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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 단상, 무엇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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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마을 만들기 단상, 무엇을 어떻게?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 마을에 관한 이야기캠프 (1)

김정헌: 작년 2월에 여기에 사무실을 열고나서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 가시리 마을의 '신문화공간조성사업'의 일을 접하게 됐어요. 마을 분들과 함께 계획을 만들었는데, 농수산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마을 사업을 시작한 거죠. 거기에 선정되면 한 마을에 10억원을 지원해주는 거죠. 자치단체에서 매칭을 해서 10~20억원 정도의 사업으로, 주민들이 문화공간에서 살면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게 목표인데, 우리가 참여한 가시리 사업이 선정이 됐어요. 전국에서 가시리 외에 완주, 의성, 횡성 등 6개 마을이 선정되어 시작됐죠.

정부에서 발주한 마을 사업을 처음으로 들어가 봤던 건데, 결국엔 정부 주도 사업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더란 말이죠. 정부 지원 마을 사업이란 것이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한 마을에 70여 억 원 씩 들어갈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으로 움직여선 안 되겠다 싶어서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까지 생각한 문화 개념을 도입한 '신문화공간조성사업'을 만들려고 한 건데, 그게 썩 매끄럽게 되지도 않고, 마을 주민들 사이의 의사소통 구조에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자칫 이런 사업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눈에 보이는 효과만 요구하면서 분란만 조장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위에서 내려오는 마을 사업이 주민들 사이에 의사소통 구조가 충분치 못한 마을에 들어가면 외부의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거나해서 나중에 갈등이 불거지고, 그러면 또 안 되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생각들이 다 달라요.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걸 원하는 거죠.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소통이 안 된다는 거죠.

가시리라는 곳이 원래 왕실에 올려 보내던 말을 키우는, 목축을 하던 곳이었데요. 우리는 '신화' 이런 것과 연관해서 꾸며보려고 했는데, 주민들의 관심은 다른 거죠. 우리들은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효관: 노인회에서는 '노인회관' 건축하는 게 시급한 일이고, 부녀회에서는 잔치가 많으니까 잔치 치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렇죠.

김정헌: 그런 공간이 필요하더라도, 그 안에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갖추고 그걸 운영하는 것까지를 생각해야 되는 것인데, 요구가 다르니까 다 맞춰주기 힘들더라고요. '혼례식장을 하자' 이런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냥 공간인데,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 서로 인사를 마치고 간단한 다과와 함께 마을에 대한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시작되었다.

박찬국: 사실은 만들어놓으면 거의 이용 안 하거든요. 저희... 동네(여주의 밀머리미술학교가 있는 마을)에도 2억인가 받아서 건물을 하나 지었는데, 이용할 일이 없죠. 그러니까 엉뚱하게 크게 지어서 식당 도구 이런 것도 다 갖춰놓고는, 우리가 이용하지 않으면 이용할 사람이 없어요.

김정헌: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도 동네 주민들, 노인들은 이용을 잘 안하고, 어린이들과 이주민 여성들 이런 사람들만 좀 이용하는 형편인 것 같더라고요. 그 공간이 좀 낯선 거죠. 구들장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좀 놀고 해야 하는데, 현대식으로 해놓고 하면 그게 주민들한테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공주에 신풍이라는 마을에 기업체에서 1억원씩 줘서 마을센터를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그 건축 모양이 서울의 멋쟁이 까페 식으로 만들어 놓고 주민들이 안 쓰니까 창고로 쓰고 있어요.

박찬국: 또 하나 많이 만든 게 목욕탕, 헬스장을 마을마다 만들었는데, 점점 이용을 안 하는 거예요. 나중엔 그 목욕물 끓이는데 에너지가 엄청 드는 거예요. 가동을 하면 너무 소수가 쓰고, 가동을 안 할 때 가서 못하면 또 안 가게 되고. 입장료는 없지만, 청소도 그렇고 관리가 엄청 문제가 된 거죠.

김정헌: 정기용 선생이 무주에 면사무소 안에 만들어준 것은 주민들이 계속 큰 도시로 목욕을 하러 가니까 이용이 되는 것 같던데...

조성룡 : 동네 단위로 하니까 운영이 안 되는 거죠. 무주 같은 경우는 남,녀 교대로 했거든, 수요가 매일 많지 않으니까.

정기용 : 목욕을 자주 매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작게 시작해야 돼요. 남여탕 하나씩만, 물 덥히고 청소하는 게 큰일이니까. 남여탕 같이 쓰면 냄새가 안 나고, 좋아요.

박찬국: 일본도 그렇게 쓰더라고요. 매일 남여탕 바꿔서.

조성룡 : 남여 냄새가 중화가 돼서 없어지는 거죠.

박재동 : 홀애비들 방에 여자 속옷 넣어놓으면 냄새가 없어진다잖아요.

박찬국: 그리고 마을에 관광객을 불러오고 이런 걸 많이 했었는데, 그런게 프로젝트가 되다보니까, 일정 기간은 잘됐는데 상황이 점점 바뀌잖아요. 20년 지나니까. 그게 실제로 마을이 일어선 게 아니고 일시적으로 정책적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아요(일본의 경우를 말하는 듯).

우리나라도 그것과 똑같은 상황으로 가고 있고요. 그래서 이야기들이 관광지를 만드는 것과 특산물 특화 두 가지인데, 주로 오지를 관광 상품화하는 것을 도시에서 인터넷 같은 정보를 다루는 작업으로 많이 한 거죠. 그런데 그게 실제로 경기가 침체되고 하면서 변화가 많은 거죠. 외부에 의존한 게 많아서 망한 거죠.

▲ 왼쪽부터 박찬국, 이은주, 천호균, 조성룡.

전효관: 자생적인 기반이 내부에 있지 않으면 안돼요.

김정헌: 마을만들기가 90년대에 일본에서처럼 관광을 염두에 두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엔 반짝 성공으로 그치고. 주민들 자체의 삶이 마을에 사는 보람이 있다고 봐야 하는데, 관광이라는 게 잘될 수도 있고 반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기초 자치단체에서 마을만들기의 개념이 볼거리 제공과 특성화 음식 제공 이런 걸로 사람을 끌어 모으면 마을 경제에 도움이 된다기에 했는데 사람들이 안 오면 그걸로 끝이에요.

박재동 :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는 이유가 교육문제도 워낙 많기 때문에, 대안학교라든가 괜찮은 학교가 생기면 좀 괜찮을 텐데.

천호균 : 마을 운동이란 게 동네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는 거 아니에요? 서로 자기 능력껏 서로 돕고 재밌게 살자는 것인데, 예술이 끼면 좀 더 아름다워지니까 예술을 넣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정헌: 아주 정확한 말이죠. 정부 차원에서 위에서부터 계속 내려온 운동이 되니까 주민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지 못한 측면이 크죠.

강원재 : 요번에 시골 가보니 당면 과제는 일단 교육문제가 제일 커요. 시골에 가보면 마을에 젊은 인구가 아예 없어요. 젊은이가 시골에 남아있으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 거죠. 그리고 학교도 폐교가 되고. 그러다보니 중학생만 되면 아이를 도시로 내보내게 되는 거죠. 귀농한 분들도 15년 동안 유기농도 하고 했는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니까 애를 데리고 도시로 가야되나 걱정이 된다는 거예요.

노인들이 계신데, 노인들은 현실이 어려운거죠. 아프면 근처에 병원도 있고 해야 하는데. 그리고 문화예술적 활동이 하나도 없으니 삶 자체가 질이 떨어지는 거죠. 생산 인구가 없으니 생산기반도 다 무너지고. 경제적 상황도 농업 쪽으로는 지원을 안 하니까 옛날보다 2배의 일을 하는데 사는 건 똑같다는 거예요. 복합적인 문제를 다 안고 있더라고요.

제가 요즘 마을 일들을 좀 하러 들어가고 있는데, 도시의 젊은 친구들을 건강한 농부로 키우고 있는 거죠. 젊은 친구들 좀 내려 보내고, 마을 애들 공부방 하면서 공부지도도 해주고, 아이들과 문화예술적 작업도 좀 하고, 음악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농사도 지으면서 작품 활동도 좀 하고, 그렇게 만들어보자 해서 그리로 가게 된 거죠. 그런데 시골의 학교를 가보면 선생님들도 잠깐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교사들이 시골에 오면 점수를 더 받는대요.

▲ 왼쪽부터 김정헌, 전효관, 강원재, 유다희.

박찬국: 시골도 어디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지역은 오히려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자기아이를 키우면서 대안학교나 이런 거는 자기가 볼 때 안 맞으니까 오히려 지원해서 가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부부가 교사일 때는 그게 많아요. 그런 경우가 있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점수를 따기 위해, 승진을 위해 잠깐 가는 경우도 있겠죠. 그런 경우는 아무래도 애정이 덜 하겠죠.

강원재 : 그러니까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너무 걱정인거에요. 선생님들이 있으면 믿고 학교를 다니게 해보고 싶은데, 선생님들 만나 봐도 그렇고 하니깐...

전효관: 시골 가면 교장이나 교감될 때 점수가 더 붙거든요. 섬에 가면 더 심한 경우도 있어요.

강원재 : 아이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폐교가 되는 위기에 처하니까 폐교를 안 시키기 위해서 도시에서 애들을 끌고 오는 거예요. 그렇게 인원수만 채워서 겨우 유지만 하고 있고. 악순환이에요. 결국 젊은 인구들이 계속 가면서 지역 안에서 활동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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