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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컴퓨터의 유토피아 : 라이프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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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와 컴퓨터의 유토피아 : 라이프니츠

[우리 눈으로 본 서양근대철학사]<4> 이성의 꿈을 완성하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한 <우리 눈으로 본 서양근대철학사> 강좌 4번째 수업에서는 김성우 상지대 교양학부 겸임교수가 라이프니츠의 철학에 대한 재해석의 가능성과 현대철학과의 접합 지점에 대해 강의했다. 스피노자 철학을 살펴봤던 지난 3강이 스피노자의 생일인 11월 24일에 있었는데, 이번 4강 수업일은 한국 언론 역사에서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종편채널이 개국한 12월 1일이라는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의 인사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꿈꾸는 한국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지배력 행사에 어떻게 맞서 싸울까. 필자는 라이프니츠의 철학에서 세계와 역사를 보는 어떤 새로운 관점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김성우 교수의 강의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화와 화해를 추구한 라이프니츠의 철학

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철학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은둔과 고독의 철학자였다면,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는 궁정과 왕립학술원을 중심으로 사교적이며 세속적인 일에도 활발히 활동한 철학자였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치고문, 외교관, 도서관장, 엔지니어, 수학자, 물리학자, 신학자로도 활동했다. 라이프니츠는 대표적인 저작을 많이 남기지 않았지만, 정치가들 및 지식인들과 주고받은 15,000여 통에 이르는 서신을 통해 오늘날 그의 사상을 재구성해볼 수 있다.

김성우 교수는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조화와 화해의 철학'으로 요약한다. 라이프니츠의 말처럼 그의 철학은 "통일성에 의해서 보충된 다양성으로서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는 당대의 변화와 지속되어 온 전통의 조화를 고민한 역사의식을 가진 철학자였고, 분열된 기독교의 소통과 화해, 유럽의 정치적인 통합, 그리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기계론 철학의 사상적 조화를 시도했다. 더 나아가 유럽 너머의 지역에서도 조화를 통한 세계평화를 꿈꾸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예정된 조화", "보편적인 조화의 체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홀로 존재하는 실체적 형상들, 모나드

라이프니츠는 독일 관념론 철학의 출발점으로 그의 사상은 제자인 볼프에 의해 형이상학적 체계로 정립되어 독일 대학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정착되었다. 후대의 칸트는 로크를 모든 것을 감성화한 철학자로, 반대로 라이프니츠를 모든 것을 지성화한 철학자로 규정한다. 라이프니츠는 지각에 의한 인식 경험이라는 영국 경험론의 기초를 비판하며, 세계의 진정한 실체를 인간이 외부의 실체를 인식하는 방법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나중에 헤겔은 이러한 그의 사상을 '지성의 형이상학'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지성(知性, 영어 understanding, 독일어 Verstand, 불어 entendement)은 라틴어 intellectus에서 온 말로 흔히 '오성(悟性)'으로 잘못 불리어지기도 하는데, 사물이나 언어를 형식논리를 통해 분석하는 이성을 말한다. 사변 이성보다 한 차원 낮은 단계의 이성을 가리킨다. 물론 헤겔은 라이프니츠의 그 '지성의 형이상학'에 대해 지성의 범주가 분리되고 사물들 사이의 관계성이 제한되며, 절대적 통일은 지양되어 개별자들의 상호매개는 신에 의해서만 가능해진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라이프니츠가 독일 관념론에서 맨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그의 철학이 인식 주관 외부에 있는 실체를 주체의 관점에서 정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주체는 자체 안에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역동적이고 자발적이며 자유로운 존재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기계론적으로 완벽하게 틀 짜여진 세계상을 구성하면서도 그 배후에 있는 목적론적인 생명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했다.

김성우 교수는 라이프니츠가 "유일한 보편 정신, 스피노자 식의 유일실체론, 홉스식의 원자론이 아니라," 물리적이지 않은 "형이상학적인 하나의 점으로서, 일자, 하나, 개별 영혼들"을 실체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라이프니츠하면 떠오르는 '모나드(monad)'라는 것이다. 이 모나드는 스콜라 철학의 전통에 들어 있던 실체적 형상이라는 목적론적 개념을 부활시킨 것인데, 스피노자 철학에서 거대한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 되어버린 개별자의 정체성 문제를 극복하고, 데카르트가 던져 놓은 문제인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이라는 문제점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연결시키려는 이성의 꿈

헤겔, 하이데거, 러셀, 들뢰즈와 같은 대가들과 마찬가지로 라이프니츠는 서구 철학사와 지성사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 기존의 표준화된 해석을 거부하여 '근대라는 세계의 기초공사'를 담당했다. 그는 "사유를 형식화하고 세계의 운동 원리에 대한 합리적 재구성을 시도"했는데, 스피노자와 달리 우주의 본성에 대한 설명 속에서 인간이 향유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자유의지를 옹호했다. 또한 유일한 실체와 동일한 스피노자의 신(神) 개념과 달리, 라이프니츠의 신은 모든 가능한 세계들 중에서 최선의 것을 염두에 두고, 가능성들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자유로운 행위자였다.

또한 미분과 적분의 원리를 발견하고 컴퓨터를 만들 때 밑바닥에 깔려 있는 디지털 언어의 밑그림을 제공했던 라이프니츠는 영미 분석철학과 기호논리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유의 보편적인 형식으로서 논리학은 모든 과학에 앞서는데", 보편적인 기호법을 기반으로 하는 보편 언어에 대한 그의 생각은 후대에 "러셀을 필두로 하는 현대의 기호논리학과 이상 언어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앞서 말한 라이프니츠의 '지성의 형이상학'이 이상적인 형식 논리학에서부터 나오고, "이러한 논리학은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호법, 수학, 보편학문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분석적 사유는 논리 계산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 컴퓨터의 기초가 된 논리적인 이상 언어의 바탕이 되었다.

김성우 교수는 강의 제목을 '이성의 꿈을 완성하다, 논리와 컴퓨터의 유토피아'로 잡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모든 판단은 분석판단" 즉, 모든 판단 작용은 주어를 분석하면 그 안에 있던 술어가 도출되는 분석판단이며, 모든 문제는 분석적인 계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계산하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는 이러한 근대 '이성의 꿈'이 실현된 것이 컴퓨터라는 것"이다.

한편 러셀은 라이프니츠에 대해 "논리학을 형이상학을 여는 열쇠로 사용한 철학자의 가장 좋은 예"라고 말했는데, 다른 반대편에는 "형이상학을 논리학의 근원으로 보는 하이데거 식의 해석"이 있다. 그는 근대성의 해체를 위해 논리-진리-주체라는 전통 형이상학의 의미들을 해체하고 그것을 설명할 새로운 언어로서, 라이프니츠의 계산적인 언어가 아니라, "기존 언어를 비틀고 뒤트는 해체 실험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시적 언어"를 활용한다.

김성우 교수는 "포스트모던 철학을 대표하는 들뢰즈도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을 자신의 노마드(nomad) 사상으로 변형시켰다"고 말한다. 즉, "들뢰즈가 그의 존재론에서 말하는 접힘과 펼침은 새로운 체계의 살아있는 기계를 구상한 라이프니츠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들뢰즈가 말한 바로크 예술의 근본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그러한 '포개짐과 펼쳐짐'은 '상이하게 접혀 있으며 얼마간 포개진' 기계들을 부품들로 가지는 무한한 기계"라는 라이프니츠 식의 모델인 것이다.

근대적 사고의 원형을 통해 탈근대를 이해하기

김성우 교수는 '라이프니츠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통과 근대의 조화를 추구한 그에게서 근대적 사유의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수강생들에게 앞으로 근현대 서양철학을 공부할 때 계속 해서 고민할 수 있는 근본 질문들을 제시했다. 존재, 신, 자아, 논리라는 각각의 관점에서 즉, '주체'의 관점에서 외부의 '실체'를 의문시하고 문제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사유를 수학적으로 구성하고 인식하려 했던 근대 계몽주의의 계산적 이성은 이른바 '도구적 합리성'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주체'와 '구조'를 함께 사고하는 방식, 또는 '힘(내용)'과 '형식'을 함께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근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들뢰즈 같은 현대철학의 존재론은 라이프니츠 철학에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는가? 모든 것을 분할하여 이해하는 것에 익숙한 오늘날, 전체를 보려는 사고인 '변증법적 사유'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난해하고 머리 아픈 질문들이지만, 김교수의 말처럼 철학적 사고의 훈련은 철학사를 재구성하여 읽으려는 노력에서 시작할 것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실존하는 것이 철학함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전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철학 공부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 공부를 통해 사상사의 흐름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4강은 어려운 개념어가 난무하고 근현대철학사를 종횡무진 누비는 강의로 인해 철학사에 대한 지식이 빈약한 수강생들은 다른 강의에 비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라이프니츠를 통해 근대의 영광과 한계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강생들은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30쪽의 두꺼운 강의자료와 라이프니츠의 주저인『모나드론Monadologia』의 요약본을 통해 그가 이해했고, 구성하려 했던 근대세계에 보다 깊이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5강은 12월 8일(목) 한길석 군산대 외래교수가 과수 조종 매뉴얼 - 홉스의 리바이어던 : 기계론의 정치학을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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