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복수의 취재원들이 최근 필자에게 북한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왔다. 그 내용은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김정남에 대한 반응, 그리고 북한 나선 특구와 북-중 접경 지역에서의 동향이다.
김정남 사진 본 평양 시민의 반응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존재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에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국인 사장 A씨는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들로부터 그 답을 듣고 싶었다.
그는 올해 여름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평양출신의 북한 근로자 총책임자를 불렀다. 그에게 스마트폰으로 김정남 사진을 보여주며 누구인지를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총책임자는 깜짝 놀라며 "그럴 리가 없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김정남은 남측이 조작해낸 거짓 인물"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번에는 평양 출신의 일반 근로자를 불러 똑같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이들은 모두 김정은 제1비서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새까맣게 몰랐고 인정하려 들지도 않았다. 더 이상 말을 했다가는 이상한 오해를 살까봐 A씨는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평양 시민인데도 이처럼 철저하게 차단되고 폐쇄적으로 살 수 있을까? A씨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진 재래시장엔 상표 떼어낸 한국산 수두룩
중국인 여성 J씨는 필자에게 지난해 여름 나선 특구(나진 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관광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J는 나진에서 재래시장을 가봤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몽골, 북한 등 5개국 장이 열리는 시장이었다. J는 우선 거대한 시장 규모에 놀랐다. 3일을 돌아도 물건을 다 못 볼 것만 같았다. 물건도 다양해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특히 망고 주스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남미산, 칠레산이었다. 약도 많았는데 대부분 외제 약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어떤 제품들은 하나같이 상표를 가위로 싹둑 잘라낸 채 있었던 것. 알고 보니 한국 제품이었다. 한국산 제품은 원칙적으로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니 이렇게 상표를 가위로 잘라낸 채 파는 것이다. 그런데 상표를 잘라낸 한국산 제품이 상당히 많았다. 시장에서 파는 경공업품의 3분의 1 정도는 한국산으로 보였다. J 일행은 시장 입구에서 행색이 남루한 할머니 한 명을 만났다. 더운 여름이어서 "아이스크림 사 드릴까요?"하고 물었더니 "아이스크림은 필요 없고, 대신 돈으로 달라"고 하길래 돈을 줬다. 할머니는 낚아채듯 돈을 거머쥐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리커창, 최룡해에게 15분간 항의 발언
J는 숙소인 고층 호텔에서 창을 열고 아래를 내다봤다. 공사가 한창인데 이상하게 중국 기중기 수십 대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며칠째 계속 멈춰서 있었다. 왜 그런지는 공사 현장에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김정은 체제 이후 언젠가부터 북한 당국이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라면서 나선 특구에서 중국 기업은 빠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갑작스런 통보에 북한에 진출한 많은 중국 기업들이 낭패를 봐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언론 보도가 하나 떠올랐다.
지난 4월 홍콩 봉황(鳳皇)위성TV는 나선특별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방송은 나진항도 소개했다. 그동안 중국과 한국 언론은 “나진항 1호 부두가 2008년 10월 이후 중국 다롄(大連)의 촹리(創立)그룹에서 개발과 전용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해 왔다. 그런데 봉황위성TV에 나온 나진항 관계자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김춘일 나진항 대외사업과 과장은 "중국인들이 나진항 1호 부두를 빌려왔다고 말하는 것이지, 우리가 정식으로 빌려준 적은 없다"면서 "현재 나진항에 중국의 전용 부두는 없다"고 말했다.
촹리 그룹은 나진항 1호 부두를 개·보수한 뒤에 2011년 1월 나진항에서 중국 상하이(上海)로 석탄 운송을 시작했다. 나진항 1호 부두에서의 석탄 운송은 2012년 5월까지 계속됐다. 이후 중국 내 석탄 가격 하락과 훈춘과 나진항을 잇는 북한 지역 도로 보수 문제 등으로 추가 운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연변인터넷 방송은 "중국이 동해의 북한 나진항을 이용하는 남방항로에 대해 노선 연장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나진항에서 상하이(上海), 닝보(寧波)를 연결하는 항로를 2014년 상반기에 푸젠성(福建省) 취안저우(泉州),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나진항 사용권이 없다고 했으니 이러한 중국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이다. 지린 성과 랴오닝 성 등 중국 동북 3성은 나진항이 없으면 동해 뱃길이 막혀 화물 운송에 막대한 물류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김정은 체제 이후 나진에서 중국 기업과의 계약이 일방적으로 깨지는 일이 다수 발생하다 보니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항의하는 일까지 빚어졌다고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전했다. 2013년 5월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리커창 총리는 최룡해와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나진에서의 계약 불이행 속출에 대해 15분간이나 일방적으로 항의했다고 한다. "나진에 진출해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 제대로 대하라. 중국 기업과의 계약을 정확하게 이행하라"는 훈계성 항의였다. 북한과 계약을 맺은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북한은 말이 안 통한다. 싸우는 수밖에 없다. 도무지 타협점을 못 찾겠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북-중 접경 지역 경협 활발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로 북-중 경제협력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던 지난 7월 말, 북-중 접경 지역 내 필자의 취재원은 전혀 다른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해왔다. 오히려 북-중 간의 경제협력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정반대되는 소식이었다. 사진은 투먼 세관에서 북한 온성군 남양구로 들어가는 도로를 촬영한 것이다. 북한 남양으로 들어가는 화물차와 승용차가 몰려들어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도로 상황이었다.
당시 세관 앞에서 대기하는 트럭이 열 대를 넘었는데, 이들 트럭에 담긴 물건은 대부분 쌀과 식용유 등 식료품이라고 취재원은 전했다. 그러면서 북-중 간의 거래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름철을 맞아 북한 남양 관광도 붐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 관광 코스인데 매주 두 팀씩 꼬박꼬박 다녀올 정도로 성황이라는 것이다.
필자에게 북한 소식을 전한 중국의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한국 언론이 북한을 너무 모른 채 보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언론이 북-중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와 북-중 간 관계에 미세한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북-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게 취재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내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기대 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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