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14년 한 해를 상징하는 한 자로 '稅'(세금 세)가 선정되었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는 1995년부터 매년 한 해를 상징하는 한 자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여 결과를 발표해왔고, 소비세율 인상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반영하여 '稅'를 올해의 한 자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올 한 해를 상징하는 한 자를 선정한다면 단연 '稅'일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稅'
일본은 연금, 의료, 노인요양, 저출산 대책 등 사회보장제도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1997년에 이어 17년 만인 올해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5%에서 8%로 1차 인상하였고, 내년 10월에는 8%에서 10%로 2차 인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총선과 함께 소비세율의 2차 인상이 2017년도로 연기되는 등 재정은 더 쓰고, 세금은 덜 걷는 선심성 재정정책이 잇달아 나왔다.
한국 역시 선거 때만 되면 선심성 재정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에도 불구하고 담배 요금 인상(정부는 담배 요금 인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담뱃세 인상), 렌터카 업체의 자동차세 인상 등 증세의 조짐이 보이면서 '복지 없는 증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렌터카 업체의 자동차세 인상은 업계의 강한 반발로 시행이 유보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담배가격은 내년부터 2000원 인상되어 4500원에 판매된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이 아닌 담배요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담배요금 인상이 금연 종합대책으로 세수확대가 아닌 국민건강 증진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일명 '부자감세' 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로 인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모순이다. 진정한 복지를 위한다면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증세를 위한 일본의 소비세 인상과 한국의 담뱃세 인상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들이 소비행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으로 역진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역진성이란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액을 부담하는 것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이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소득대비 더 많은 비율의 세금을 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연유로 소비세 인상과 담뱃세 인상을 통한 증세를 서민증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의 '稅'
반면, 중국은 감세가 진행 중이다. 중국 경제는 그동안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방식으로 인해 중복투자, 과잉생산, 빈부격차 심화 등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중국 정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수출과 투자 주도에서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질적 성장을 위해 3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소비 중심의 경제성장을 위해 내수 소비시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이 중심에 바로 대대적인 '세금 개혁'이 있다. 즉, 3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내수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첫째, 영업세를 증치세(부가가치세)로 개편하는 영개증(营改增)을 실시하고 있다. 영업세란 △교통운수업, △건축공정업, △금융보험업, △우정통신업, △문화체육업, △오락여가업, △광고서비스업 등에서 용역을 제공하거나 무형자산 양도 및 부동산 판매 시 과세하는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재화와 용역의 공급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나 중국은 재화의 공급에는 증치세를, 용역의 공급에는 영업세를 과세하였다(단, 가공수리수선 용역에는 증치세 과세).
그러나 증치세와 달리 영업세는 매입세액(사업자가 사업과 관련하여 물품 등을 공급받고 부담한 세액)이 공제되지 않아 중복과세와 용역을 제공받는 소비자의 세 부담 가중이 문제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중국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중국은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세 과세대상을 점진적으로 증치세에 통합하고 영업세를 폐지하기로 하였다. 영업세가 폐지되고 재화와 용역 공급에 매입세액이 공제되는 증치세가 과세된다면 소비자의 세 부담 감소로 소비자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기 산업분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기업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증치세의 세율 인하이다. 중국 증치세의 일반 세율은 17%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의 10%와 비교하여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도 증치세의 역진성 문제를 들며 증치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만큼, 2015년 영업세의 폐지와 함께 증치세율이 약 11%로 인하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 있는 곳에 부가가치세가 있듯이, 중국에서도 증치세가 있으므로 증치세율 인하는 막대한 소비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치세율 인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히 클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개혁이다. 2015년 영업세가 폐지되고 증치세율이 인하된다면 분명 정부의 재정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특히 영업세는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으로 영업세가 폐지된다면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동산 세금의 개혁이다.
물론 중국은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공유제를 실시하는 나라로 부동산 세금 개혁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2003년부터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논쟁만 많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 부동산 세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개인에게 보유세(우리나라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음)를 과세하지 않아 부동산이 일부 부유층에 편중되고,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지나쳐 가계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토지공유제하에서의 보유세 징수는 말이 안 되지만 징수를 해야 한다면 재산권에 대한 개념과 범위를 재정립하고, 보유세와 토지출양금(토지 소유는 불가능 하나 사용은 가능, 토지 사용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중국 정부는 2014년 부동산세를 입법화한다고 선언하였고, 2017년 정도 되면 법안이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중국 국토자원부는 4년 동안 부동산통일등록제도를 실시하여 2017년 부동산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2018년도에는 중국에서도 보유세가 징수될 것이다.
거꾸로 가는 한국과 일본, 바로잡으려는 중국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많은 국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중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수입 부족분을 조달하기 위해 과세가 비교적 용이한 간접세인 담배세와 소비세를 인상하였고, 중국 정부는 질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영업세 폐지, 증치세율 인하, 부동산세 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각국의 조세체계가 다르므로 단순한 비교는 어렵지만 이 3개의 나라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름해본다면 한국과 일본은 세금의 공평성이 고려되지 않은 간접세의 비중이 높아지는 후진국형 조세구조로, 반면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중국은 간접세의 비중을 낮추는 선진국형 조세구조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3개의 국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조세구조의 방향이 각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잘못된 세금으로 왕권이 교체되었듯이 세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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