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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홍, 장하준 책도 공산주의 서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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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미홍, 장하준 책도 공산주의 서적이라니…"

[인터뷰] '종북 소송' 승소한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그는 최근 두 가지 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하나는 "배드민턴, 약속을 지킨" 일. 지난해 노원구 배드민턴연합회장기 대회에 참석해 "내년에는 배드민턴을 배워서 관람객이 아닌 선수로 출전해 함께 하겠다"고 인사말을 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구청장은 인사치레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부터 6개월 동안 새벽마다 레슨을 받아 40대 초심반에 출전해 경기를 치렀다. 김 구청장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데 그치지 않고 1승을 거뒀다.

또 하나는 '종북 소송 배상 판결'이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에 김 구청장에 대해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고 적은 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냈고, 1심에서 8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석기 의원 사태, 국정원 댓글 논란 등이 이슈화 되면서 김 구청장의 '종북 소송' 결과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21일 김 구청장에게서 '종북 논란'에 대한 입장과 몇 가지 구정 현안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김성환 노원구청장. ⓒ노원구청

김 구청장은 정 전 아나운서로부터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계기를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특강이 발단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구청이 주최하는 노원교양대학의 시리즈 강좌 중 한 교수가 '지금 이순간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특강을 했었다. 그런데 한 교수 강의가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강의를 들은 주민들이 한 교수의 강의를 더 듣고 싶다면서 현대사 관련 강좌 개설을 요청했고, 올해 1월 총 6강의 강의가 계획됐다. 비용도 모두 본인 부담(3만 원)으로 책정됐다. 100명 정원에 200명이 넘게 신청하는 등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보수 단체들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한홍구 교수가 이미 그들의 '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강의 내용 중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부분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블루유니온' 등의 보수 단체가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돼 한창 인수위가 운영되던 시기였다.

"제 개인적으로는 한홍구 교수의 역사 인식에 동의하니까 큰 문제는 없는데, 쟁점이 되고 있는 현대사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 측에서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행정기관이 강행하는 건 적절치 않겠다 싶어 주최를 시민단체로 변경했습니다. 그런데 정미홍 씨가 이런 내용을 보고 트위터에 쓴 모양이에요."

김 구청장은 자신을 향해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건 처음 들었다고 한다.

"제가 전대협 출신이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북한에 대해 동경심이 있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활동을 한 적이 전혀 없어요. 학생운동 당시 관련된 책 몇 권 본 적이 있지만 주체사상 내용에 동의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역사에 있어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것은 그럴만도 한데, 뒤에 가면 수령론 등 북한의 세습을 인정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건 봉건이잖아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정 전 아나운서에게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은 뒤 사실 소송까지 제기할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정 전 아나운서가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도 '종북'이라고 시비를 걸어 그 트윗이 화제가 됐죠. 성남시장도 바로 다음 날인가 대응을 했고요. 저는 사실 가급적이면 정치적인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지난 4년간 동네 일로 소송하거나 고발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번에도 본인이 사과를 하면 넘어 가려고 했는데, 사과는커녕 본인의 정당성만 주장하니까."

결국 소송을 냈다.

"정미홍 씨의 목표는 나에게 종북 이미지를 씌워서 다음 지방선거 낙선을 목표로 하고 있잖아요.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 놓지 않으면 정미홍 씨의 주장을 인용해서 상대 후보가 종북 덧씌우기를 할 때 방어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재은 판사는 "피고(정미홍)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김성환)를 '종북 성향'의 인사로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피고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거나, 그것만으로 원고의 성향이 '종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그 근거가 매우 박약하다"며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라고 800만 원을 배상 판결을 내렸다. 정 씨가 낸 반소는 기각됐다.

김 구청장은 판결 후에도 정 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미홍 씨가 트위터에 글을 올렸더라고요. 이번에는 판사의 성향을 문제 삼던데요. 그러면서 장하준 교수의 책도 자본주의를 부정한 공산주의 책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정 씨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트위터에 "하급법원 젊은 판사들의 성향 참 문제다"라고 비난하는 한편, 김 구청장에 대해서도 "이적단체 한총련 전신인 전대협 출신, 자본주의 부정하는 공산주의 서적까지 공무원들에게 읽힌 후 논술로 인사고과 반영, 이적단체 진보연대 공동 위원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임명, 김일성이 민족영웅이라는 종북 교수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주입한 구청장이 종북이 아니면 누가 종북입니까?"라며 종북 공세를 그치지 않고 있다. 정 씨는 오히려 형사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 '공안부'에 기대며 판결이 뒤집어 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공무원 승진 시험의 연공서열화를 탈피하고자 승진 시험 때 책 몇 권을 제시하고 논술 시험을 보고 있다. 현대판 '과거'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매번 바뀌는 '시험범위'에는 제레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과 같은 책도 있는데,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있었다. 장하준 교수의 저서에 대해 정 씨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서적"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김 구청장은 이와 같은 '종북 덧씌우기'가 성공하지 않을 거라 장담했다.

"남북분단의 아픈 상처를 활용해 유신 시절 '좌익용공'이라는 이름으로 반대 세력을 몰아세우고 지금은 '종북좌빨'로 몰아가는 등 보수우익은 메카시즘을 30년 넘게 우려먹고 있는데, 저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사실과 다른 주장들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을 거라고 봐요. 그들의 의도대로 잘 될 거라고 보지 않아요. "

"민족사의 아픔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김 구청장은 더불어 '민주 진보' 진영의 성찰도 주문했다.

"'종북'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진보 진영 내에서 NL과 PD 간의 논쟁에서 나온 것인데, 그 역시 1980년대식 사고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시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또한 북한의 세습문제, 인권문제에 침묵한 것은 옳았는가에 대해 민주-진보 진영도 반성할 건 반성하고,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진보 진영이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할 건 지적하고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도 악의적 종북 덧씌우기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본인이 실수로 그렇게 했고 사과를 한다면 일일이 법정으로 가져가지 않겠죠. 그러나 의도를 갖고 악의적으로 반복해서 덧씌우기를 한다면 용서하기 쉽지 않죠."

김성환 구청장과 정미홍 씨 소송에서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비판은 대상자가 국가보안법 처벌의 가능성이 있기에 문제제기를 할 때 더욱 엄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 일부를 인용한다.

"이른바 '종북(從北)'이라는 말은 아직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말이나, 이는 문자적으로 '북(북한)을 추종하는 것'을 의미하고, 보통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데 쓰이는 말이다. '종북'이라는 말의 이와 같은 의미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발언 등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표현과 함께 쓰이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평가한 특정인의 대북관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표현행위에 있어서와 같이 구체적인 전제사실의 적시나 전후 사정에 관한 설명 없이 특정인을 '종북 성향'이라고 지칭하는 경우에는 그 안에 특정인의 어떤 행동, 발언, 정책이나 가치관(즉, 주체사상과 북한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행동, 발언, 정책이나 가치관)을 암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표현이라고 보아야 하고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런데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나 '종북 성향'이 발현되는 행위 즉,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종북 성향'의 인사로 지목되는 경우 그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의 명예가 훼손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표현행위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하게 저해시키는 표현으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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