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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현대중 하청 노조, 11년 만에 첫 교섭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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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현대중 하청 노조, 11년 만에 첫 교섭 시작

중공업노조도 5000명 참여 결의대회 성사…"원·하청 모두 상승세"

지난 2003년 설립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출범 11년 만에 임금·단체 협상을 맺기 위한 하청업체들과의 교섭을 시작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이하 지회)는 19일, 향후 교섭이 진행될 11개 업체 중 두 곳과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지회 조합원이 속한 나머지 9개 업체에도 교섭 공문을 발송해 놓은 상태이며, 오는 26일에도 이 중 일부 업체들과 상견례가 열릴 예정이다.

하창민 지회장은 19일 상견례와 관련 "사측은 지회의 10대 요구안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회가 내세운 10대 요구안은 △노조활동 보장 △안전한 일터 보장 △근로기준법 준수 △고용 보장 △임금 인상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에 임단협 결과 동일 적용 등이다.

앞서 현대중 그룹 계열사 조선소에서는 지난 3월 6일부터 약 두 달 사이 7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해 하청 노동자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19일, 향후 교섭이 진행될 11개 업체 중 두 곳과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내하청지회 제공

'커밍아웃'…"쫓겨가지 않고 현장에 뿌리내리겠다 선포"

지회의 10대 요구안 중 상당수는 하청보다는 원청인 현대중공업 의지에 따라 성취 여부가 달린 터라, 교섭 진행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내하청지회의 교섭은 노동계에서 적지 않은 시선을 끌고 있다.

애초 중공업 사업장은 하청 노조가 좀처럼 설립 및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을 가진 데다, 혹여 설립되더라도 노조는 조합원을 숨긴 채로 '장외 활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노조 조합원이 속한 업체는 돌연 폐업해 버리거나, 해고 후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다른 업체를 통한 재취업 길까지 가로막는 일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현대중 사내하청지회 역시 지난 2003년 8월, 6개 업체 소속 30명을 발기인으로 노조를 설립한 이래, 지난해까지 대다수 조합원이 '비공개'로 활동해 왔다.

하 지회장은 "노조 조합원이란 사실을 공개하면 왕따를 당하거나 각종 근무 환경을 극도로 통제받아 이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며 "그러나 숨겨도 결국은 드러나기 마련이라 차라리 공개 활동을 통해 이겨내 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조합원 상당수를 공개한 지회는 조선소 내 식당 등지에서 요구안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활동 등을 벌였다.

하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점차 공개 활동에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며 "이번 교섭 역시 '하청 노조도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하청 노조 활동의 전망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또한 이번 현중 사내하청지회의 첫 교섭과 관련해 "계속 공장 밖으로 쫓겨나가기만 하던 노조가 현장 안에서 뿌리를 내리겠다는 선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2일 울산 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노조의 '2014 임금·단체협상 투쟁 결의대회'.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제공

정규직도 5000명 참여 결의대회 성사…"원·하청 모두 상승세"

현대중공업에선 최근 12년 만에 선출된 '민주파' 집행부의 정규직 노조, 즉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또한 임금·단체 협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실리파 집행부 시절 형성된 일시금 및 격려금 중심의 왜곡된 임금 체계를 △기본급 13만2000원 인상 △성과급 250%+추가 △호봉승급분 5만 원 인상 등을 통해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게 목표다.

현대중 노조는 지난달 15일 사측과 교섭 상견례를 한 후 12일에는 울산 공장 정문 앞에서 당초 노조 예상보다 몇 배 많은 인원인 4000여 명이 참가한 '임금·단체 협상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정병모 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사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노동조합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파업을 위한 수순을 밝을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김형균 노조 정책실장은 "참여 인원에 노조도 놀랐지만 회사도 매우 놀란 모양새"라며 "원·하청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 노조는 이번 임단협 요구안을 만들기에 앞서 사내하청지회와 약 12일간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하청지회의 10대 요구안 중 4개 요구안(토요일 8시간 유급 처리 성과급 지급 사내하청 노동자 장학금 정규직과 동일 적용 사내하청 노동자 퇴사 시 출입증 말소 즉시 처리)을 노조 요구안에 포함해 교섭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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