원장은 아이가 적응을 했다고 말하며 엄마를 안심시킨다."

이은경 원장은 "아이 한 명으로 인해 들어오는 수입이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원에 달하는데 적응을 못한다고 부모에게 보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CTV 설치 의무화" 검토? 같은 얘기만 수년째

이런 폭행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영유아 폭행 사건을 처벌하는 우리 법의 기준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네 살 배기 유아의 양 손목을 끈으로 묶어 학대한 혐의를 받은 인천 서구의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12월 인천 남동구에서 두 살 배기 남자 아이를 머리 높이 들어올렸다가 내팽겨친 보육교사, 모두 구속되지 않았다.

폭행의 '상습성'을 수사기관이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가해 교사에 대해서도 경찰은 16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각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피해 아동과 같은 반에 아이들의 부모들은 입을 모아 해당 교사의 폭행이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것 같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보육시설 내에 폐쇄회로(CCTV) 설치는 현재 의무 사항이 아니다. 전국 어린이집 내 CCTV 설치율은 20% 수준으로 집계된다. 나머지 80%의 어린이집은 폭행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할 방법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저장기간이 짧다. 여아 폭행이 밝혀진 해당 어린이집도 지난해 12월 19일 이전 CCTV 영상은 남아 있지 않다. 경찰이 저장된 영상만을 분석했지만, 해당 교사가 그 기간 중에 하필 개인 사정으로 장기 휴가를 가는 등의 이유로 해당 교사가 나오는 자료 영상 자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경 원장은 "영유아,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들어가면 어떤 부서든 바로 접수해 관할 부처에 넘겨주는 시스템조차 안 되어 있다"고 말한다. 구청이나 시청에 영유아 학대 관련 문의를 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먼저 상담하라"고 하고, 여성가족부에 문의를 하면 "보육시설 업무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고 떠넘긴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소수의 사건이 아닌 경우, 결국 피해 아동과 가족만 또 한 번의 상처를 입는 셈이다.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영유아들이다.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 아이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재판을 해도 시간만 끌다가 무혐의로 결과가 나오거나 경미한 처벌만 받는다. 폭력에 시달린 영유아만 '낮잠 자자'라는 소리만 들어도 운다. '너 혼자 방에 있어' 하면 자지러지게 놀라 운다. 심지어는 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 이러한 증상이 생기는데 원장은 무혐의다. 어린이집에서 폭력 행위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부모는 어디다 호소할 곳이 없다."

이은경 원장은 "어린이집 내 영유아 폭력 및 학대를 잡아낼 방법은 CCTV밖에 없다"며 "각 보육실에 CCTV를 설치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CCTV 설치 의무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CCTV 설치 의무화 요구는 폭행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검토만 수년째인 셈이다.

폭행 저질러도 해당 교사는 기소유예…문제 어린이집 원장은 동네 옮겨 다시 원장님!

폭행을 직접 저지른 가해 교사조차 "기소된다 해도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지난해 12월 23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 직접 폭행을 한 당사자가 아닌 어린이집 원장은 그 처벌 수위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인천 연수구는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 대상이 되자,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설폐쇄 가능성은 낮다는 법조계의 전망이 벌써 나온다.

영유아보호법은 영유아 폭행 사건과 관련해 '삼진아웃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보호법 시행규칙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가 적발될 경우, 처음에는 운영정지 6개월, 두 번째는 운영정지 1년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세 번째 같은 어린이집이 적발되어야만 시설 폐쇄가 가능한 것이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보육교사 여아 폭행 사건과 관련해 1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인근에서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 소속 학부모가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물론 폭행 사실이나 급식 비리 등의 '사고'가 터져 세상에 알려지면 해당 지역에서 더이상 어린이집 운영이 쉽지 않지만, 그 경우에도 권리금을 받고 제3자에게 어린이집을 팔아 넘기고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은경 원장은 말한다.

"3~6개월간 (운영) 정지를 먹는 어린이집도 있다. 그렇지만 구청 서류상으로만 정지 상태고 실제로는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한다. 그 기간 동안 교사는 절반만 고용하고, 부모한테는 수익자 부담금만 받아서 운영한다. 담당 공무원이 정지된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지 확인하는 일은 없다. 또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정기적으로 나와 그 어린이집이 별도로 운영을 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는다. 또 어떤 경우에는 50평 아파트를 구해서 그쪽으로 아이들을 다 옮겨놓고 계속 보육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 걸린 원장은 한 명도 없다."

'유명무실'한 지도점검·평가인증제도…국회는 어린이집 처벌 돈으로 때울 법까지 만들어줘

이은경 원장의 이런 증언은 어린이집 주무기관의 지도점검 및 평가인증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드러낸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100점 만점의 95점을 받은(2014년 6월) '검증된' 어린이집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평가인증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이런 지적 역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셈이다.

이은경 원장은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자체)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이 지도점검을 하는 방식은 똑같다"고 말한다. 그나마 현장에 나오면 원장 사무실에 앉아 "샌드위치 먹고 '고양이 똥 커피'를 마시며 하하 호호 웃으면서" 질문 몇 가지 던지고는 통장, 금전출납부, 지출결의서, 수입결의서 몇 장 들추고 교실 너머 창문으로 들여다본뒤, 돌아가면 그걸로 끝이라는 것이다.

"한겨울에 아이를 옷을 벗겨 어린이집 베란다에 내보낸 장면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궈도", "사고사라는 아이의 시신에 매 맞은 흔적이 있어 부모가 애끓는 호소문을 써 인터넷에 올려도",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는 까닭이다.

"근본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사건이 터지면 축소,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근본 해결이 안 된다. (…) 보건복지부가 직접 특별지도점검을 나서도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은 시작만 요란하다. 해당 지역에 특별단속 나간다고 미리 알린다. 그러면 시청(도청)은 해당 어린이집연합회로 전화를 해서는 보건복지부 특별단속이 있을 예정이니 특별단속에 무난히 넘어갈, 지도점검을 받아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한 어린이집 명단을 달라고 한다."

평가인증도 마찬가지다. "수당 3만 원을 받는 평가인증 요원이 아침 9시에 와서 오후 5시까지 있으면서 평가를 하는 '하루 눈가림 평가인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가인증만 통과하기 위해 지인 어린이집에서 책도 빌려다 놓고 교구장도 빌려다 놓을" 뿐 아니라, 교사들이 평가인증 준비를 위해 "80가지가 넘는 서류를 작성,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보육이 아니고 방치 상태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심지어는 비리로 적발돼 운영정지나 시설폐쇄 처벌을 받은 어린이집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법이 지난 2013년 국회를 통과했다. "어린이집 운영정지 처분에 갈음해 3000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한 영유아보호법의 제45조 2항이다.

"이 법 덕분에 비양심적인 죄 많은 원장들이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 또 공무원 입장에서는 어떤 어린이집은 정지, 폐쇄 잣대를 들이대고 어떤 어린이집은 과징금으로 대체해주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통제하기 편할까? 어린이집 비리만큼은 절대 돈으로 무마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도, 국회의원들이 이런 법을 만들어 비양심 어린이집 원장들의 조력자가 되고 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강력한 대응과 엄정한 법적용, 재발방치 대책 마련을 목소리 높여 말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이 이런데, 사고가 터진 뒤 반짝 수사하는 척 한다고 근본 환경은 달라질 리가 없다. 보다 차분한 고민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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