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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농락한 MB 정권, '감사원 탓'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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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농락한 MB 정권, '감사원 탓' 적반하장

[기자의 눈] '4대강 의혹'의 정점, MB가 답할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숱한 문제를 드러낸 4대강 사업에 관한 감사원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이에 대해 MB 측 인사들과 새누리당이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발언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 자리에서 나왔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MB 정권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결론 났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관련 기사 : 감사원 "4대강 사업, MB 책임…사법 처리 검토했다")

MB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MB 측 관계자는 "감사원이 모든 국책 사업을 판단할 만한 전지전능한 기관이냐"며 감사원을 몰아붙였다. "기후 변화 시대에 200년 앞을 내다보고" 시행한 4대강 사업의 성과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일이지 감사원이 할 몫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MB 정권 각료들도 감사원 발표를 공박했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도 14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와는 무관하며 "국가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장관직을 수행하며 4대강 사업을 이끈 인물이다.

새누리당도 감사원을 공격했다. 권성동 의원은 15일 법사위 국감장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국회 승인을 받은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노근 의원은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감사원이 "월권"을 했다고 비난했다.

감사원 쥐고 흔들던 MB 측, 불리해지니 '감사원 탓'

한마디로 강변이다. 상식에 비춰 봐도 말이 안 된다. 우선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는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시작된 게 아니다. 3번의 감사 중 2번의 감사 결과 발표가 이명박 정권 때 이뤄졌다. 현 정권이 이전 정권에 대해 순전히 정치 논리로 감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삼계탕집까지 세무조사를 한 것과 같은 '전 정권 죽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200년 앞을 내다본 고도의 통치 행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해선 안 된다는 주장대로라면, MB 정권 때 4대강 사업 감사는 없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MB 정권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방패막이로 감사원을 활용했다. 2010년에 이뤄지고 2011년에 발표된 첫 번째 감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감사는 4대강 사업에 관해 제기된 숱한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는 대신 MB 정권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심기를 살핀 정치 감사라는 지적을 자초한 감사였다.

▲ 대선 후보 시절의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당시 감사원장이 MB 정권 후반기 국무총리이던 김황식 씨다. 그리고 문제의 그 감사를 이끈 주심은 MB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이었다. 은 전 감사위원은 감사 결과를 반년 넘게 공개하지 않아,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측근이던 은 씨를 감사위원에 앉힌 건 2009년 2월이다. 그 석 달 전인 2008년 11월, 이 전 대통령은 "감사원을 동원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무원들에게 약속했다. 4대강 사업 추진 발표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렇게 MB 정권은 감사원을 사실상 농락했다. 권력을 틀어쥐고 힘을 발휘해 제대로 된 4대강 사업 감사를 막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놓고, 감사원이 올해 들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후속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MB 측 인사들은 '정치 감사'라며 핏대를 세웠다. 적반하장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실·정치 감사를 종용한 건 집권기 자신들 아니던가.

'녹조 라떼'를 비롯한 곳곳의 환경 파괴, 건설사들의 담합 등 각종 비리, '건설족' 배를 불리는 데 낭비된 어마어마한 세금 등 처참한 결과가 그래서 생긴 것 아닌가.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어긴 정황 역시 묵과할 사안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니, "이 전 대통령이 퇴임했지만 현직에 있었다면 이것(감사원을 동원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되고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 "대통령이 감사원을 이용했고 감사원이 거기에 따라갔다는 것이니 헌법, 감사원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친여 성향 인사(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조차 하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해서도 '이 전 위원이 친박 성향이어서 그런 것'이라는 식의 정치 공방으로 몰아갈 셈인가. 국민과 야당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 '정치 논리'라는 식으로 논점 흐리기를 하는 것처럼.

오죽하면 친여 인사조차 'MB는 탄핵감' 비판하겠나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감사원이 자초한 면도 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 기관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MB 정권이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엔 청와대를 흡족하게 하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가, 올해 들어서야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발표한 데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난다. (관련 기사 : 감사원의 낯 뜨거운 '4대강 감사' 자화자찬)

사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올해 감사원 감사 결과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단체와 많은 국민이 목이 터지도록 이야기한 내용이다. 감사원은 그걸 뒤늦게 인정한 것뿐이다. 고문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갔던 독재 정권 시절 인권 유린에 눈감았던 사법부처럼, 감사원 역시 무수한 생명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망가지는 걸 방치했다. 사법부는 민주화 이후 반성해야 했다. 감사원의 처지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근본적으로, 고도의 통치 행위란 걸 내세워 검증과 감사를 막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다. MB 측 인사들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4대강 사업은 MB 정권의 최대 국책 사업이었다. 게다가 숱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런데도 검증과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의혹의 정점인 MB가 직접 답할 때다. 'MB 측 관계자'와 일부 여당 의원들 뒤에 숨어 침묵할 처지가 아니다. 침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이 전 대통령 아닌가. 그러고 보면, MB가 답해야 할 문제는 4대강 사업 문제만이 아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 기관의 대선 개입 등 MB가 해명해야 할 사안이 여럿이다. '감사원 탓' 같은 적반하장 대신 자업자득이란 말을 떠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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