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 상태인 국회 쌀 직불금 국정조사가 일단 '자료 공유'라는 첫단추는 꿰었다. 여야는 21일 간사단 회의를 열고 감사원 등 정부 측이 제출한 쌀 직불금 부당수령 의혹자 명단을 특위 위원들이 공유한다는 데 합의했다.
송광호 특위 위원장은 이날 여야 간사들에게 USB 저장장치를 전달했다. 이 장치에는 감사원의 부당수령 의혹자 명단 및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자진신고자 명단, 농수산식품부의 관외경작자 명단 등이 담겨져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를 특위 사무실에서만 열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야당들이 '특위 사퇴'를 경고하며 강하게 나오자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대신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을 예정이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민주당에서 자료가 유출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이로써 25, 26일로 예정된 기관보고는 일단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보험공단의 자료협조' 문제는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측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직업과 소득 자료가 필요하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건보공단이 자료협조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새 건보공단 이사장이 된 정형근 이사장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21일까지 공개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고발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은 일단 26일 정 이사장이 기관보고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 지켜보고 결정하자며 맞서고 있다.
"정부 측 자료는 '전화번호부' 수준에 지나지 않아 건보의 협조 없이는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민주당은 '특검 도입'까지 경고하는 등 강경한 자세다.
민주당 최규성 간사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승수 총리를 향해 "총리가 이미 각 부처의 협조를 공언했는데 산하기관장이 말을 안들으니 정부의 영이 서겠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정 이사장이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는 충정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 출신인 정형근 이사장이 개인정보 수호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해 6월 감사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쌀 직불금 수령실태를 보고한 내용을 들여다보기 위해 대통령 기록물 열람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비공개 기록물을 열람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제적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감사원의 쌀 직불금 비공개 결정과 은폐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자료제출 요구안을 한나라당이 주도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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