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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북한과 통일을 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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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북한과 통일을 하려 하는가

[한반도 브리핑] 경제적 이익만 집착하는 '통일대박'은 '쪽박'

2014년 벽두 최대의 화두는 ‘통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3번이나 언급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과거 북한의 통일에 대한 입장과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 된 이후 처음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개선과 통일을 언급한 것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여 통일을 매우 큰 짐으로 여기던 이전 정부와 통일에 대한 입장이 다름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통일은 대박인가?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조선일보>와 같은 주류언론들에서는 통일이 되면 국토가 넓어지고, 자원이 많아지게 되고, 또 안보위협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박’이라는 하며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옹호하고 있다. 그런데 주류언론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이 되어야만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다는 하여, 북한체제의 붕괴 또는 동독이 그랬던 것과 같이 북한이 남한의 체제에 흡수되는 것을 ‘통일대박론’의 기본 가정으로 들고 있다.

▲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러나 이러한 ‘통일대박론’에 대해 한편에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구성상 만약 북한이 붕괴한다면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듯이 남한에 흡수되기 보다는 한반도 통일에 이해를 갖고 있는 강대국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각기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놓으려는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남한 단독으로 북한을 흡수하기 어려우며 설사 남한이 중국과 미국에 양해를 얻어 (이것은 미국에 치우쳐있는 한국의 외교를 고려할 때 상정하기 매우 어려운 가정이다) 북한을 흡수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통일의 비용이 편익을 훨씬 초과 하여 통일의 편익을 누리기 전에 국가파산사태에 이를 수가 있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붕괴를 가정한 통일 대박론은 북한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북한 전역이 군사기지화 되어 있고 100만 이상의 군대를 갖고 있는 북한이기에 붕괴하더라도 조용히 붕괴하지 않고 ‘내전’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한붕괴에 의한 통일은 한반도 전체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등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현 정부의 노림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의 진짜 배경이라고 하고 있다.

통일은 대박일까 아니면 쪽박일까? 그러나 통일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통일의 진정한 의미와 궁극적인 목적을 전도하고 퇴색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통일 대박론은 경제 제일주의에 입각한 것으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입장에서 통일을 본 것이다. 경영학의 용어를 빌려서 설명하자면 통일은 블루오션 (Blue Ocean) 정도가 된다. 실제로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 대박론은 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블루오션에 부합되는 것이다.

국토는 두 배 이상 넓어지고 (북한의 국토는 약 12만㎢로 남한의 국토 9만㎢ 보다 넓다), 통일 한국은 자원 부국이 될 것이며 (북한의 지하자원은 약 7천조 원 이상으로 남한의 22배가 넘는다) 안보위협도 없어지게 되어 매년 국가총생산 (GDP)의 6%나 쓰고 있는 국방비도 줄고 (이것을 보다 생산성 있는 부문으로 돌리면 GDP가 늘어나게 된다) 해외투자의 방해요인도 사라져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외투자 (FDI)도 늘게 된다. 결국 북한붕괴에 의한 통일로 국가의 부 (Wealth of Nation)가 늘어남으로 통일은 블루오션이 분명하다.

사정이 그렇다면 우리 모두 북한붕괴를 바라야 하고 정부가 북한붕괴를 위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고려할 때 당치도 않은 이야기이다. 통일을 이와 같이 경제제일주의로 본다는 의미는 통일을 결국 물질적 가치 또는 ‘돈’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을 철저히 대상화(對象化) 또는 타자화(他者化) 시키는 것으로 마치 결혼을 단지 물질과 돈을 위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어떠한 목적과 이해 관계없이 상대방을 위하고 아껴주는 것이며 나아가 상대방과 진정한 하나가 되려는 노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 없이 결혼을 한다면 그 결혼은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통일이 ‘대박이다, 쪽박이다’를 따지기 전 우리는 자문해 봐야 한다. 왜 우리는 북한과 결합(혼)하여야 하는가? 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졌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은 하나의 강토에서 하나로 살아왔다. 그러나 구한말 일제에 강제 합방되어 35년간의 치욕적인 식민지 기간을 거쳤다. 당시 우리민 족의 염원은 독립된 국가에서 신분에 귀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즉 자주독립과 민주국가건설이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였고 남과 북으로 각각 진출한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되어 7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통일은 이런 측면에서 일제식민지시절 우리 민족 염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7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 동안 남과 북은 제각기 상이한 체제를 건설하였다. 결혼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어야 하듯이 통일이 남과 북 모두의 염원과 담아내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체제가 우월한가를 따지기보다는 양방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단점을 극소화 시킬 수 있는 융합의 묘(妙)를 간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융합은 상생의 질서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동북아시아로 오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헨리 키신저가 경고하였듯이 (키신저는 현재 동북아 정세가 제1차 대전 직전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팽배돼 있던 유럽 각국의 정세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상대방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는 상극적 질서로 가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허브에 위치하고 대륙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한반도가 상생의 질서로 통일을 이룩한다면 상생은 동북아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적 고리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 내적 의미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것을 이미 오래전에 간파한 독립운동가이며 선각자의 다음의 글로 결론을 대신한다.

'김구 - 나의 소원' 中 내가 원하는 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 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위치와 기타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의 세계 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가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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