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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제2의 '말랄라'가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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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제2의 '말랄라'가 나와야

[시민정치시평]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정 25돌을 기념하며

대한민국 11월은 5월에 못지않게 아이들과 관련된 날이 많다. 대입 수능시험이 있고, 11월 3일 학생의 날이 있으며, 세칭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도 있다. 세계 각국이 아동인권을 중요한 인권의 한 축으로 지정하고 보호를 선언한 때가 1959년 11월 20일이었고, 유엔 총회에서 아동 권리에 관한 국제 연합 협약을 채택한 것도 정확히 30년 후인 1989년 11월 20일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것도 2년 후인 1991년 11월 20일이었다. 더구나 올해 11월은 2008년에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전국의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달이다.

그럼에도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사회가 둔감한 것은 너무나 의아하다. 기껏해야 언론들이 이러한 조사 결과를 놓고 우리나라 아동들은 삶의 만족도와 더불어 아동이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의 부족함을 나타내는 아동 결핍 지수가 OECD 국가들 중에 최하위에 속한다는 등 선정적인 단편 보도에만 그치고 있다. 최근 무상 급식, 무상 보육이니, 저출산 문제니 한참 떠들다가 정작 아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무관심한 것은 우리 사회가 내 아이에는 관심이 있지만 남의 아이에는 관심이 없어 전반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극히 빈약함을 드러내 준다.

우리나라 아동 가구의 46.2%가 4인 가구(평균 아동 수 1.64명)이며, 89.4%가 양(兩)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반면에, 빈곤 가구 아동의 경우 양부모와 동거비율은 27.8%밖에 되지 않아 한부모 가족이거나 조손 가족이 많다는 것과, 일반아동의 8%, 빈곤가구 아동의 42.2%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먹을 것을 살 돈이 없는 '식품 빈곤'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아동복지 정책의 우선 방향을 가정의 해체를 예방하거나 보충해주는 가족정책과 빈곤 가구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빈곤정책에 둬야 함을 보여준다. 유엔아동권리선언의 슬로건이자 목표도 줄곧 '아동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으로서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아동을 가진 가족이 우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데서 출발했다.

또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스마트폰 등 매체중독 고위험에 포함되는 초등학생은 16.3%에 이르며, 아동 스트레스 수준은 2008년 2.14에서 2013년 2.16으로, 우울 수준은 1.21에서 1.25로 증가했다. 더구나 9∼17세 아동의 3.6%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동과 청소년 자살문제에 특단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미래의 생산 인구를 보존하는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그리고 1년간 안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44.3%에 불과하며, 교통사고, 성범죄, 놀이 중 안전사고, 유괴 순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안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당장 내년에 보건복지부가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15∼2019)'을 수립하는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아동에게 부여된 권리와 자유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옹호할 수 없는 발달 과정 중에 있는 덜 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성인들은 아동을 보호하고, 권리를 옹호하며, 성숙을 돕는 것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당사자인 아동으로 하여금 아동복지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보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제시한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을 국가정책으로 구현하여 아동복지정책이 아동의 행복과 권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역대 최연소인 17세 파키스탄 청소년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선정된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말랄라는 2009년 11살 때부터 BBC 블로그에 자신과 파키스탄 여자아이들의 인권 탄압 현황을 고발하기 시작한 이후 3년 뒤인 2012년 10월에 학교 버스 안에서 탈레반 대원의 테러 공격으로 3발의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는 일을 겪게 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영국으로 건너가 여성과 교육 인권 운동을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용기 있는 행동들로 인하여 마침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말랄라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아동 권리와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전 세계적으로 바꾼 점을 높이 사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최근 노벨 평화상의 떨어진 위상과 권위를 상당히 회복시켜 준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2014년 대한민국에는 말랄라 또래의 아이들이 희생을 당해 국민 전체를 슬픔에 잠기게 하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비극적인 참사가 더 암담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희생자들 대다수가 어른들(?)의 말을 믿고 꽃다운 나이를 펴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아동이나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정책적 지원은 당장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사회 비용 감축과 국가 발전을 위한 예방적 투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동에 대한 다양한 정책 개발과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투입이 이어져야 할 것이며, 아동의 권리와 지위 향상, 아동 행복을 위한 사회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사회 서비스는 복지 차원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모든 아동에게 공평한 출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의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공공성을 토대로 한 풀뿌리 지역사회의 복지, 의료, 보육 및 교육 협력․연계 체계를 구축하여 아동의 생생한 실제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통합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것은 "탈레반이 내 몸은 쐈지만 내 꿈을 쏠 수는 없어요.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라는 말랄라의 강한 외침처럼, 당사자인 아동이나 청소년의 자발적인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하고 북돋아 주는 일이다. 제2의 말랄라가 한국에서도 나오게 해야 한다. 마침 올해 11월 20일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정 25돌이 되는 날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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