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한 번 하고나면 몸살이 난다.
항상 그랬다.
벌써 4번째 전시면 담담해지기도 하련만 거의 두 달 정도는 꼬박 전시 준비에 온 신경을 다 써야 한다.
전시장 셋팅을 하고 오프닝까지 다 치러야 비로소 안심이 되면서 내 몸에 흐르던 기분 나쁘게 팽팽하고 터져버릴 듯한 전류들이 순식간에 작동을 멈춘다.
기진맥진한 채로 그냥 쓰러진다.
그리고 긴 꿈을 꾼다.
되풀이 되는 패턴이다.
바닷가를 마음껏 뛰어다니는 친구들,
혹은 하늘을 훨훨 나는 친구들..
꿈속의 친구들의 표정은 항상 행복했다.
웃고, 떠들고, 노래를 한다.
꿈의 이미지는 몽롱하고 ,환상적이다.
꼭 희정이의 사진과 닮아 있다.
▲ 태양을 손 안에 담는다. ⓒ윤희정 |
▲ 꽃이 되었다. ⓒ윤희정 |
올 봄에(2011년) 희정이가 찍은 사진이다.
초현실주의 사진처럼 환상적이다.
제리 율스만의 사진이 갑자기 떠올려졌다.
율스만의 사진은 가끔 꾸는 내 꿈과 닮아있다.
논리와는 거리가 멀고,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꿈처럼
무수한 상징과 의미를 고구마줄기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하늘을 향해 무언가 기운을 뿜더니 갑자기 꽃이 확 피었다.
마치 마법사가 하얀 손수건에서 비둘기를 띄울 때의 환상과도 같은 느낌이다.
구름의 이미지가 어쩌면 저리도 몽환적인가?
유쾌하고, 의미있는 경험의 시간을 기꺼이 주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아마 찬란한 봄 날, 벚꽃 잎이 낱낱이 바람에 날려 꽃보라가 한없이 일렁일 때 처럼 눈앞이 몽롱해졌을 때의 그 달콤함.
그런 순간의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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