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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건은 국정원 국정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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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관건은 국정원 국정조사다

[이철희의 정치전망] 민주당, 새누리당 태클 뚫을 수 있을까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26일로 준비호 5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8월 2일부터는 정식판이 나올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6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그만하면 됐다 싶은데 여야 정치권은 아직 NLL 정국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이제는 NLL 포기 여부에 대한 논란도 아니고 아예 거친 숨결의 정쟁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정치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입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면전환을 선언했는데, 지도부의 일원인 조경태 최고위원이 '문재인 때리기'에 나섬으로써 빛이 바래버렸습니다. 한심한 꼴이죠.

어느 정당이든 다른 소리를 내는 건 탓할 일이 아닙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국정원장과 감사원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이나, 민주당의 김영환 의원이나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일이죠. 그러나 그 방식이나 표현, 타이밍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시점에 아주 공개적이고 거친 방식으로 문재인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그 메시지의 적절성과 별개로 부적절해 보입니다.

사실 NLL 국면이 지속하는 건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 역학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의 경우 범여권 차원에서 대장 출신의 안보라인 목소리가 지나치게 큽니다. 이들에 의해 안보 관련 이슈가 부각되는 어젠다 세팅으로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의 어젠다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애국 보수 또는 반공 보수가 시장보수와 손잡고 개혁보수를 압도하는 형국입니다. 여권의 헤게모니는 반공 보수에게 확실하게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성한표 칼럼] '경제민주화' 폐기 공식화)

민주당은 어떻습니까. NLL 이슈는 친노의 운신 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잘 대응했느냐는 별개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지만, 어쨌든 NLL 이슈 때문에 친노 인사들이 전면에 다시 나서게 됐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적지 않은 성과입니다. 그로 인해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약화했고, 당 대표의 존재감도 떨어졌습니다. 민주당으로선 무너진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런데 그런 방향으로 갈 조짐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연합뉴스

NLL 국면은 이제 쟁점으로서의 선도나 강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거의 마무리 국면이고, 여야 모두 출구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야당 인사들을 겨냥한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 때문에 민주당도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 탄핵 소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검찰 고발 대 탄핵 소추의 대결로 NLL 국면이 지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국면을 지속시킬 대중적 에너지는 소진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 관건은 국정원 국정조사입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태클을 뚫고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얼마나 여론의 공감을 끌어내 국정원 개혁의 동력을 창출해 낼지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국정조사 초반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의 특위 위원들은 지나친 감정과잉에다 준비부족의 한계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유효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NLL 대화록 원본 공개에서 승기를 잡은 여권이 도를 넘으면 여론이 재반전할 수도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성한용 칼럼] NLL 승자는 누구일까)

문재인, 실수 인정하고 새 출발 해야

야권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김한길 대표의 행보입니다. 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면 어느 방향이든 민주당의 쇄신은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리더십을 확립하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면 민주당의 쇠락은 심각한 수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구심력보다 강한 원심력에 의해 안 그래도 흐트러진 기강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고, 의원들은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일시적 수세에 빠진 친노의 공세도 다시 이어질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문재인 의원의 정치력입니다. 이번 국면에서 가장 손해를 본 정치인을 꼽으라면 문 의원을 지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상황을 장악해서 주도해 나가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 등은 문 의원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문 의원이 이 상황에서 잃은 것을 잃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실책과 오류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대범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친노의 명운, 분화 속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고정애의 시시각각]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6차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고, 향후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회담 결렬과 공단 폐쇄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6자 회담에서의 강공은 전술적 대응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잠정 중단 이상의 조치를 각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간명하고 분명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결코 정상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가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대응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대북 유화책도 사실은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북한이 핵실험 하고, 미사일 쏘고, 개성공단의 문을 임의로 닫아버리는 형국에서 남한의 민심이 북에 우호적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햇볕정책 이전으로 되돌아가자는 게 북한의 의도가 아니라면 지금 북한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무익합니다. 이대로 가면 남한의 햇볕론자, 유화론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평화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민주당의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전 당원투표를 통해 당론을 확정지었습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통해 입법화하는 과제만 남았습니다. 정당공천제는 이제 폐지되는 절차로 들어가서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민주당이 이번에 실행한 전 당원투표제입니다. 이 제도가 앞으로 어떤 어젠다에 대해, 또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가 달라질 것입니다. 예컨대 야권 통합의 경우에도 국회의원들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원들의 결정에 따라 이뤄질 수도 있고,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서 위험한 유혹은 한방으로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입니다. 민주당이 유의해야 할 점입니다. 정치국면을 민생국면으로 전환하는 한편 지난 전대에서 바꾼 당헌의 취지대로 당내 리더십을 굳건히 해야만 민주당도 하반기 정국을 움직일 어느 정도의 힘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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