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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갈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정 호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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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나름대로 여러 가지 궁리를 하게 된다.
다양한 시도 끝에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시와 동화를 활용하여 찍기.
친구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가장 좋아하는 시간.
시와 사진을 결합해서 자신만의 빛으로 그린 시를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서 그런지 그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잘 해냈다.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시를 고르는 것도 나에게는 또 다른 재미다.
시는 가장 함축된 언어이다.
사진은 가장 함축된 빛이다.
함축된 빛과 언어가 만나 또 다른 빛그림이 그려진다.
각자 마음에 와 닿는 시 한편을 골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다.
시를 읽은 후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노트에 글이나 그림으로 그려 본다.
초롱이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란 시를 가지고 이미지를 엮는 작업을 했다.
각각 독립된 사진으로 시를 따라 이미지를 연결시키면 독특한 또 하나의 작업이 된다.
내가 친구들과 사진을 가지고 노는 방식. 그 중심에는 늘 '느림보 마음'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어쩌면 거꾸로 가는 교육일지 모르나 난 '느림' 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친구들에게도 느림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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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고속도로라면 아날로그는 길로 표현하신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되새길 만하다.
고속도로는 속도와 효율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선호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수단 이외에 가치는 없다.
길은 그 자체가 인생이다.
길을 가다보면 사람도 만나고 지난 사람들의 발자욱도 만나고, 길섶에 핀 들꽃도
만난다. 그래서 자기가 걷고 있는 길,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자기의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길은 힘이 있다.
느림은 생각하는 힘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곧 창조성과 연결된다.
느림은 분명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주는 선물이 있다.
교육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느리게 스스로 깨우쳐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일지 모른다.
교육의 주체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주체가 될 때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오늘도 난 이 친구들과 느리게, 느리게 걸으면서 학교 정원에 핀 들꽃들을 오래 들여다보고,
나뭇잎들을 천천히 만지며, 운동장에 있는 작은 돌멩이들의 얼굴도 자세히 보면서 자연과 이야기 하는 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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