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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제출한 자료로 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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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제출한 자료로 뭘 하라고"

한나라당도 "건보 자료 꼭 필요"…26일 정형근 출석이 분수령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5일 행정안전부, 농림수산식품부, 농촌공사로부터 기관보고를 받았지만 정작 진상조사는 한발작도 나가지 못했다. 관련 기관들의 자료 제출 부실과 건보공단의 직업 분류 명단 자료도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쌀소득보전직불금 내년부터 수령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과 '쌀 판매 실적' 등을 통해 실경작 여부를 가리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왔지만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세부 기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등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책임의 한계가 명백하지 않아서"

애초 국정조사의 핵심은 고위공직자 부당 수령 여부와 감사원 감사 은폐. 여야는 이와 관련해 질의를 쏟아냈지만 이날 출석한 기관장들이 답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직불제 주무부서인 농식품부 역시 '책임자가 바뀌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농식품부 장태평 장관은 "책임이 있다면 문책해야 하지만 책임의 한계가 명백하지 않다"며 "담당자들이 현직에 있지 않고, 더러는 퇴직한 사람 있으며 현재 위치가 바뀐 사람도 있기 때문에 분명한 조치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바로 그 점이 문제"라며 "감사원이 은폐했다고 하지만 첫째가 제도를 잘못 만들고 운영한 책임이 있는 농식품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도 "이 문제는 엉성한 법 규정, 주무부서의 관리 부실, 늑장대응, 수령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공사 홍문표 사장은 "당시는 쌀 직불금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현안으로 문제 되지 못했고 지금 와서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31일 행정안전부 원세훈 장관이 "직불금 받은 공무원 중 99%는 받을만한 사람이 받은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행정안전부 김영호 1차관은 "지방의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농촌지역에 근무하는 대다수 지방 공무원들은 농사도 짓고 있지 않느냐는 그런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이게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직자 발언은 신중해야 하는데 직불금 부당 수령자 조사를 시키고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물타기하려는 것으로 국정조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99%가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그러면서 자료도 못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힘 빠진 여야

이같은 정부의 비협조와 안일한 상황인식이 드러나면서 이날 기관보고는 맥이 빠졌다. 야당은 주로 행안부의 '자료 제출'을 문제 삼았지만 '푸념'에 그칠뿐이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처삼촌 묘에 벌초하듯' 제출한 자료를 보라. 이 자료가 쓸모 있느냐. 직급도 뒤죽박죽이고, 주소도 대충 통계가 들어있는데 이게 진상조사에 협조하는 마음으로 보낸거냐"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호 1차관이 "처음에 (개인정보 보호법과 무죄추정 원칙으로 자료 제출할 수 없다는)그런 답변을 드렸는데 이후에 한승수 총리가 국조특위에 무조건 협조하는게 좋겠고 해서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총리의 말 한마디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사라지고, 총리의 말 한마디에 개인정보보호는 사라진다. 총리 말에는 벌벌 떨면서 국회는 무시하느냐. 이러니 어떻게 국민들이 신뢰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료 제출과 관련해 거부한 자들은 고발하고 법원에서 최종 사법 판단을 꼭 받아야 한다. 차제에 명명백백히 시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이 분통을 터트린 만큼 한나라당도 '감사원의 감사결과 은폐' 와 관련해 농식품부를 추궁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얻어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장윤석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은폐된 게 2007년 7월이고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게 1년 3개월 후인 지난 10월"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작년에 하지 못하도록 한 게 누구인지 의혹이다"고 주장했지만 장태평 장관은 "사실은 그렇지만 (은폐의) 의도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관보고도 흐지부지…결국 26일 정형근 건보 이사장 출석이 국조 분수령?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당시 농촌공사에서 쌀 소득 보전 직불금과 관련된 전산작업을 실행했던 이영심 씨를 증인으로 세워 "2007년도 생산된 자료하고 이번에 감사원에 파견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산한 자료의 차이점 뭐냐"고 질문했지만 "건강보험공단 측의 자료가 없다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는 "김영심 씨의 답변을 들으며 건강보험공단의 자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밝힌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다시 한번 국조위원들의 뜻을 합쳐 건보 자료가 제공돼 국민이 원하는 생산물이 나오길 바라고 내일 건보공단 이사장과 또 다른 논쟁을 준비하겠다"며 질의를 마쳤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강적'인 정형근 이사장을 압박하고 나설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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