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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고용 노동자의 함성에 응답하라!

[시민정치시평] 케이블방송 씨앤엠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을 접하며

요 며칠 광화문과 시청 광장에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집회와 몸을 낮춰 소외당한 사람 곁으로 다가가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의 영향이다. 이 와중에 영화 <명량>의 역대 박스오피스 1위 등극,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의 군대 폭행 행위에다 제주 검사장 음란 행위 혐의 등이 터져 대다수 국민들은 열광과 동시에 놀라움과 분노를 토하고 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이 대통령보다 교황을 더 많이 만났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고, <명량> 관객 수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평화와 치유와 화해에 대한 희망과 이를 실현해 줄 진정한 지도자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열망의 한 자락을 우리는 케이블방송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벌이는 서울 광화문 노숙 농성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한여름의 폭염과 태풍을 맨몸으로 견디며 40일 가까이 노숙 농성을 해 오고 있다. 수도권이 영업 거점인 씨앤앰이 지난 7월 1일과 9일 애프터서비스(A/S)와 설치, 철거를 주로 하는 하청 업체 기사들을 상대로 계약 해지와 직장 폐쇄를 단행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그러나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던 지난 5월 31일부터 노숙 농성의 가능성이 보였다. 이러한 씨앤앰 사태의 근원은 뉴미디어 방송 도입과 직결돼 있으며, 맥쿼리와 MBK파트너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에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을 비롯한 뉴미디어 방송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케이블 공급 사업자(SO)는 한 구에 하나 정도였다가 미국에서 완구사업을 하던 이민주 현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SO를 하나씩 인수하면서 그룹화되었고 이때 탄생한 것이 씨앤앰이다. 이후 2007년께 이민주 회장은 맥쿼리-MBK파트너스에 약 1조 원의 이익을 남기며 씨앤앰을 매각했다. 맥쿼리-MBK파트너스는 씨앤앰을 투자 목적으로 약 2조 원 이상을 주고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로 인수하는데, 문제는 인수 방식이었다. LBO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 대상 기업 자산이나 향후 현금 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외형상 M&A 기법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투기 펀드들의 고수익 투자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고배당을 통해 차입금을 갚아나갈 수밖에 없으며, 빨리 재매각하기 위해서는 실적 극대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노조의 존재와 요구 사항은 이러한 재매각의 걸림돌이 됨은 뻔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공동대표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간 씨앤앰은 당기 순이익 1647억 원의 81.6%인 1344억 원을 주주 배당으로 집행함으로써 일선 노동자들이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을 사원복지 개선과 재투자보다는 주주의 이익 챙기는데 활용하였다. 이 와중에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년에 주 5일 근무 이행과 임금 인상 등 근로 환경의 개선을 목적으로 비정규직 노조(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를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협상으로 협력업체 소속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직원으로 그나마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다 금년에 들어와서 씨앤앰은 노조 조합원 74명의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협력 업체 13곳에서 직장 폐쇄를 실시하였다. 이 같은 대량 계약 해지 사태는 씨앤앰 원청이 지난해 노사 상생 포괄 협약을 통해 노조와 합의한 고용 승계 약속을 완전히 파기한 것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씨앤앰은 한 달 반 동안 대체 인력 투입에 15억 6000여만 원 가량을 쏟아 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의 파업기간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법행위지만, 간접고용 사업장에서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은 법적 책임이 따르지 않아 다수의 원청사가 이를 악용하여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합의된 조항조차 지켜지지 않을 때 최대의 피해자는 노조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오너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자본의 탐욕이 작동할 수 있는, 공정성이 매우 취약한 우리의 국가 제도에 있다는 점이다. 지역 독점 체제로 출발했던 케이블TV는 이미 전국 단위의 대형 'MSO(Multiple System Operator: 한 사업자가 다수의 종합유선방송국 소유)', 'MPP(Multiple Program Provider: 한 사업자가 다수의 프로그램 공급업체 소유)', 'MSP(Multiple System Operator & Program Provider: 한 사업자가 다수의 SO와 PP 소유)' 체제로 개편했고, 위성방송은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KT)이 주도하고 있다. 뉴미디어 방송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시장 경쟁은 이제 엄숙한 공정 경쟁 이슈라는 정책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국가 대책은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다.

이러한 현상은 뉴미디어 방송 분야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핑계로 이익 창출 구조로서 임금을 아끼는데 우선순위를 두어 간접 고용을 당연시하는 사용자의 권한 행사를 그대로 방치하는 게 근본 문제다.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간접 고용 비정규직이 직접 고용 비정규직에 비해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나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용이하다는 법의 한계로 인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음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무엇보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시급히 막는 국가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간접 고용 성격을 지니거나 그렇지 않은 특수 고용 노동자들을 모두 노동자로 인정하여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받도록 하며,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간접 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고 사용만 함으로써 사용의 편익은 취하되 지불하는 비용은 최소화하려는 사용 업체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늘어가고 있는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이들의 울부짖음에 동참해야 한다.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는 씨앤엠 노조원들 대부분도 원래 씨앤엠 소속 정규직이었다. 2007년 맥쿼리와 MBK파트너스가 씨앤엠을 인수하기 직전에 본사는 A/S와 설치를 담당하는 기술 직군 가운데 당시 팀장들을 아웃소싱한 협력 업체의 사장이 되게 하고, 본사에 속해 있던 기사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현재 씨앤엠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길거리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겹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돌아가면서 노숙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매달 1인당 50만 원씩 비정규직 노동자 생계비 마련을 위한 ‘투쟁 채권'을 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늘어가고 있는 간접 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우리 시민 모두가 관심을 돌리지 않는 한 시장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누가 또 다시 거리에 내몰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교황은 한국을 떠났고, 이 땅 위의 평화와 치유와 화해의 길은 멀다. 지금은 교황의 메시지가 씨앤앰과 티브로드 농성 현장 앞에서도 힘을 발휘하도록 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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