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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로 버섯농사 짓는 '꼬마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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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로 버섯농사 짓는 '꼬마농부'

[함께 사는 길] 지구도 구하고 돈도 버는 일을 만드세요

고양환경연합 회원 이현수(38) 씨는 조금 특별한 농부다. 고양시에 자리 잡은 한 농가에서 느타리며 노루궁뎅이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버섯은 다름 아닌 커피찌꺼기를 먹고 자란다. 스스로를 꼬마농부라고 하면서 버섯으로 지구를 구하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내건 그를 만났다.

커피찌꺼기로 버섯농사 짓는 꼬마농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커피 소비국 6위, 국민 1인당 연간 228잔을 마셨을 정도로 커피에 빠져있다. 에스프레소니 라떼, 핸드드립 등 커피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났지만 먹고 남은 커피찌꺼기에 관심 갖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이 씨는 바로 그 커피찌꺼기에 관심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버섯농부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를 잡고 직장을 다니며 주말에는 가족과 텃밭을 일구며 소소한 재미를 누리던 평범한 시민이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었던 터라 퇴비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고 쉽게 접하는 커피찌꺼기는 퇴비로 활용하고 싶은 후보군 중 하나였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미국 청년들의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버섯을 재배하더라고요. 순간 아, 기발하고 정말 재미나겠다 싶었어요. 버섯균을 이용하면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커피찌꺼기라는 것이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인데 도시에서 버려지는 것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또 그 폐기물을 도시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 한 번 해보고 싶었죠."

▲ 그가 개발한 커피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하는 키트. ⓒ함께 사는 길(이성수)

무작정 태평양 넘어 사는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실망도 잠시, '커피찌꺼기로 버섯 키우는 게 별 게 있겠어?'하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커피찌꺼기에 대한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어요. 커피찌꺼기는 젖은 쓰레기라 태우는 것도 문제지만 매립해도 커피찌꺼기에 든 카페인 때문에 지렁이들이 신경이 예민해지고 쉴 수가 없대요. 또 젖소에게 커피찌꺼기를 먹이면 우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요. 커피찌꺼기는 그대로 식물에 줄 수도 없어요. 실제로 서울숲에서 커피찌꺼기를 거름으로 뿌렸던 식물들이 고사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농업기술원에 의뢰한 결과 커피찌꺼기 독성 때문이었죠."

하지만 버섯균에 커피찌꺼기는 좋은 영양분이고 버섯균은 커피찌꺼기 속 카페인을 분해해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활용하거나 아무런 해가 없이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몰랐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알아갈수록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버섯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깊어졌다. 하지만 버섯을 키우는 것도 엄연한 농사인데, 농사를 글로 배울 수는 없었다. 몇 번을 실패한 후 그는 한 농가에 버섯농부 양성 과정을 등록해 정식으로 버섯균 배양과 재배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그제야 커피찌꺼기로 버섯을 재배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정말 맛있었어요. 어떤 농산물이든 내가 재배해서 또 그 자리에서 수확해 바로 먹는 것만큼 맛있는 게 없잖아요."

혼자서 만족하고 끝낼 일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를 재활용해 도시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쓰레기까지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순환 시스템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7월 사회적기업 '꼬마농부'를 창업, 집에서 커피찌꺼기로 쉽게 느타리버섯을 키울 수 있는 키트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버섯재배기가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우리가 간과한 쓰레기, 커피찌꺼기 문제를 버섯을 통해 처리하고, 간접적으로는 버섯을 재배하면서 환경, 생태, 순환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키트이름도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라 정했다. 그가 개발한 버섯친구는 몇몇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에서 상까지 받았고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가내수공업식으로 시작한 사업은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워 한 버섯농가와 합작하고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시설투자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버섯농사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지구도 구하고 돈도 버는 일을 만드세요

▲ 버섯으로 지구를 구하는 농부 고양환경연합 회원 이현수 씨. ⓒ함께 사는 길
그는 매월 고양시에서 발생하는 커피찌꺼기 중 약 1.5톤을 처리하고 있다. 보통 커피 한잔을 만드는 데 필요한 양이 10그램이고 이중 0.2퍼센트만 커피로 내려지고 나머지 99.8퍼센트는 찌꺼기로 버려진다고 하니 약 15만 잔의 커피찌꺼기를 처리하는 셈이다. 커피찌꺼기로 재배한 버섯은 인근 학교에 친환경급식 등 지역사회 먹을거리로 공급되고 재배를 마친 커피찌꺼기는 질 좋은 퇴비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더군다나 커피찌꺼기를 그냥 땅속에 매립할 경우 1톤당 약 338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하니 버섯으로 지구를 구한다는 그의 말이 과장은 아니다.

사실 일반 버섯농부들이 볼 때 그는 '이상한 놈'이다. 커피찌꺼기로 재배한 버섯에서 커피향이 나거나 특별한 맛을 내는 것도 아니고 쉽고 저렴한 재료들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굳이 번거롭게 커피찌꺼기를 수거해 버섯을 재배하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상한 짓'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를 따라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커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거나 방향제를 만들고 심지어 연료로 개발하려는 등 커피찌꺼기에 눈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겐 뿌듯하고 반가운 소식들이다.

"돈 버는 게 나쁜 게 아니지만 나쁜 짓해서 돈 버는 것보다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번다면 더 좋지 않겠어요? 혹시 창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에 뛰어들지 말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해보세요. 외국에선 이미 그런 사례들이 많고 분명 그 길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조언한다. 그를 찾는 곳들도 늘었다. 버섯키트가 아이들 교구로 활용되면서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버섯키트를 통해 자연 생태계가 하는 역할, 순환에 대해 이야기해주죠. 자연은 이미 생태계를 통해 균형을 맞춰오고 있고 버섯균 등 균은 자연 속에서 오래 전부터 우리가 버린 것들을 분해해 자연으로 돌려보냈어요. 하지만 자연의 순환 원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오히려 파괴만 하려고 하죠. 더군다나 우리는 균이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리고 있어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생태계를 지키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로봇이나 IT 등 기술만이 아니라 자연 생태와 생물들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 커피찌꺼기로 버섯농사를 짓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10년 후 소가 풀을 뜯고 소똥과 커피찌꺼기로 소와 사람의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자연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농장에서 활짝 웃고 있을 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함께 사는 길(이성수)

풀을 뜯는 소와 괴짜농부가 사는 농장

버섯농부로 전업한 지 3년, 농사란 것이 쉽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는 일은 더욱이나 쉽지 않다. 아직 사업이 안정화되지 않아 시설면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한다.

"농사와 생태와 환경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원래 오래전부터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짓고 먹을거리를 재배했는데 자본주의, 대량농장, 대량생산의 시스템에서 다 망가졌어요. 수많은 소비를 위해 엄청난 양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고 있고 그 피해가 인간에게 돌아가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는 다른 이들에게 진짜 농사를 보여주고 싶다.

"농사라는 것이 환경을 파괴하고 대량으로 유통시켜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 힘을 이용해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고 나의 삶의 업으로 삼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10년 후의 목표도 세웠다.

"자연 생태적으로 순환되는 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버섯을 재배하는 게 그 출발이지요. 버섯도 재배하고 소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돼지도 키우고.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커피찌꺼기를 퇴비로 쓰거나 지렁이를 사육하거나 소의 먹이로 사용하고 소의 배설물로 풀을 재배해 다시 소에게 먹이고, 그런 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또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게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벌써 흥분되는 그다. 휴대전화 메시지가 그를 재촉한다. 근처 학교에서 교육을 하기로 했단다. 그는 지구를 구하는 버섯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아이들은 커피찌꺼기를 먹고 자라는 버섯에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그는 10년을 준비한다. 꼬마농부에서 괴짜농부, 아니 진짜 농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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