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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순교자들, 가난한 자 외면받는 사회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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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순교자들, 가난한 자 외면받는 사회 일깨워"

시복식 강론서 "한국의 신자공동체, 초대교회의 삶 구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복식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행됐다. 시복식은 가톨릭에서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켰거나 생전에 뛰어난 덕행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고 믿어져 신자들의 공경의 대상이 된 사람들을 '성인'의 전단계인 '복자'로 공식 인정하는 의식이다.

이번에 복자가 되는 사람들은 한국 천주교 초기 순교자로 모두 124명이며, 대표적인 사람이 정조 15년(1791년), 처음으로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윤지충 바오로다. 윤지충은 어머니의 장례를 천주교 예절에 따라 치르고 참수형을 당했다.

이날 교황이 직접 집전한 시복식 미사에는 공식 초대받은 천주교 신자 등 17만여 명과 시청부터 광화문 일대를 메운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복식은 안명옥 주교의 시복 청원과 124위 약전 낭독에 이은 교황의 시복 선언과 복자화 개막, 교황 강론, 평화예식, 영성체 예식 등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복자로 인정된 사람들 중에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순교자가 53명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때 성인으로 선포된 103명보다 먼저 순교했으나, 초기 순교자들에 대한 기록 발굴이 늦어지면서 뒤늦게 복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순교자가 죽음으로 지키려했던 자유와 기쁨 깨닫게 될 것"

교황은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에서 "순교자들의 유산은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순교자들의 모범은 막대한 부요(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이어 "순교자들은 우리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온다"면서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어 세상 안에서 거룩함과 진리의 누룩, 즉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면서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되었다"고 순교의 역사를 평가했다.

또 "하느님의 신비로운 섭리 안에서, 한국 땅에 닿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으며, 한민족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오게 됐다"고 자발적으로 탄생한 한국천주교 역사를 소개했다.

교황은 "예수님에 대한 무언가의 깨달음은 곧 주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져, 첫 세례들과 더불어 충만한 성사 생활과 교회적 신앙생활에 대한 열망, 선교 활동의 시작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한국의 신자 공동체는 사회적 신분의 차별과 상관없이, 믿는 이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던 초대 교회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많은 열매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에 앞서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헌화와 기도로 참한 뒤 광화문 앞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시복식에 참석한 신자들을 만났다.

한편, 교황은 시복미사에 앞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에게 세례를 줄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상 17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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