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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의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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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의 프레임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9> 박봄

이 사진을 보면 다들 첫 마디가 '사진 참 좋다'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

첫째, 힘이 느껴진다.
둘째, 공간 구성이 뛰어나다.
셋째, 프레이밍을 잘했다.

이 사진의 힘은 프레임에서 나온다.

사진의 테두리, 즉 프레임.
프레임은 사진에 호흡을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사진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사진은 결국 프레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대부분 사진이론서에는 찍는 사람의 철저한 계산과 의도에 의해 프레임이 결정되어진다고 한다. 또, 프레임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진의 발전이 느리고 더디다고도 한다.

하지만 난 이 친구들에게 프레이밍에 대해 가르쳐 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프레이밍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걸까?

프레임은 결정적으로 찍는 사람의 내면에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진 본능이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셔터를 누름으로써 결정되어진다고 생각한다.

킬러의 본능과 같다.
킬러들은 적을 보면 본능적으로 어디를 겨누어야 할지 이론보다 감각이 먼저 한 발 앞선다.

정확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물론 이론서에 쓰인 프레임에 대한 개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은
종종 내가 배웠던 그 이론을 보기 좋게 뭉개 버리고 만다.
어쩌면 나에게 진짜 선생님은 이 친구들이다.
가르치러 갔다가 되레 내가 배우고 온다.

이 친구들은 우리가 그 동안 사진수업에서 수 없이 배웠던 구도, 구성, 노출, 초점...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우리는 사진을 기술로써 먼저 습득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감동적인 사진은 초점이 잘 맞고, 노출이 완벽하고, 색온도가 완벽한 사진이 아니다.
초점이 잘 안 맞아도, 노출이 완벽하지 않아도, 색온도가 차이가 나도
한 장의 사진에서 작가의 감수성과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다면 그 사진이야말로
감동적인 사진이다.

개개인마다 감수성과 스토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살아온 시간과 환경이 다르므로...
여전히 인터넷에 오르는 잘 찍었다는 사진 밑에 캡션을 보면
조리개 F8, 셔터 속도 1/100, 촬영모드A, IS0200...
사진이 무슨 자동판매기도 아니고, 틀에 구어 나오는 붕어빵도 아닌데 우리는 여전히
정해진 모범답안을 찾듯 모범사진을 찾아 찍어대기 바쁘다.

'내 멋대로 찍기'
어쩌면 그게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결국 눈과 마음의 프레임이다.
그 눈과 마음이 자유로울 때 사진은 날 수 있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고현주씨가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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