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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살인의 업을 영원히 끊으려면!

[시민정치시평] 규제 완화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고 혼자 있으면 입에서 울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내가 철학 공부만 한 것을 이렇게 자책해 본 적이 없다.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본 살인을 자행한 자본 독재의 업(業)이 어디 하나 빈틈은 벌려놓지 않았을까 사건 마디마디 염주 헤아리듯이 헤아린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과 무능의 고리는 빈틈없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밧줄을 엮어놓았다.

배수량 6825톤, 전장 145미터, 천암함의 12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객·화물 겸용선. 제주도 수학여행 가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39명을 포함하여 거의 480명을 헤아리는 여객을 태운 채 2014년 4월 15일 18시 30분에 출항 예정. 하지만 당시 서해 상을 뒤덮은 짙은 안개로 출항 지연. 승용차 124대, 화물차 57대(트레일러 4대 포함), 굴착기 3대, 지게차 1대 등 차량만 185대를 포함하여 권고 적재량보다 3배나 많은 3608톤의 화물이 실려 있었음. 제주도에 제시간에 당도해야 할 화물 운임이 대략 7000만 원, 여객 운임은 3000만 원에서 조금 빠짐. 결국 1억 원이라는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2시간 반이 지난밤 9시경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이 안개 시정주의보를 해제하자 당시 가시거리가 여전히 800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10여 척의 다른 여객선들은 모두 출항을 취소했지만 유일하게 출항을 강행.

엄청나게 과적된 화물들 중에서 컨테이너들은 선체에 결박되지 않은 채 밧줄로  구멍들만 연결. 차량들도 네 바퀴가 선체 바닥에 고정되지 않고 버팀목만 괴었음. 화물 고착 장치는 세월호가 운항되는 내내 경비를 이유로 설치되지 않았음.

출항 다음날 4월 16일, 사고 시점인 오전 8시 30분~9시경, 물살 센 맹골수로를 갈지자 행보로 가로지르고 있었음. 해경의 안전 운항 권고 해역에서 벗어난 물살 센 이 맹골수로를 가로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연료비 100만 원 절감.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자인 유병언 회장은 세월호가 한 번 출항할 때마다 선박명 사용권을 100만 원씩 수령해 왔음.

사고 직후 침몰을 직감한 세월호 선박 선원들은 청해진 해운 본사와 5차례 이상 통화. 통화 내용? 승객들의 퇴선 여부와 구조 가능성 상의가 아니라 배를 포기하더라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열심히 물었음. 회사는? 회사 과실로 사고가 날 경우 보험금이 감액 내지는 미지급될 가능성을 피해 갈 도리만 궁리하다 세배나 넘은 화물량에서 겨우 180톤을 허위로 축소.

해경이 처음 나타난 순간까지 선장, 일등항해사 등 알바를 제외한 선박직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 중이던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에게 배에서 나가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기들만 내려가 구조됨. 학생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한 척밖에 없을 것 같은 해경선에 자신들이 타지 못할 것을 우려해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나왔다는 혐의가 점차 짙어지고 있음.

해경들도 기울긴 했지만 아직 접근할 수 있던 배 안으로 들어갈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았음. 약간의 시차를 두고 온 주변 선박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는 세월호 주변을 돌며 기다렸지만 배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일을 겪어야 했음. 해경이 배 안에 들어가 끌고 나오거니 배에서 나오라는 소리만 전달되었어도 30분 안에 남은 승객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고 후 25일이 지나 검찰에 의해 입증되었음.

해경이 진도 주변의 구난 업체들을 제치고 경기도 판교에 본사가 있는 언딘에 구조 업무를 맡기면서 피해자 가족들과 언론으로부터 구조 작업의 진행 속도에 대한 불만과 특혜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음. 인명 구조와 시신 수습에 대한 이 구난회사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아 이 회사는 침몰한 세월호의 인양 작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여 여론을 잠재우려 함.

과거 세월호 운항을 맡았던 청해진 해운 직원이 올 1월 20일 오전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 해운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해운사 소속 선박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알렸으나 사고 당시까지 3개월 동안 청와대는 임금 체불 문제 말고는 안전 운항과 관련된 사안들을 완전히 무시하였음.

참사 후 전례 없는 사태에 정부 기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청와대 안보실은 청와대가 재난 대책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 진도 재난 해역의 모든 일에 힘이 실리지 않은 채 해경, 해군, 정부 등 대한민국 국가의 물리력은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해 구조율 0%를 기록했음.

현 박근혜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과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했음. 그러나 그동안 부서 명칭 바꾼 것 말고는 ‘안전(safety)’의 관점에서 국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을 뿐더러 안전 의식조차 제대로 갖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졌음. 안전을 기준으로 모든 기간시설을 전수조사하는 일 같은 것은 이 정부 누구의 머리에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임. 2월 17일 코오롱 그룹 소속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로 이번 세월호 참사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과 거의 같은 연령대인 부산외대 신입생 열 명이 사망하고도 두 달 동안 박근혜 정부의 어떤 정책도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의식했다는 증거가 없음. 이런 연이은 사고에 책임을 느꼈어야 할 전임 안행부 장관은 무슨 염치인지 인천 시장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고 있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기업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는 모든 기업들이 어찌 그리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수익 극대화라는 자본 논리로 움직이나! 볼수록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보수 정부는 그런 자본 논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어쩌면 그렇게 세심하게 모든 규제를 풀어주려는지!

그러면서 애써 낳아 기른 아이들을 몰살하다시피 한 사고에서는 어찌 그렇게 단 한 명도 살려 올리지 못했는지!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죽인 이 자본 살인의 업을 끊겠다는 다짐을 앞으로 그 누구도 머리에서 지우지 않게 서슬 시퍼렇게 살리려면, 그 업 위에서 직무를 태만하게 했던 무능력한 최고 책임자, 대통령부터 남의 탓 말고 책임지는 결연한 자세를 보이라. 그래야 대한민국 공무원 전체가 긴장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검찰은 유병언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경제·종교의 유착 고리 관련자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라. 그 정도 단호해야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그래야 우리가 기를 아이들을 허망하게 죽이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눈물이 나온다. 우리가 저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 못난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우리를 버리고 훨훨 날아간 것 같은 심정이다.

우리가 버림받은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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