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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리더, 여의도 아닌 지역에서 나올 것"

[인터뷰] 김만수 부천시장 "문화 복지 향유하는 문화특별시, 부천"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만수 부천시장을 만났다.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시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지역으로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실 '풀뿌리 지방자치'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95년 만 31세의 나이로 부천 시의원에 당선됐고 '재선 시의원'을 역임했다. 보통 유력 정치인의 '비서'로 출발해 정치인의 뜻을 이루는 한국 정치판에서는 드물게 지방 자치로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김 시장은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386 참모그룹'의 핵심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보팀장을 거쳐 청와대 춘추관장,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권의 거물 정치인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부천에서 맞붙기도 했다. 2010년 젊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거 탄생할 때 그도 부천 시장 선거에 출마, 당선증을 거머쥔다. '젊은 정치인' 김만수로부터 '2기 부천 시정' 포부와 그만의 '정치 철학'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김만수 부천시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재선에 성공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김만수 : 이번에 제가 얻은 표가 19만 표다. 표 차이로는 11% 정도 이겼는데, 의미를 두는 부분이 있다. 4년 전보다 2% 정도 투표율이 떨어졌는데, 제가 얻은 표는 4년 전과 비슷한 19만 표였다. 그 때 지지했던 분들이 다시 지지해 주신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했던 일에 대해 재신임을 해준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민선 6기 부천시정의 목표는 어떤가?

김만수 : '문화특별시 부천, 시민이 시장입니다.' 여기에 부천시 행정 목표가 다 들어있다. 도시 비전은 문화 특별시를 구축하는 것이고, 그 문화 특별시를 만드는 것은 부천 시민들이다. 참여와 소통이 핵심이다. 거기에 세월호 참사 이후 도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도시 안전 키워드를 정책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새롭게 부여된 과제다. 문화 특별시의 비전은 이렇다. 많이 아시다시피 부천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부천시립예술단),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있다. 이 축제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되, '생활 예술' 분야를 강화할 것이다. 엘리트 축구가 있고 조기 축구, 즉 생활 체육이 있듯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예술과 문화 영역의 '생활 예술' 개념이다. 시민들이 스스로 문화 예술을 배우고 익히고, 또 발표하는 삶. 이것을 우리 문화 특별시 시정의 핵심으로 잡고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달라.

김만수 : 이를테면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다. 색소폰 동아리, 포크 기타 동아리, 만화, 영화 제작하는 동아리 등. 음악의 경우 실용 음악 학원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다. 그것을 부천시가 행정 영역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료 강사 배달제가 있다. 동아리에서 요청이 오면 강사를 보내준다. 장소는 아파트도 되고 빈 교실도 된다. 부천시는 생활 예술이라는 타이틀로 시민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까지 지원한다. 피라미드처럼 문화 예술의 계층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문화 특별시의 완성으로 본다. 학생, 주부, 노인, 은퇴자들까지 아우른다. 시민들이 예술을 향유해야 한다. 없는 살림에 영화제 하나 하는데 1년에 40억 원을 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이다. 시민들이 부천시의 문화 예술을 생활 속에서 느껴야 가능하다. 부천시는 과거 '베드 타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문화 예술 도시 부천'의 자부심을 갖게 됐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느끼면 도시의 가치가 높아지고, 일자리가 생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문화 도시 사업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지방선거 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부천을 방문해 '생활 임금'의 전국적 확산을 천명하기도 했다. 부천시의 대표 브랜드처럼 돼 있다.

김만수 : 생활 임금 정책은 다소 과포장된 측면이 있다. 부천시의 생활 임금은, 최저 임금이 현실적으로 생활 가능한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저 임금보다 좀 더 주자는 것이다. 생활 임금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자랑하는 것은 생활 임금을 부천시 노사정 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실화시켰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최저 임금은 법률로 돼 있지만 생활 임금은 우리 시가 자체적으로 공공 부문에 도입한 것이다. 민간 분야로 확산시켜야 하는데, 상당한 저항도 있다. 생활 임금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려면 법제화가 돼야 한다. 국회에서 부천노총 의장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입법화를 위해 의제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방 자치 강화해야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로 여파로 많은 시민들이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방 자치가 해결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김만수 : 지방 정부 내에서도 그간 ‘안전’ 관련 부서는 한직에 속했었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도외시됐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지방 정부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안전 문제라는 것을 정치인들, 시민들이 각성하게 됐다고 본다. 부천시의 경우 안전 부서를 부시장 직속 부서로 재편했다.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안전의 영역은 굉장히 넓다. 지방 정부 재정도 '안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부천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범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경찰은 국가직이다. 선진국처럼 '자치 경찰제'가 이뤄진다면 모를까, 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를테면 시민들이 범죄 예방 CCTV 설치를 강하게 원한다. 경찰이 (국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가 안전을 강조한다면 CCTV를 국비로 설치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방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일 터지면 해경을 없애고 하는 식으로 가는데, 과연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경찰에서는 예산이 없으니 시에 손을 벌린다. 국가 사무인데, 잘 안되니 우리 보고 빨리 설치해 달라고 난리다.

프레시안 : 지방 재정 악화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예산은 없고, 쓸 곳은 많은 현실이 문제인 것 같다.

김만수 : 우리 헌법은 분권과 자율에 입각한 지방 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5대 5로 하고 있는데, 예산은 8대 2에 불과하다'는 말을 했는데, 동감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지방 정부가 재정 개선 노력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세금을 별도로 과세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허리띠 졸라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행정의 위축을 가져오고, 무분별한 민간 위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방세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세 등이다. 재산세는 정해져 있다. 자동차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 소비세는 어떻게 늘리나. 능동적 세목은 다 국세로 가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지방 재정이 튼튼해지지 않는다. 지방 자치에 대해 제대로 거론하는 때가 언제 올수 있을까. 이러다가 지방 자치는 다 고사하게 된다. 그래서 재정 문제도 재난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말로는 지방 자치를 한다고 하면서 중앙 집중도가 여전히 말도 안 되게 높다. 이런 것은 대통령 선거 아젠다로 풀 수밖에 없다.

새로운 리더, 여의도가 아니라 지방에서 탄생할 것

프레시안 : 지난 2010년 지방선거부터였던 것 같다. 중앙 정치에서 자치단체장으로 진로를 바꾼 젊은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젊은 단체장들은 우리 정치사에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김만수 : 좋은 흐름이다. 지방 자치 단체의 정책과 성과들이 중앙 정부에 녹아들어가기도 한다. 중앙 정치의 흐름도 자치와 분권이라는 정신으로 운영되면 어떨까. 정당의 정치 문화도 바뀌지 않을까. 지금 중앙 정치에서는 계파, 계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당의 정당 문화 안에서는 자율과 분권, 자치의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것 같다. 민주적 시정 운영의 성과가 정당 문화 속에 적용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국회도 바뀌지 않을까. 미국 민주당을 보면, 보통 주지사(지방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하는 흐름과 상하원(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흐름이 양대 주류로 함께 간다. 이를 통해 민주당의 가치가 형성되고 심판을 받게 된다. 우리도 그런 흐름이 형성된 것으로 본다. 그 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의도 중심의 가치가 주류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이를테면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처럼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려고 하면 망한다. 옛날에 우리는 DJ 한 분 보고 정치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사분란 지방에서 큰 리더들이 자기 색깔을 투영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모자이크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런 흐름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김만수 : 그렇다. 여의도에서 벗어난 지도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그렇지 않나. 박원순이라는 사람만 놓고 보자. 그는 계보로부터 자유롭다. 차세대 리더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사람이 당의 대표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리더십, 공천 등의 기준이 바뀌게 될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는 여의도에서 대권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프레시안(최형락)

▲시장실에는 만화가 이희재 화백이 그린 '시민이 시장입니다' 그림이 걸려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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