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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의 '진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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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시위의 '진짜 적'은?

[기자의 눈]민주화로 자본주의 교정 가능한가

홍콩 반환 이후 최대의 민주화 시위는 중국 공산주의에 맞서는 시위인가, '정경유착 자본주의'에 맞서는 시위인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게재한 '홍콩은 재벌과의 싸움에 초점을 맞춰야(Hong Kong should focus its fight on the tycoon economy)'라는 조 스터드웰의 칼럼을 비롯해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의 배경에 대해 '경제문제'를 꼽는 분석들이 눈에 띈다.

특히 스터드웰이 쓴 칼럼의 요지는 홍콩이 극심한 빈부격차와 경제불평등에 시달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민주화 요구'보다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요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민주화 요구보다 더 어려운 게 아닐까?

이미 민주화 시위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홍콩 정부와 시위대 지도부는 오는 12일 이전까지 공식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하는 등 시위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주도한 홍콩 민주화 시위가 왜 일어났는가라는 분석을 해보면 홍콩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난다.

홍콩, '불로소득형 경제' 유지로 극심한 불평등

홍콩은 중국 정부와 소수 재벌들의 야합에 의해 '정경유착 자본주의'라는 기괴한 경제체제가 자리잡은 지역이다. 지니계수가 폭동이 일어나야 정상이라는 0.4를 훌쩍 넘은 0.54에 이른다. 홍콩 50대 부자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국민소득의 60%에 이를 정도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부의 불평등은 상상초월이다. 본토인들의 투기로 부동산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이러니 일각에서 "미래에 대한 절망이 홍콩의 청년들을 거리로 나서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터드웰은 칼럼에서 "홍콩은 대외무역을 제외하면, 자유시장 경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홍콩의 유통업계는 양대 업체가 가격결정력을 휘두르는 과점체제다. 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낡은 차량에 비싼 요금을 현금만 받겠다고 해도 할 수 없이 이용해야 한다. 전력산업도 발전에서 송전, 배전까지 두 개의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항만시설도 과점체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하역요금을 받고 있다.

'4대 패밀리'가 장악한 홍콩의 주택건설 시장은 개발비용의 몇 배로 팔아도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대표적인 비경쟁시장이다. 주식시장도 주가조작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없고, 대주주들은 세금도 안내고 배당을 챙길 수 있는 시장이다.

스터드웰은 "2012년 홍콩은 공정경쟁기구를 발족시켰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본토는 1989년 도시빈민에 이전소득을 늘려준 뒤, 2000년대 들어 농촌 빈민에게도 이전소득 증액과 감세 등의 조치를 취한 것과 달리, 홍콩은 식민지 시대의 '불로소득자 위주'의 경제체제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스터드웰은 칼럼의 결론으로, 시위의 초점을 소수 독점체제에 맞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진단이 맞다면 중국 정부는 오히려 더 민주화 시위에 강력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홍콩의 청년들이 경제적 문제로 민주화 시위를 하는 것에 미온적인 대처를 한다면, 본토에서도 농촌에서 도시로 흘러들어온 수많은 청년들이 중국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정치적 시위에 나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 항쟁으로 이룬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공세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판국이다. 그래서 "민주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교정하겠다"는 일부 논객들의 주장도 공허하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이다.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작된 홍콩 민주화 운동도 진정한 성취를 거두기까지는 험난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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