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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영화사 권익만 챙기는 한국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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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영화사 권익만 챙기는 한국 CCTV?

[시민정치시평] CCTV, 시민 감시에 사용돼서는 안 돼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두 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 한편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 촬영하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다. 또 한편은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다. <어벤져스2>의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이미 상영이 되고 있어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겠다. 겉으로는 자유와 정의, 평화를 수호하는 비밀 집단인 '쉴드'를 통해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 집단 '히드라'. 히드라는 시민을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할 가능성이 있는 시민을 미리 제거하려 한다. 다행히 캡틴 아메리카와 동료들은 이를 저지한다. 두 영화에는 출연 배우와 캐릭터, 제작사가 같다는 것 외에도 묘한 공통점이 있다. <캡틴 아메리카>가 시민에 대한 감시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어벤져스2>는 촬영 과정에서 현대사회의 시민 감시자라 할 수 있는 CCTV를 거부한 것이다.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 첫날인 30일에는 마포대교를 전면 통제했다. 경제 효과가 2조 원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정부와 이에 협조한 서울시의 지원 덕분이었다. 영화 촬영 장면의 노출을 원하지 않는 제작사 측에서 근처 고층 빌딩들까지 통제하며 취재와 촬영도 제한했다. 그런데 협조를 약속한 서울시의 CCTV가 마포대교를 촬영하고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모든 시민이 CCTV의 감시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어벤져스2>의 촬영도 CCTV의 촬영을 피할 수는 없었다. 취재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너무 일상화되어 긴장의 끈이 놓쳐진 CCTV의 존재는 서울시마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작사는 서울시에 CCTV 생중계 중단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CCTV의 방향을 틀어 다른 곳을 비추다 결국엔 차단했다.

그러나 영화 촬영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었다 해도 영화사의 권익이 침해되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어벤져스>에는 엄청난 힘을 가진 ‘히어로’들이 나온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CG를 통해 그들의 능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마포대교에서 촬영한 장면에 CG 작업을 하기 전에는 촬영분을 보더라도 어떤 장면인지 유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마포대교를 비추는 CCTV는 배우들의 연기를 근접 촬영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를 찍고 있다는 사실 정도 외에는 특별히 드러날 것이 없다. 근접 촬영이 아니니 영화배우의 얼굴이 촬영되어 초상권을 침해할 우려도 크지 않다. 물론 CCTV 운영이 법규대로 이뤄졌다면 말이다.


▲ <어벤져스2> 촬영이 이뤄진 마포대교 풍경. ⓒ 연합뉴스

외국 영화사의 권익 보호하는 CCTV, 시민들의 권익은?


그런데 외국 영화사에는 이렇게 친절하고, 침해받지도 않은 권익을 보호해주는 우리나라의 CCTV가 시민들의 권리는 보호해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CCTV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CCTV는 46만 1746대에 이른다. 이는 통계 시점에 공개된 장소에 설치·운영되는 CCTV 대수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비공개 장소에 설치된 CCTV 대수는 제외된다. 비공개 장소에 설치된 공공기관의 CCTV와 통계조차 없는 민간 설치 CCTV를 포함하면 수백만 대의 CCTV가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의 CCTV 노출이 하루 최소 59회에서 최대 110회 정도로 나타났으며, 1일 평균 83.1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동 중에는 초 단위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 노출이 많은 만큼 인권침해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설치 및 운영이 제한된다.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거나 범죄의 예방이나 수사,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 단속이나 교통 정보의 수집·분석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CCTV를 설치·운영하려는 공공기관이나 사람은 공청회·설명회의 개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를 거쳐 관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물론이다.

CCTV의 목적 외 사용도 엄히 금지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CCTV로 집회·시위 감시해서는 안 돼

영화 촬영 당시 마포대교를 비추던 CCTV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누군가 교통량 측정이라는 목적을 벗어나서 영화 촬영을 보기 위해 CCTV를 조작해 확대하거나 회전한다면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통량 측정 등을 위해 설치된 CCTV가 원래 촬영하던 곳을 비추고 있다면, 거기에 정보 주체(제작사)의 거부가 있더라도 촬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관련 법규에 근거한 일반적 상황이라면 말이다. 오히려 CCTV가 다른 곳을 비춘 것이 설치 및 운영 목적과 상관없는 '영화사의 요구'에 의한 것인 만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적인 조치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반면 CCTV는 시민들을 상대로는 불법을 자행하며 인권침해를 일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과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1개 지자체에서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84곳이 경찰을 상주시키고 있다. 또 41곳이 법이 금지한 CCTV의 목적 외 이용을 협약서에 명시하는 등 법을 어기고 있는 곳이 다수였다. CCTV를 집회 감시용으로 사용한 경우도 다수 있다. 심지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된 CCTV는 처음부터 집회 감시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작년 4월 4일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한 중구청은 바로 그 다음 날인 5일 절차를 밟지 않고 CCTV 설치를 강행했다가 항의를 받고 자진 철거한 후 형식적인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2일 다시 설치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21일 오후 5~6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 참석자들을 수십 차례 확대하고 회전하며 집회를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3월 15일에는 경부고속도로 충북 옥천 나들목에 설치된 CCTV가 집회 참가자들이 탄 버스를 추적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청와대도 기자회견 및 집회 감시에 CCTV를 사용하고 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와 대통령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을 위해 단골 장소로 선정하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는 대통령 경호실에서 관리하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시작하면 거리를 비추고 있던 CCTV는 방향을 바꿔 기자회견 참가자를 비추고 확대하며 촬영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이 CCTV를 설치·운영하는 대통령 경호실에 이와 관련해 열람 및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청와대 경비에 위해를 가져온다며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모든 시민을 위해서 숨겨진 권력자의 음모를 저지했지만, 현실에서 <어벤져스2>는 CCTV로 인한 혹시나 침해당할지 모를 자신의 권익을 보호했을 뿐 시민들의 권익은 보호해주지 않았다. 시민들은 온종일 CCTV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된 CCTV가 인권을 침해하고 시민을 감시하는 눈으로 사용된다면 안 될 일이다.

<어벤져스2>의 제작사가 우리 공공기관의 이런 불법적 CCTV 운영을 알고 촬영을 거부했다면 매우 현명한 조치였을 수도 있다. 국민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것처럼 촬영 장면을 따라 회전하고 확대하며 촬영해 자신의 권익을 침해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CCTV가 촬영 대상의 허락을 받고 촬영하거나, 촬영을 거부할 때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남용 방지를 위해 CCTV를 설치할 때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최소한의 규제인 '목적 외 사용 금지'와 자신의 권익 침해를 확인하기 위한 '열람 허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받은 외국 영화쯤 되어야 CCTV로 인한 권익 침해를 예방할 수 있어서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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