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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당을 버려야 할 때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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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당을 버려야 할 때가 된 것인가?

국가 기본의 재구축을 위하여 <15>

“싹을 자르다”

사무실에서 키우는 스킨답더스 화초 한 줄기가 몇 달 째 도무지 자라지 않는다. 몇 달 전 실수로 싹이 다친 후 계속 자라나지 못하고 있다. 아주 잘 자라는 화초인데 한번 싹이 다친 후 이토록 성장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싹을 짓밟다”나 “싹을 자르다”라는 말을 무심코 사용해왔는데, 이제야 그러한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행위인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야당을 혁신해야 국가도 혁신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야당을 심판하였다. 무능한 정부 여당을 심판하지 않고 더 무능한 야당을 심판한 것이다. 
 
그렇다. 무능하고 무력하며 자신에 부여된 책임을 수행하지 않은 야당이 있고서는 이 땅의 민주주의도 국민의 삶도 결코 보장될 수 없다. 진실로 야당이 혁신되어야 비로소 이 나라 이 국가도 혁신할 수 있다. 
 
6.29 선언은 DJ와 YS의 분열을 전제로 한 정치 게임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보수 진영의 전략은 야당의 친노와 비노의 분열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은 6.29 선언처럼 항상 적중하여 백전불태(百戰不殆), 백번 싸워도 항상 위태롭지 않고 연전연승을 거두어 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항상 내부에서 분열하는 조직은 결코 큰 힘을 발휘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작지만 통일된 노선과 대오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야당은 지금처럼 내부에서 항상 분열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DJ와 YS 때처럼 당을 나눠 깨끗이 분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나아가 어차피 현재 노선과 정책 그리고 지역적 토대와 행태 등에서 여당과 유사하므로 YS처럼 여당과 합당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야당의 집권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도가 될 수 있다. 

현 상태 야당의 온존이야말로 보수진영 최고의 전략
 
이제까지 민주 진영은 항상 여당의 독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단일화하고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주장되어 왔다. 이렇게 하여 그간 수십 년 동안 선거 때만 되면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제휴론이나 연대론을 내세우고 실천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야당에 힘을 몰아 준 결과는 무엇인가? 바로 기득권화한 야당 그리고 독점 야당이 그 결과가 아닌가? 더욱 불행한 사실은 앞으로도 희망의 가능성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보수 진영의 가장 큰 전략은 현재의 야당을 그대로 온존시키는 것이다. 그 시끄러웠던 NLL 논쟁에서도 큰소리 내면서 얻을 것 다 얻고는 정작 ‘야당 당사자들은 전혀 손보지 않았고’, 진보당의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도 마치 콩가루를 낼 것처럼 덤비더니 빼먹을 것 다 빼먹고는 표변하여 흐지부지 온존시켰다. 야당의 온존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유효한 전략이며, 현존하는 야당이야말로 가장 효율이 높은 최상의 파트너이다. 간혹 겉으로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결국 백전불태, 연전연승이다.
 
세월호특별법 처리에서 목격한 바처럼 우리의 야당은 항상 기대 이하였고 실망이었으며, 어김없이 좌절과 배신만을 안겨주었다. 
 
차라리 여당의 힘에 밀려 도저히 유가족의 뜻을 실현시킬 수 없었다면, 솔직히 힘이 없어서 못한다고 반성하면서 대신 집권한 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는 것이 나았다. 

야당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부자만을 위하고 강남만을 위해온 여당에 맞서 야당은 부자가 아닌 가난한 서민의 편이라고 정면으로 주장했어야 했다. 강남이 아니라 강북 혹은 강남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정당이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관료에 대한 노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야당은 국민의 편에서 세월호 참사가 결국 우리 사회 관료의 문제이며 이러한 관료 집단을 비판하고 관료 개혁을 주장했어야 했다. 만약 야당이 그렇게 분명하게 자리매김을 하면서 나아갔다면 우리의 정치 지형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야당은 이렇게 쉬운 일을 하지 못할까? 
 
진실은 그들의 정체성 문제이다. 그들은 부자와 강남 그리고 관료를 비판하고 개혁을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항상 그들의 눈치를 살펴보고 있다. 말로는 서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말의 성찬으로 국민을 팔아 자신의 지위를 구하였고, 언제나 부자와 강남 그리고 관료에 의존하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았다. 어떻게든 자신들이 그들의 편임을 알리고 그들이 차려놓은 잿밥에 숟가락 올려놓기에 바빴다. 세월호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야당의 불철저함은 야당 스스로도 유병언과의 유착 등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 적지 않은 인사들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다.    

이제 이 야당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야당을 어떻게든 고쳐서 써보려 노력 해왔다. 그러나 이제, 야당을 버려야만 비로소 진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는 그러한 선택의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야당에 대한 비협조, 불복종 운동의 전개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하여 투표를 해야 민주주의라는 그들의 ‘강박’과 최선이 아니라 차선과 차악이라도 택해야 한다는 그들의 ‘억지 논리’도 타기해야 한다. 차라리 투표율도 여지없이 낮춰버리고, 여당이 의석을 독차지하게 하는 것이 새벽으로 가까이 가는 길이리라.  
 
나아가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서 정당에 대한 국가 보조금 삭감내지 폐지 운동이 필요하다. 2010년 한 해에 국민의 세금으로 정당에 준 국가 보조금은 무려 671억 원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당들은 그토록 엄청난 국민들의 세금을 펑펑 쓰면서도 정작 불신과 탄식 그리고 좌절을 안겨주는 일 외에 다른 ‘아웃풋(output)’은 거의 없다. 심지어 국민의 혈세로 정당에 제공된 이러한 보조금들이 유흥업소 회식비나 안마비용으로 처리된 사실도 밝혀졌다. 유능한 정치 신인 및 새로운 정당의 장내 진입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국민의 세금이 제멋대로 향유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시민들의 정당에 대한 국가 보조금 폐지 운동을 통해 정당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폐지되었다.   

그래도 싹은 다시 피어나리라
   
그간 이 땅에서 무수하게 시도된 정치 혁신의 싹은 야당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야당의 존재로 인하여 번번이 잘리고 짓밟혔다. 
 
하지만 언제가 반드시 새로운 싹이 조그맣지만, 그러나 강력하게 돋아나 마침내 이 땅에서 정치 혁신과 민주주의의 꽃봉오리를 찬란하게 피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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