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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안보강연서 '박근혜 지지' 발언 확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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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안보강연서 '박근혜 지지' 발언 확인 파문

[국감] 의원 질의에 "이념대결 승리가 보훈처 업무" 황당 주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안보 강연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퇴를 재촉구했다. 박 처장은 문제의 발언 외에도 황당한 발언과 태도로 야당은 물론 여당 소속 의원들과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31일 국무조정실과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질의에서 박 처장이 강연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틀었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의 반대로 영상의 음향은 꺼진 상태였고, 대신 강 의원이 박 처장이 했던 발언을 읽었다.

동영상을 틀기 직전 강 의원은 박 처장에게 "(지난해) 대선 개입을 했느냐, 안 했느냐?"고 물었고, 박 처장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다시 "특정 후보를 지지했느냐?"고 물었고 박 처장은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고 했었다. 강 의원은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이념 교육, 안보 교육을 했느냐"고 물었고, 박 처장은 "저는 안보 교육을 했다"고 한 직후 상황이었다. 다음은 동영상 속의 발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금년에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세력·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2012년 1월 5일 국제외교안보포럼 신년하례식 및 544차 조찬강연)

"작년 1년 동안 여러분들 수고도 많이 하셨지만 그 성과가 지대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뜻하신 바를 이루었습니다. 국방부는 군사대결 업무를 하지만 이념대결 업무를 어디서 합니까? 제가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는데, 제가 보니까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입니다." (2013년 1월 9일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신년교례회)


강 의원은 동영상 속의 발언에 대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강 의원은 또 올해 1월 9일의 '이념대결 승리' 발언을 문제 삼으며 "보훈처가 이념대결 하는 조직이냐"고 물었다. '작년의 수고와 그 결과인 막대한 성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박승춘 '버럭'하며 "보훈처는 이념 대결 승리할 수 있는 업무 해야 한다"

그러자 박 처장은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후보 지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저 말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한 것이지 특정 후보를 위해 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념 대결' 부분에 대해서도 격앙된 목소리로 강 의원의 추가 질의를 덮으며 "(보훈처는) 이념 대결 상황에서 국민을 올바로 교육해서 국가유공자들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과 강 의원이 어이없어 하며 '의원이 질의할 때는 간단히 답하라. 나중에 답변할 시간 주겠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강 의원은 재차 "보훈처가 이념대결 하는 조직이냐 아니냐. 그렇나 아니나 그것만 답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이념 대결을 위한,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실질적인 선거 개입을 했는데 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하자 박 처장은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제가 거짓말을 하는지,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님,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라는 말은 큰 목소리로 3번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이 격앙됐다. 먼저 김정훈 정무위원장이 나서 "답변을 간단하고 분명하게 하시라. 여기가 무슨 선거 유세장도 아니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박 처장은 여전히 "이 문제는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다. 정확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뻣뻣한 태도를 취했다.

김 위원장도 그러자 목소리에 짜증을 섞어 "이념 대결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보훈처 고유 업무와 관련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업무에 대해 정확히 답변하라. 애매하게 정치적 답변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그때서야 박 처장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여당조차 "국회의원이 핫바지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여야 의원들이 벌떼같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박 처장을 나무랐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박 처장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으며 "이제 드디어 보훈처장이 심중에 있는 얘기를 직접 했다. 보훈처가 국내 이념대결의 장에서 이념투쟁을 담보한다니, 이게 보훈처라는 행정기관 책임자가 할 말이냐.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갖고 있는 처장이 '이념 대결이 주된 임무'라고 하니 어떻게 용납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답변 태도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태도 문제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박 처장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여기 있는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자다. 그럼 여기 있는 우리는 핫바지냐?"라며 "그럼 우리 다 빼고 나가서 국민들한테 호소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도 "(답변 태도를) 아무리 지적해도 그에 대한 반응이 없다"며 "이 자리는 국민의 대표가 수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피감기관의 업무에 대해 감사하는 자리"라고 훈계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도) 이 자리에서 박 처장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 자기 이념을 선전하고, 그걸 국민이 평가할 거라며 정치적 구호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기준, 민병두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박 처장 비판에 가세했다. 김정훈 위원장은 결국 11시 10분께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정회된 정무위는 오전 중 다시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별도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박 처장을 규탄했다.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간담회에서 "박 처장은 '안보 교육'을 빙자해 정치 개입을 한 것"이라며 "국가공무원법(제65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국감에서 박 처장이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며 여야 합의를 거쳐 위증죄로 고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오후 국감에서는 박 처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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