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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더러운 년들!”이라는 욕에...

[비정규노동자의 얼굴]<15> 윤화자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저는 58세 윤화자라고 합니다. 중앙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한 지 6년 됐는데, 그 전에 보험회사, 식당주방, 호프집도 하고 안 해 본 게 없어요. 오래되신 분들은 17년, 18년씩 일했어요. 청소는 화장실 하나만 해도 한 시간씩 걸려요. 큰 강의실은 혼자 해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5시, 6시에 출근해서 일해요. 계약서에는 오전 7시 출근이라고 되어있는데 우린 그것도 몰랐어요. 눈이 많이 올 때는 정말 지겨워요. 하루 종일 쓸고 쌓이면 또 쓸고, 쌓이면 나가서 또 쓸고, 눈이 얼면 염화칼슘 뿌리는 것까지 다 했어요. 외곽만 안 해도 덜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추운 데서 일하는데 방한복도 안 줘요. 그냥 우리 돈으로 옷 한 벌 사 입고 일해요. 제 청소 구역은 대학원 건물 1, 2, 3층에 있는 강의실 전체와 5층 강의실 한 군데예요. 출근하면 들어오는 외곽부터 쓸면서 건물로 들어가요. 들어가면 강의실과 복도를 쓸고 닦아요. 다시 밖으로 나와서 쓸고, 풀 뽑고, 담배꽁초 줍고 또 들어가요. 건물 안 화장실은 걸레로 일일이 닦고, 화장지 보충하고, 하루에 서너 번씩 해요. 그러면 9시가 조금 넘는데 그때 아침밥을 먹어요. 하루 한 끼 먹을 때도 있고 두 끼 먹을 때도 있어요. 계약서에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같은 용역회사 소속 경비한테 일일이 다 보고 하고 다녔어요. 작년 3월에 재계약하면서 월급도 안 올려주더니 무슨 일인지 8월에 시급 5,100원에서 5,700원으로 올려줬어요. 우린 박수치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신쭈(계단에 있는 노란선)를 닦으라고 하는 거예요. 돈 몇 푼 올려주고 케케묵은 때 다 벗기라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한 달에 받는 돈이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103만 원 안팎이에요. 상여금은 아예 없고 떡값이네 뭐네 일체 없어요. 얼마 전부터 명절 때 상품권이 나오긴 해요. 연월차는 따지지도 않았고, 제가 휴가를 가면 옆 사람이 대신 일해주고 옆 사람이 휴가 가면 제가 또 그 사람 일 해줘요. 노조 만들고 우리가 파업을 하니까 소장이 퇴근한 우리 엄마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했어요. 1인당 벌금이 600만원이고, 자식들한테 빨간 줄 생기면 장가는커녕 취직도 못한다고 협박했어요. 무서우니까 젊은 엄마들이 빠져나갔는데 많이 속상해요. 끝까지 노조에 남은 엄마들한테 소장이 “에이, 더러운 년들!”이라고 욕 하는 거 다 들어가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노조가 있는 다른 대학교만큼 우리도 인간대접 받고 싶어요. 총장님도 우리한테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줄 몰랐다.”라고 말했어요. 월급도 많이 바라지 않아요. 숨통 트일 만큼요. 많으면 좋겠지만 제 손에 들어오는 돈이 130만원이면 좋겠고 연월차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찮은 청소 일을 하지만 진짜 힘들게 일 해왔으니까 사람대우를 해달라는 거죠. 사장과 소장이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지도 않고, 우리더러 하찮은 것들이니까 그만둬라 이런 식으로 딱 잘라버려요. 그래서 그동안 말 한마디 못했어요. 일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는 한 번도 안 됐어요. 근래에 그만 둔 사람은 직계가족들이 다 쫓아와서 난리를 쳐서 산재처리를 했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요. 빨리 우리 민주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 체결해서 예전처럼 일하고 싶어요.

사진/이상엽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글/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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